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교 1학년생들이 배울 <국사> 교과서는 한반도의 청동기 시대가 기존보다 최대 1000년 이른 기원
전 20세기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바뀐다. 단군의 고조선 건국도 더 명확히 서술된다. 하지만 이견의 여지
가 있는 내용을 국정 교과서에 담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교육인적자원부가 공개한 2007학년도 고교 <국사> 교과서를 보면, 한반도에 청동기가 등장한 시기
를 기존 교과서의 ‘기원전 10세기경’에서 ‘기원전 2000년경~기원전 1500년경’으로 500~1000년을 앞
당겼다. 고인돌이 이 무렵 나타나 토착 사회를 이룬다는 내용도 새로 넣었다. 교육부는 청동기 시대 가
장 이른 시기를 대표하는 ‘덧띠새김무늬 토기’(사진)가 최근 잇따라 출토되는 등 고고학적 성과를 반
영했다고 밝혔다. 교과서의 이 대목을 집필한 최몽룡 서울대 교수(고고미술사학)는 “최근 조기(早期)
청동기인 덧띠새김무늬 토기가 강원 정선, 경북 경주 등 10곳 넘게 출토되고 있어 청동기 시대를 500년
가량 앞당긴 것”이라고 말했다. 새 교과서는 단군의 고조선 건국과 관련해 ‘~ 건국하였다고 한다’를
‘건국하였다’로 더 확정적으로 썼다.

구난희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연구관은 “일각에서 추정하듯,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주변 나라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려는 차원이 아니다”라며 “고조선 건국 서술도 어색한 인용 표기를 바로잡고, 기존의 중
학교 <국사> 교과서에 있는 표현과 일치시킨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몇몇 학자들은 미처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고교 교과서에 담는 것은 무리라며 신중한 접근을 촉
구했다. 최광식 고려대 교수(한국사학)는 “한반도의 청동기 시대는 아무리 올려 잡아도 기원전 13세
기”라며 “학계에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국정 교과서에 무리하게 담았다”고 말했다. 송호정 한국교
원대 교수(역사교육)는 “기원전 2333년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했다고 확정지을 수 없다”며 “사료에 바
탕해 엄밀해야 써야 할 교과서를 이렇게 서술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
는 한 고고학 교수도 “청동기의 본격화는 기원전 1000년께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오강원 동북아역사재단 제2연구실 박사는 “중국의 동북공정 등 왜곡된 민족주의적 태도에 대해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며 “중국 동북부, 한반도, 일본 등을 아우르는 동북아 고대
사 연구를 차분하게 해가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