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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군 매포읍에 사는 장영옥 할머니(93)가 매주 월·금요일 오후만 되면 빠짐없이 가는 곳이 있다.
집에서 20분 거리인 단양읍 매포읍 평동1리 경로당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글 배우기 ‘소백학교’에 출석 키 위해서다.
지난해 11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한글학교에 장 할머니는 한번도 빠진 적이 없다. 지난 8일 오후 단양군 매포읍 평동1리 경로당에서 장 할머니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쓰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쓰고 나면 잊어 버리고 다시 꼼꼼히 써보지만 90대 노인의 기억력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지난주 수업시간만 해도 참석한 할머니들로부터‘이름 쓰기’를 뗐다는 축하의 박수까지 받았다. 이날 도 어렵사리 이름 석자를 완성한 장 할머니는 다시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장 할머니는 기쁨도 잠시, 이내 탁상 밑으로 얼굴을 묻고 흐느낀다. 평생을 안고 살아왔던 ‘문 맹의 한’이 다시 솟구치기 때문이다. “젊어서 못 배운 게 서러워서 그래요”
14살에 시집 온 이후 교회를 다닌 독실한 신도지만 여태껏 자기 손으로 헌금봉투에 이름을 써보지 못했 다. 은행 같은 곳은 아예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 시절을 살아 온 지금의 노인 상당수가 그렇듯이 4남매의 맏이인 장 할머니 역시 학교 운동장 한번 밟아 보지 못했다.
장 할머니는 수업시간에는 계속 앉아 있는 것이 힘들어 잠시 누워 있을 수 있는 최고령자의 ‘특권’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자신 때문에 진도가 늦어져 다른 할머니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 이름 쓰기 를 온전히 뗀 뒤에는 먼저 간 남편과 자식들의 이름도 배워 나란히 함께 써볼 생각이다.
“시절을 잘못 만나 못 배웠지. 주변에 글을 아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농사나 짓는 여자라고 아무 도 안 가르쳐 줬어”라며 한 서린 푸념을 털어놨다.
소백학교 670시간을 이수하면 어엿한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는다. 장 할머니는 졸업장과 함께 개근상도 주겠다는 정상례 교사(51)의 말에 “내가 뭘 했다고 받아. 내 이름이나 쓸 줄 알면 됐지”라며 시큰둥하 지만 이내 소녀처럼 함박웃음을 짓는다.
장 할머니와 함께 이 경로당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는 할머니는 2개반, 50여명. 이들 할머니들 역시 뿌리 깊은 남아선호의식에 가려 평생을 ‘눈뜬장님’으로 살아 온 어두웠던 시대가 양산한 문맹자들이다.
단양군이 평생교육사업의 하나로 지난해 개설한 문해(文解)교육프로그램인 소백학교 수강생은 지난해 11 월, 80여명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200명이 넘는다. 처음에는 “이 나이에 글을 배워 뭐해”라고 외면하 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글을 깨치는 기쁨을 만끽하는 다른 노인들의 손에 이끌려 소백학교 학생 수 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김영식 군 평생학습담당은 “단양지역 성인 비문해율(글을 모르는 성인의 비율)은 5천여 명인 15%에 달 한다”면서 “비문해자 문제는 교육이 아니라 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천 전국문해성인기초교육협의회 공동대표는“민간차원에서만 이뤄지던 문해교육에 최근 국가가 나서 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문해교육은 모든 것의 기본이며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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