삼성전자는 지난해 자사(自社)의 양문형 냉장고를 사용하는 15가구를 대상으로 사용 편의성 테스트를 실 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7세 이하 어린이나 60대 이상 할머니는 냉장고 문을 열기조차 힘들어 했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올해 3월 선보인 2007년형 ‘지펠 컬리넌’ 냉장고는 문손잡이만 잡으면 자동으 로 문이 열리는 ‘이지 오픈(easy open)’ 기술이 적용됐다.
이처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제품들이 전자 정보기술(IT) 시장에서 각광 받 고 있다.
디지털 기기 디자인의 흐름은 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편의성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쿠쿠홈시스의 ‘톱 컨트롤 에디션’ 밥솥은 보온, 취사 같은 주요 버튼을 기존의 밥솥 옆구리 쪽에서 상 단으로 올렸다.
이런 작은 변화도 주부들이 허리를 구부리는 불편함은 최소화하고 편의성은 극대화하기 위한 디자인의 산물이다.
대우일렉의 바람탈수 세탁기가 자랑하는 허리사랑 디자인도 키가 작은 주부도 손쉽게 세탁물을 넣고 뺄 수 있도록 제품 높이를 기존 제품보다 20cm 낮춰 설계된 것이다.
소니코리아의 포토프린터 ‘DPP-FP90’은 메모리카드를 넣고 이미지를 선택한 뒤 인쇄 버튼만 누르면 사 진 인화가 끝나도록 3단계로 간편하게 디자인돼 가족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
삼성전자의 3중 접이식 모니터도 화면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키 작은 어린이나 시력이 나 쁜 노인들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제품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미 2005년 초 ‘2005∼2008년에 히트할 상품의 특성’ 중 하나로 유니버설 디자인 을 꼽았다. 가장 큰 이유는 소비 주체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어린이들 의 수요도 무시할 수 없고,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노인들의 지출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최근 ‘인간공학 디자인상’ 대상을 수상한 LG전자의 ‘와인폰’은 소비자가 휴대전화 전원을 켜는 순간 부터 느끼는 모든 불편함을 분석해 그 개선점을 제품에 반영한 것이다.
대우일렉 디자인 전략기획팀의 허동규 팀장도 “전체적인 디자인뿐만 아니라 손잡이나 버튼 하나까지도 누구나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배려하는 디자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심지어 장애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의미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도 불린다. 한국에서는 ‘범용(汎用) 디자인’이라고 번역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