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내 인텔 연구개발(R&D)센터가 출범한지 2년 9개월만에 문을 닫는다. 이 때문에 인텔R&D센터와 계약 을 맺고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던 국내 국책연구소와 기업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판이다.
인텔코리아는 인텔 본사 차원에서 한국R&D센터를 철수하기로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인텔의 이번 결정 으로 한국내 인텔R&D센터는 앞으로 3개월내에 정리작업을 마무리짓고 완전히 철수하게 된다.
지난 3년간 글로벌 IT기업들을 대상으로 한국내 R&D센터 유치작업을 꾸준히 벌여온 정보통신부도 이번 인텔의 한국내 R&D센터 철수소식을 듣고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인텔의 한국R&D센터는 정통부가 적극 나 서서 지난 2004년 3월 설립한 이후, 최근까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홈네트워크 분야를 공동개발해오던 터였다.
당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인텔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4년동안 공동으로 연구개발비를 분 담해서 홈네트워크를 통한 멀티스트림 미디어 배포나 가정자동화, 차세대 홈서버에 대한 신기술을 개발 키로 했던 바 있다. ETRI뿐만 아니라,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도 인텔R&D센터와 공동개발을 추진중인 상 태였다.
'4년간 공동개발'을 약정한 인텔이 돌연 R&D센터 철수를 결정한 것에 대해 인텔코리아는 "글로벌 차원에 서 마케팅과 R&D인력을 구조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전세계 관련인력의 15%를 줄인다는 본사 방침이 한국내 R&D센터로까지 불똥이 튄 셈이다.
원칙대로 보자면, 인텔은 당연히 4년 공동개발에 대한 약속을 어긴 것이다. 그러나 정통부와 ETRI는 이 에 대해 '벙어리 냉가슴'이다. 대부분의 글로벌 IT기업들의 한국R&D센터가 개발기간을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인텔의 경우는 예외였기 때문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통상 4년 계약을 하는 것이 맞지만, 인텔과는 1년 단위로 매년 연구범위와 참여인력 에 대한 협약을 체결해왔다"면서 "협약 3년차 계약을 경신해야 하는 지난해 12월에 인텔의 구조조정 소 식이 들려와 잠시 계약을 보류해 둔 상태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텔에 직접 개발비를 투자한 것이 아니라, ETRI에 연구과제비 명목으로 정부 자금 을 투입했기 때문에 자금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면서 "다만 지금까지 진행해왔던 개발과제에 대 한 뒷마무리를 해야 하는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ETRI는 인텔과 공동으로 소유하는 지적재산권(IPR)이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인텔의 상용화 전단계 과제를 ETRI가 넘겨받아 응용제품으로 개발하는데 주력해왔고, 지 금까지 이렇게 축적된 기술로 충분히 단독으로 개발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상황이 어찌됐건 R&D센터를 철수하는 과정에서 공동개발하던 곳과 사전조율이나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철 수를 통보한 인텔의 입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불과 2년 9개월전 "한국R&D센터가 전 세계 인텔R&D센터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곳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던 연구소장과 20명 의 연구인력들도 허탈하긴 마찬가지다.
한국내 인텔R&D센터 출범 당시 패트릭 겔싱어 인텔 수석부사장겸 CTO는 "한국의 R&D센터는 업계와 기업 들이 세계시장을 겨냥해 상호운용성이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과 협업이기 때문에 인텔이 구상하고 있는 것을 한국R&D센터는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허무 해져 버렸다.
센터내 연구인력 문제에 대해 인텔코리아는 "인텔코리아내 울트라모바일PC 연구개발을 진행중인 UMD부서 를 신설해 연구인력을 흡수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라며 "한국내에서 10년 이상 장기연구 프로젝트보다 당 장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