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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에서 희망 찾기… 충남 금산여중 A4 반장도 못쓰던 아이들 1000자 글은 쉽게 쓰게돼 道 글짓기 대 회 휩쓸기도
충남 금산군 금산여중 강석호(61) 교장은 한 달에 며칠은 반드시 두툼한 원고 뭉치 5~6권을 옆구리에 끼 고 퇴근한다. 그 원고지에는 전교생 360여 명이 써낸 감상문 같은 글이 들어 있다. 학생 한 명이 써낸 한 편의 분량이 1000자 이상이어서 고칠 부분을 표시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제가 고친 글은 담임과 학생부장 교사, 교감에게도 읽어보게 합니다. 누군가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 는 꽃이 아니라는 시도 있듯이, 글도 읽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학생들이 신이 나지 않아요.”
강 교장과 교사들이 글쓰기 교육에 주력한 지 올해로 3년째. 금산여중은 충남에서 ‘글짓기 특성화’ 학 교로 이름났다. 올해 도(道) 글짓기 대회에서도 시와 산문 부문 대상과 최우수상은 모두 금산여중 학생 차지였다.
이런 글짓기 실력은 많이 쓰게 하는 방법(다작·多作)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교사들의 말이다. 한 학생이 1년에 50편 이상의 글을 써내게 하는 식이다. 영화감상, 체험학습, 단체학습을 하고 나면 학생들 은 꼭 ‘체험 보고서’를 써내야 한다. 지난달만 해도 한 학생이 영화감상문 2편, 독서감상문 1편, 야영 보고서 1편, 체험학습보고서 2편 등 총 6편을 썼다.
강 교장은 학생들에게 ‘쓸거리’를 주기 위한 아이디어도 많이 낸다. 대표적인 예가 2주에 한 번씩 쓰 는 영화 감상문이다. 강 교장은 학생들이 꼭 생각해야 할 부분에 관한 질문 5~6개가 적힌 체크리스트를 나눠주고 여기에 답을 적으면서 영화를 보게 했다. 학생들은 지난달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를 보면서 ‘장님인 송화와 동호가 만나 판소리로 밤을 새운 후 그대로 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라 는 질문에 답을 적었다. 2학년 최은실(14)양은 “장면마다 허투루 지나치지 않기 때문에 감동이 더 크 다”며 “2년간 이렇게 감상문을 썼더니 짜증 내고 조바심 내던 성격도 차분하게 바뀐 것 같다”고 말했 다.
글짓기를 시작했을 때는 긴 글을 써본 적 없는 아이들이 A4 용지의 3분의 1도 채우지 못해 쩔쩔 매는 일 이 다반사였다. 뭘 쓸지, 문장과 단락을 나누는 법도 몰랐다. 그랬던 아이들이 지금은 A4용지 2장쯤은 쉽게 써낼 정도가 됐다. 김한희 교무부장은 “전교생 모두 언제라도 1000자 이상을 서슴 없이 써낼 정도로 글짓기가 일상생활이 됐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글짓기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묘안’을 짜냈다. 1년간 학생들이 써낸 글 중 우수 한 글을 골라 교내 ‘상설 전시관’에 전시하고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는 게 교사들의 몫이다. 방 학 때는 ‘라디오에 음악 사연 신청하기’ 같은 숙제를 내 아이들의 관심을 글쓰기에 붙들어놓았다.
글짓기 교육으로 ‘덤’도 얻었다. 강 교장은 “3년간 읽다 보니 아이들의 생활, 고민, 습관을 꿰뚫게 됐다”고 말했다. 2학년 김혜림(14)양은 “논술 학원 한 번 안 다녔지만 논술고사에도 자신감을 갖게 됐 다”고 말했다. [금산=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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