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금 놓고 갈등이 폭발한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12-11 오전 11:12:00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정부가 `더 내고 덜 받는`쪽으로 수술하고 있는 연금을 놓고 이해집단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의 이해가 걸린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자 시민단체들은 `더 주지는 못
할 망정 왜 연금을 깎느냐`며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공무원연금등 특수직역연금에 대한 `손보기`발언에 자극받은 공
무원, 교원, 군인단체들은 무력 시위도 불사할 움직임이다.

국민 각 개인들의 노후소득 원천을 놓고 불같이 번지고 있는 연금 갈등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
어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만큼 적잖은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은 지난 2003년 여름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대규모 무력 집회로
인해 교통이 마비되는등 큰 대가를 치른 바 있다.

8일 참여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이 수적으로 우세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에 의해 졸속으로 처리됐다"며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로 연금개혁을 하
기로 했는데, 유시민 장관과 여당은 재정안정화 중심의 연금개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이중적 태도
를 보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이에 따라 총리실 산하의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를 탈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오는 11일 상임집행위원회를 열어 저출산고령화 연석회의 탈퇴를 의결
할 것"이라며 "지난 8월부터 연석회의에서 논의돼온 연금개혁안은 이번 국회 처리 과정에서 전혀 반영되
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금 개혁은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사안이기 때문에 개혁 과정이 가장 중요한데도 정부 여당에
서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며 "사회적 합의 기구가 허울뿐이라는 것을 경험한 이상 앞으로 연석회의는 무
력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에 참여했던 천주교주교회의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한
불교, 대한노인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종교계와 노동계, 각 사회단체들도 "연금
사각지대는 해소되지 않았고 정부 불신만 키웠다"며 이번 국민연금 개정안에 반대하는 공동입장을 냈
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노동 시민 사회단체들은 그동안 현 연금제도의 광범위한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연금가입자 평균소득의 10~15%에 해당하는 기초연금 목표 급여율을 법에
명시하라고 요구해왔다.

경영계는 시민단체와 또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국민연금제도도 재
원의 고갈문제로 불안한 과정에 있는데,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는 것은 무리한 복지정책의 전형"이라
며 "고령화의 진전으로 재정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면 국가는 물론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많은 부담으
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 개혁에 대한 집단 반발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협의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재향군인회 등 공무원과 군
인, 교원 노조단체들은 오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특수직역연금 개정 전국 규탄대회를 공동으로 개
최할 예정이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이번 집회에는 전현직 공무원 총 1만6000명이 모이게 될 것"이라
며 "집회 이후 상황을 본 후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노조단체들은 단계적으로 8.5%의 연금기여금(본인 부담 보험료) 납부를 거부하는 운동을 벌이는 한
편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이용섭 건교부장관 내정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장병완 기획
예산처 장관의 퇴진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특수직역연금 개혁을 강행할 경우 현 정권의 퇴진운동과 함께 태업이나 총파업까지
강행한다며 맞서고 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무원들은 당장 공무원연금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고 반
발하고 있지만 개혁의 여러가지 원칙들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정부도 개혁과정에서 갑자기 벼랑
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며 중간 경과조치를 둘 수 밖에 없고 기득권은 인정하겠다는 방침이다"고 지적했
다.

김 교수는 "공무원이 산하기관이나 민간으로 빠지면서 이중으로 고액 연금을 받는 특혜를 누리는 경우
등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들을 먼저 제거해야만 현재 공무원들의 반발을 이해하고 갈등을 좁혀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부장은 "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혼란이나 반발을 각오해야
한다"며 "누군가 대승적 차원에서 총대를 매고 정치적 문제를 넘어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작업을
진행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서창수 순천향대 교수는 특히 "연금에서 터진 반발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도권-지방간, 부자와
서민간, 서울 강북과 강남간, 각 지역간 갈등에 기름을 부어, 급기야 사회의 커뮤니티를 와해시키는 도
화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에따라 갈등 조정기구로서의 정부 역할을 강조하고 `정부가 신뢰를 회복해야만 이해관계자
들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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