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마음이 급해졌다. 단 한 명만 새로 고용해도 직원이 20명 이하인 중소기업은 최대 3년간 세무조 사를 유예해 주겠다고 나설 정도다. 국세청은 지난해 상시고용인력보다 최소 5% 이상(최소 1명) 일자리 를 늘리는 병원을 포함한 중소기업에 대해 2008년말까지 세무조사를 유예할 방침이라고 4일 밝혔다.
이처럼 일자리 창출이 화두가 되면서 공공성을 띤 사회적서비스 일자리 사업도 올해 대폭 확대된다. 저 소득층을 위해 보육·간병·교육 등 사회적서비스 일자리를 공급하는 사업에 대해 정부는 지난해 6778억 원이던 관련 예산을 올해 1조2945억원으로 2배가량 늘렸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말이 많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연말 예산안 심의에서 이 예산이 선심성이라며 1500억 원을 삭감했다. 또 노인단체에서는 사회적 일자리사업에서마저 고령층이 소외받고 있다며 항의한다. 장 애인과 저소득층 역시 각종 자격제한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기초생보자 안돼=전북에 사는 지체장애 3급인 박지민(가명·40)씨는 올해부터 전국 읍·면·동사무소 에 장애인 담당 행정 도우미로 장애인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귀가 번쩍 뜨였다.
장애인 도우미들은 불우 장애인을 보살피는 등의 장애인 보건·복지행정 일선 업무를 전담하며, 올해는 전국 읍·면·동사무소 3585곳 중 2000곳에서 장애인 도우미를 채용한다. 내년에는 3000곳, 2009년에는 전체로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박씨는 담당 공무원에게 자세한 내용을 알아본 뒤 이내 실망해야 했다. 기초생활수급 장애인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에 따르면 ‘장애인주민자치센터 도우미 지원사업’은 기초생활보장 수급 장애인을 제외한 빈곤층 장애인을 대상으로 면접을 통해 선발되며 월급은 83만원 정도가 책정된다. 문제는 기초생활수급 자의 경우 이 정도 수입을 갖게 되면 수급권을 박탈당하게 되기 때문에 일단 채용대상에서 배제했다는 것.
박씨는 이에 대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면서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사회의 시혜적 보호에 서 벗어나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수급자격을 벗어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할 정부가 그 기회를 박탈한다 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복권기금으로 운영되는 가사·간병도우미 사업 역시 최빈곤층인 기초생활수급자가 참여할 수 없다. 저소 득 노인, 장애인, 중증질환자, 소년·소녀가장 등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무료간병·가사지원서비스를 제 공하는 이 사업은 차상위계층을 중심으로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이 참여할 수 있다. 하루 8시간에 2 만8000원이 급여로 지급되며, 10~12개월 간 참여가 가능하다.
◇원칙은 ‘누구나’, 현실은 ‘나이·학력 제한’=물론 위 사업을 제외하면 복지부가 올해 계획하고 있 는 사회적일자리 사업은 원칙적으로 나이, 학력 제한이 없다.
올해 처음 시작하는 독거노인 도우미 파견과 노인돌보미 바우처 사업,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 지원사 업, 그리고 확대 시행되는 산모·신생아 도우미 지원사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정부는 이같은 복지부 소관사업을 포함해 여성가족부, 교육부, 농림부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사업을 통 해 올해만 21만명에게 새 일자리가 공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일자리 창출이 결국엔 근로능력을 기준으로 경쟁력을 갖춘 연령과 고학력자에게 배치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산모·신생아 도우미 지원사업의 경우 도우미를 파견할 수 있는 서울지역 파견기관 3곳 중 1곳 인 A기관은 자체 도우미 선발기준으로 ‘고졸 이상, 나이 55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A기관 관계 자는 “이미 기존에 산모 도우미사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기존 선발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선발요건이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파견기관인 B기관의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실시해온 산모·신생아 도우미 지원사업의 경우 원칙 적으로 나이와 학력제한이 없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도우미는 40~50대가 대부분이고, 60세 이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한은퇴자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노동 강도를 떠나서 아직도 나이 드신 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크다”면서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아무리 많이 창출되더라도 이같은 편견이 깨지지 않은 한 학력과 나 이 차별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사업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연령차별금지법을 법제화한다는 방침이다. 고령화시대에 대비해 나이보다 능력에 따라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