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도 못하니?
“넌 왜 그렇게 걸음을 잘 못 걷는 거니?”
“.....................”
어머니의 말씀에 종선이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만 고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는
‘이 얘가 무슨 일이 있기는 있는 모양인데.........’
하고 생각을 하면서도 만약에 온 식구가 알면 또 한 바탕 야단이 날 것을 걱정하여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종선이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과 종선이의 형님부부와 조카들까지 모두 15명이나 되는 대식구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논 몇 마지기를 농사지어 가지고 겨우 밥이나 굶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지만, 종선이 7남매 형제들이 모두들 공부를 잘해서 학교에서는 늘 우등상을 받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서 동네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이 동네는 30 집 안팎이 모여 살고 있는 조그만 마을이었지만, 모두들 같은 일가 친척들만이 모여 사는 진주 정씨네들의 마을이었습니다. 그래서 늘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한 덩어리가 되어서 따돌림을 하는 일을 당하곤 합니다. 보통 때는 말로 나타내어 하지 않지만 어떤 일만 벌어지면 당연히 자기네들끼리 한 덩어리가 되었습니다. 이런 속에서 마을 사람들과 싸워가면서 많은 식구가 먹고살자니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속에서도 아이들이 모두 공부를 잘해서 언제 어느 학년에서라도 뒤지지 않기 때문에 늘 자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공부를 잘해서 늘 칭찬을 받으면서 살아온 종선이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걸음걸이가 불편한 것을 보니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는 이런 종선이를 다른 식구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얼른 부엌으로 끌고 들어가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습니다. 종선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습니다. 어머니가 종선이를 붙잡고
“어디가 아픈 거니 어디 보자.”
하시면서 종선이를 붙잡자 종선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종아리를 걷어 올렸습니다. 종선이의 종아리를 본 어머니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매를 맞았는지 종아리에서 피가 터져 가지고 엉겨 붙은 피덩이가 피딱지가 되어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본 어머니는 왜 그랬는지를 알아보려고 했지만, 말을 하지 않는 아이를 다잡아서 기어이 알아 낼 수가 없었습니다. 이 많은 식구가 알게 되면 또 한 바탕 야단이 날 것 같아서 조용히 알아보고 다스리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을 하지 않고 눈물만 흘리는 종선이를 억지로 말을 하게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것도 다른 식구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말입니다. 어머니는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였지만, 더 물을 수가 없었습니다.
종선이는 학급에서 1,2등을 다투는 우수한 아이였습니다. 그렇지만 종선이네가 너무 가난하여 정말 하루 세끼를 다 먹고사는 것만도 다행일 정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학급에는 농촌에서는 보기 어려운 공무원들의 아들딸들과 꽤나 부잣집의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당시만 하여도 우리 나라에서 몇 개 되지 않는 발전소인 보성강발전소의 직원의 자녀가 세 명이나 되었고, 면사무소의 직원 자녀, 그리고 당시만 하여도 동네에서는 물론 면내에서도 손꼽히는 정미소의 주인 집 아이, 그리고 몇 백석을 하는 대농<농사가 많은 부자>의 자녀, 그리고 과수원집의 아이가 둘이나 되었습니다. 50여명의 아이들 중에서 1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제법 잘 사는 집 아이들이기 때문에 이 아이들과 농촌 아이들과는 옷이며, 날마다 쓰는 학용품도 달랐고, 얼마 되지 않은 월사금<당시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중고등학생들처럼 수업료를 내었음>을 못 내어서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종선이는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간신히 날짜를 어기지 않고 월사금을 내면 그것만도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그 때는 요즘의 어머니들처럼 학교에 찾아와서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그런 어머니도 없었지만, 그래도 선생님들에게 귀찮게 하지 않는 부잣집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보기에게는 좀 더 귀여움을 받고 있는 것만 같아서, 늘 부러움을 사고 있었습니다.
“어서 말을 해 봐. 네가 손댄 것 아니냐?”
“네.”
선생님이 아무리 달래 보아도 종선이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럼 어찌된 일이란 말이냐? 교실엔 너와 경식이 둘만 있었지 않으냐? 그런데 경식이는 교실 밖에를 나간 적이 없다고 하는데 넌 교실 밖에를 나갔다가 왔지 않니?”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다 왔을 뿐입니다.”
“그래, 그런데 돈이 없어졌고 온 교실 안을 다 뒤져보아도 없지 않으냐? 그렇다면 돈은 교실 밖으로 나간 것인데, 너는 밖에 나갔다가 왔고, 경식이는 교실 안에만 있었다고 하니까 너 밖에 의심할 사람이 없지 않아?”
“저는 모르겠습니다.”
“정말 말을 못 하겠니? 정말 모르겠단 말이지?”
“네. 배가 아파서....”
“그만 해! 또 그 소리야?”
선생님은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되어 가지고 소리를 지르십니다. 종선이는 기가 질려서 말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정말 모르겠단 말이냐?”
“예,..........”
선생님은 정말 화가 났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인데도 끝까지 털어놓지 않는 종선이가 한없이 미운 생각만 듭니다. 선생님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매를 들고 종선이에게 호령을 합니다.
“아래 종아리를 좀 맞아야겠다. 어서 걷어!”
종선이는 아뭏소리 못하고 어물쩡하게 다리를 걷어올립니다. 선생님은 화를 참을 수가 없다는 듯이 사정없이 매를 후려칩니다. 하나하나 세면서 때리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따지지도 않습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사정없이 날아드는 매는 종선이의 종아리에 새빨간 핏자국을 그려 갔습니다. 아니 순간적으로 종선이의 종아리는 시뻘건 맷자국으로 물들어 버렸습니다. 종선이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눈물만 펑펑 흘리고 서 있습니다.
“이래도 말을 안 할 거냐?”
“정~말 모릅니다.”
종선이는 말을 잇지도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은 이런 종선이를 더 이상 용서를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아무리 다른 생각을 하려고 하여도 더 이상 의심을 거둘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말을 할 수가 없단 말이지?”
“저는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들릴 듯 말 듯한 종선이의 말을 듣는 순간 선생님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정없이 내리치는 회초리에 종선이의 종아리에서는 피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종선이는 더 이상 매를 맞고 서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도 더 이상 매를 때릴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화가 치밀었지만 이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체육시간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와서 땀을 닦던 아이들에게는 요즘 아이들처럼 체육복을 갈아입거나, 씻을 만한 자리도 없었습니다. 학교에 수도 시설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쓸 물을 두레박질을 하여 퍼 쓰던 시절이었으니 체육시간이 끝났다고 씻고 교실로 들어오는 일이란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모두들 벗어 놓았던 옷을 걸쳐 입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옷을 입고 다음 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윤성이가 울먹이면서
“내 돈, 내 돈이 없어졌어. 이따가 가다가 물건을 사 가지고 가야 하는데......”
하면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뭐? 어디다 뒀는데?”
“얼마나 되는데...?”
“언제 없어졌어?”
아이들은 친구의 일이 걱정이 되어서 모두들 한 마디씩 하면서 모여들었습니다.
“아까 체육시간에 나가면서 주머니에 있던 돈을 빠뜨릴까봐서 필통에다가 넣어 놓고 갔는데........”
“얼만데?”
“천 오백환.”
“뭐? 천 오백환이나?”
아이들은 모두 눈이 둥그레 가지고 모여들어서 수근거렸습니다.
“어머니가 이따가 가면서 비누를 사 가지고 오라고 하셔서 가지고 있었는데......”
윤성이가 울먹이면서 말을 하자 아이들은 모두 책보자기며 책상 속을 찾아보자고 뒤적이기도 하고, 책상 부근을 두리번거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빳빳한 오 백환 짜리 석 장이라는 돈은 아무데도 없었습니다. 서로들 모여들어서 찾아보자고 소란을 피우고 있을 때에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셨습니다.
아이들은 조르르 자기 자리로 달려가 앉느라고 투닥닥 소란이 일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움직임과 울고 있는 윤성이를 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하여
“왜? 윤성이 무슨 일이야?”
하고 물으시자 아이들은 봇물이라도 터진 듯 와그르르 한꺼번에 말문이 터졌습니다.
“돈을 잃어 버렸답니다.”
“필통에 넣어둔 돈이......”
“심부름 할 돈인데.....”
선생님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 다시 물으십니다.
“선병환! 반장이 말을 해 봐.”
“윤성이가 어머니 심부름할 돈을 필통에다 넣어두고 체육시간을 하고 와서 보니까 없어졌답니다.”
단숨에 요점을 말하자. 선생님은 쉽게 알아들으시고
“당번이 누구였지?”
“경식이 하고 종선이가 했습니다.”
아이들의 합창에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며
“경식이, 종선이 일어서 봐.”
“네에?”
당번을 한 두 사람은 눈이 둥그레 가지고 일어서서 겁에 질려서 아이들을 둘러봅니다.
‘이걸 어떻게 한 담. 분명 우리 반의 누가 손을 대었을 텐데......’
선생님은 가만히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결심을 하듯이 차분하게
“모두 일어 서! 머리에 손 !”
선생님은 전체 어린이들을 일어 세워서 손을 들고 뒤로 나가게 한 다음에 반장과 부반장을 데리고 책상 속의 모든 물건을 일일이 뒤적이며 돈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분명 이 반 안의 어딘가에 돈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책상을 다 뒤졌을 때에도 어디에서도 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각자의 호주머니에 있는 것들을 모두 꺼내게 하여서 찾아 봤으나 역시 어디에도 돈은 없었습니다.
화가 난 선생님은 모두 제 자리에 앉으라고 하시고선
“전부 눈을 감아라. 자 이제부터 선생님의 말을 잘 듣고 솔직하게 나오는 경우에는 모두 용서를 하고 돈만 내 놓도록 하겠지만 만약 나오지 않으면 오늘 너희들 모두는 집에 돌려 보내지 않고 끝까지 찾고 말 것이니까 선생님 말을 잘 듣고 솔직하게 나오기 바란다.”
하시면서 커다란 매를 들고 앞에 서서 이야기를 시작 하셨습니다.
“자, 오늘 학급에서 돈이 없어졌는데 이 돈이 발이 달려서 어디로 간 것도 아니고, 다른 반에서 누가 와서 가져간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이 반에서 누군가가 이 돈을 손을 댔는데, 지금 그것을 밝히고 나설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분명히 돈을 훔친 것이 아니라 아마도 필통에 넣는 다는 것이 책상 밑에 흘렸거나, 아니면 필통이 떨어져서 돈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을 것이다. 이것을 본 누군가가 이 돈을 주어서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하는데, 너무 욕심이 나서 순간적으로 호주머니에 주어 넣었다가 이렇게 돈을 잃어 버렸다고 야단이 나니까 차마 내 놓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선생님이 그런 사정을 아니까 용서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은 양심이 바른 사람이다. 사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너무 커져 버린 사건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이니까 본래 속이려거나, 훔치려고 한 것이 아니지 않으냐? 그러니 선생님만 확인을 할 수 있게 조용히 눈만 떠서 선생님과 확인만 하면 된다. 손을 들거나 움직이면 옆의 친구가 알 수 있지마는 이렇게 하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니까 걱정을 할 것이 없다. 자 이제 열을 세는 동안에 가만히 표시하면 된다. 알겠지? 하나, 둘.......... 아홉, 열.”
선생님은 조용히 이야기를 하시고선 열까지 숫자를 세셨습니다. 교실 안은 숨소리가 들릴 만큼 긴장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아니 군대에서 ‘눈썹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라고 호통을 친다고 하더니 정말 누군가가 눈썹을 움직이는 소리라도 들릴 것만 같았습니다. 이렇게 조용하고 숨막히는 시간이 잠시 흐르고 나서 선생님이 입을 여셨습니다.
“선생님이 용서를 해주겠다고 했는데도 나서지 않는 것을 보니까 누군가 끝까지 감추고 있겠다는 생각을 한 모양인데 도저히 안되겠구나. 난 너희들 중에 나쁜 마음을 먹고 남의 것을 훔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분명 누군가가 훔치고서도 양심을 속이려고 하고 있어. 우리 속담에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있어, 이렇게 아주 작은 것이라도 감추고 나쁜 짓인 줄을 모르는 사람은 영영 나쁜 마음을 고치지 못해서 그런 짓을 하게 된다는 말이야.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버릇을 고치지 못하면 영락없이 소도둑이 되고 마는 것이지. 그러지 않겠냐?”
우리들은 숨소리도 못 내고 있다가 선생님의 말씀에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예.”
하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선생님도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였습니다. 사실 선생님도 자신이 맡고 있는 아이들 중에 그런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믿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자기 아들딸처럼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도둑 누명을 씌우는 일이 정말 싫었습니다. 이제는 돈을 훔쳐간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모든 아이들을 의심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든 돈을 잃어버린 아이가 미운 생각이 들 지경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일을 그냥 넘기면 다음 또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번에 아주 혼이 나서라도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된다면 오늘 누가 훔쳐 갔는지를 모르더라도 다음을 위해서는 충분히 좋은 일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아이들을 책상 위로 올라가서 손을 들고 꿇어앉으라고 벌을 세워 놓고서 교무실로 갔습니다.
“양선생 ! 왜 그래? 아이들이 무슨 사고 쳤나?”
선배 박선생님이 말을 걸어 오셨습니다. 양준승선생님은 선배님의 말씀에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교실에서 돈이 없어졌다는데 훔쳐간 사람을 찾을 수가 있어야지요?”
하고 대답을 하니까 박선생님은
“얼마나 되는 데?”
하시면서 별로 흥미 거리도 되지 않는다는 심드렁한 모습이었습니다.
“돈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면 안되지 않겠어요. 그래서 훔쳐간 사람을 찾아내려는데 찾을 수가 없어요.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없긴 왜 없어. 간단한 방법이 있지.”
“뭔데요? 어떻게 하면 되죠?”
“맨 입으로 되나?”
“찾기만 하면 제가 선배님께 술 살게요. 어서요.”
“그거 간단해. 솔잎을 물리는 거 알지? 그거하고 단지를 쓰는 거 있잖아.”
박선생님이 그렇게만 말을 했지만 다른 선생님들도 모두 안다는 듯 고개들을 끄덕입니다. 양선생님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교무실 앞의 소나무에서 솔잎을 한줌 따 가지고 교실로 향했습니다. 어쩜 이거면 되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는지 발걸음이 힘차 보였습니다.
교실로 들어서기 전에 연결 복도에서 가만히 교실을 들여다보니 아이들은 힘이 드는지 몸을 꿈틀거리기도 하고 슬그머니 내려서 머리에 얹기도 하였지만 숨소리도 안 날 것 같은 조용한 분위기였습니다. 가만히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데 눈치 빠른 아이들은 벌써 손이 번쩍 들려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눈을 감고 있어야 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에 슬그머니 눈을 뜨고 주위를 살피면서 적당히 손을 머리에 내리기도 하면서 쉬고 있다가 얼른 제 자세를 잡았던 것입니다.
“자 이렇게 해도 스스로 잘 못을 인정하고 양심에 따라 자기 자신의 잘 못을 고백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하는 수가 없다. 이제 너희들 모두는 선생님이 나누어주는 이 솔잎을 입에 물고 있다가 선생님의 말이 끝나면 나에게 주면 된다. 이 솔잎을 물고 있으면 지금 나쁜 짓을 하고서도 말을 안 하는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의 것은 조마조마한 마음이 전달되어서 약 2cm 정도 자라게 되는 요술을 부릴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마음이 조마조마해져서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때문에 심장이 더 많이 뛰는 사람의 에너지가 전달되어서 약간 자라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솔잎의 길이를 꼭 4cm씩 맞추어 잘라 놓았으니까 잠시 후엔 어떤 사람의 것은 그 길이가 6cm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누군지 꼭 밝혀지고 말 것이란 말이다. 알겠니? 자 이제 내가 나누어준 솔잎을 하나씩 입에 물고 5분 동안만 기다리고 있도록 한다.”
선생님은 솔잎을 하나씩 나누어주고 입에 물고 있도록 하고 나서 옛날 소도둑이 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옛날 어느 산골에 한 집에 어머니와 아들만이 살고 잇는 집이 있었습니다. 그 아들은 어머니를 잘 모셔서 효자라는 말을 들을 만큼 어머니께 잘해드리고 있었습니다. 가난한 살림이지만 어머니가 잡수시고 싶다면 언제 어떤 것이라도 구해 다 드렸고, 어머니를 위해 날마다 열심히 다른 집의 일을 해서 품삯으로 가난한 살림을 꾸려 나가면서도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지만, 어머니께 드리기 위해서는 주인 몰래 물건을 가져가는 버릇이 있어서 일을 시키기를 조금 꺼리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효자가 원님께 끌려가서 매를 맞고 있다고 해서 온 마을 사람들이 원님을 찾아가서 효자를 용서해 달라고 사정을 하였습니다. 마침 원님이 직접 문초를 하고 있는 자리에 마을 사람들이 사정을 하여서 원님이 이 효자에게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이 사람은 어머님을 좀 뵙게 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원님은 어머니에게 아들에게 가보도록 허락을 하여 어머니가 아들에게 다가가자, 아들은 ‘어머니 조금만 더 가까이 오십시오. 할 말이 있습니다.’하여 어머니가 가까이 가자 이 아들은 어머니의 귀를 물어뜯어 버렸습니다. 원님은 화가 나서 ‘저놈을 당장 능지처참을 하여라. 마을 사람들이 효자라고 하기에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뵙게 해주었더니 저게 어디 효자란 말이냐? 천하에 나쁜 놈 같으니라고, 죄를 지어서 걱정을 끼친 것도 용서 못할 일인데 더구나 어머니를 물어뜯다니....’ 화가 나서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아들이 원님께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고 청을 해서 말을 해보라고 했더니 ‘제가 어머니의 귀를 물어뜯은 것이 천하의 죄인 줄은 압니다. 그러나, 오늘 제가 이렇게 죄인이 되어 벌을 받게 된 것은 우리 어머니가 저를 잘 못 가르쳤기 때문에 어머니께도 죄가 있다고 생각하여 어머님께서도 깨우치시라고 그런 것이옵니다.’하였답니다. 원님이 ‘그게 무슨 말인고?’ 하고 묻자 아들은 제가 어린 시절부터 저는 어머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면 무엇이나 잘한 짓이라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남의 물건을 가지고 와서 어머님께 드리면 어머님이 기뻐하시기 때문에 저는 늘 어머니가 기뻐하시는 것을 보기 위해 남의 물건을 훔쳐오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은 남의 소를 훔치다가 붙잡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어머님이 내가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못 하게 가르치셨다면 오늘 이처럼 죄인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머님께 이제라도 깨우쳐 드린 것입니다. 원님 용서하여 주십시오.‘하고 빌었더랍니다. 이야기에 나온 주인공은 어려서 조그만 것을 훔치는 버릇이 점점 더 커져서 마침내 소도둑이 되어서 붙잡힌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서 그런 사람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 오늘은 우리 모두가 이렇게 벌을 서고 고생을 하는 것입니다.”
하고 이야기를 해주시고서는 아이들에게 솔잎을 가지고 나오라고 하셨습니다. 한 사람씩 가지고 와서 차례로 가져다 놓으라고 하시면서 솔잎 하나를 책상 위에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솔잎을 가리는 상자를 가져다 엎어놓고 아이들에게 그 사이로 자기 솔잎을 놓게 하셨습니다. 아이들은 차례로 나가서 선생님만 보이는 곳에 솔잎을 놓았습니다. 마지막 아이가 솔잎을 가져다 놓고 난 다음에도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고 있다가 이제 알았으니 모두들 집에 가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책보자기를 싸 가지고 교실을 나서는데, 오늘 당번은 남아서 여기 정리를 하고 가라고 하여서 경식이와 종선이는 남고 나머지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교문 밖으로 사라지자, 선생님은 함께 당번을 하였던 종선이와 경식이를 불렀습니다.
“너희들이 당번을 하였는데, 돈이 없어졌어. 너희들 둘 다 착실하고 공부들도 잘하는 아이들이라서 너희들을 믿고 있었지만, 너희들에게 좀 물어 보아야겠다. 너희들 교실을 안 지키고 무엇했니?”
“교실을 잘 지켰습니다.”
두 아이가 합창을 하듯 대답을 하자 선생님은
“잘 지켰는데 이렇게 도둑을 맞아 가지고 야단이 나? 어떻게 지켰어? 교실에 누가 들어 온 거 아니야?”
“누가 들어온 사람이 없는데요. 저는 교실에 있다가 배가 아파서 잠시 변소에 다녀온 것 밖에는 잠시도 교실을 나간 적이 없는데, 아무도 온 적이 없었습니다.”
종선이가 말을 하자 선생님은 경식에게 고개를 돌려서 ‘너는’‘’‘’ 하고 묻는 모습을 보이시자
“자는 교실에서 한 걸음도 밖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까 6학년 언니가 한 사람 잠시 교실에 왔다가 갔습니다. 저는 그냥 왔다 간 것 만 보았습니다,”
하고 말을 하였습니다. 선생님은 한 사람씩 남겨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한사람은 당번을 잘 못한 벌로 운동장을 천천히 다섯 바퀴를 돌게 하였습니다. 먼저 경식이가 남고 종선이는 운동장을 돌았습니다.
“너는 교실에서 밖에 나가지 않았단 말이지? 그럼 누가 왔다 갔다고?”
“예, 저는 교실에서 한 발자국도 밖에 나가지를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6학년 언니가 잠시 교실에 들어 왔다가 그냥 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 그게 누군데? 너는 아버지가 공무원이시고 집안도 넉넉하니까 그런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오늘 당번이었으니 안 남길 수가 없지 않느냐? 그래 그 6학년 아이가 누구란 말이냐?”
선생님은 경식이를 달래듯이 말하면서 그 아이가 누군지 물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경식이는
“저어.... 그 언니가 누군지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라고 해보았자 불과 500명도 안 되는 조그만 학교 이기 때문에 4학년이 교실에 들어온 6학년 언니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말은 되지도 않는 말입니다. 그런데 경식이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선생님은
“그래 잘았다. 저기 앉아서 잘 생각을 해보아라. 종선이가 다섯 바퀴를 돌고 오기 전에 네가 생각이 나면 말을 해라. 만약 생각이 나지 않으면 종선이가 들어오면 네가 나가서 운동장을 다섯바퀴 돌면서 생각을 해보도록 해라. 하고 있을 때에 종선이가 땀이 흠뻑 젖어 가지고 교실로 들어 왔습니다. 선생님은 경식이에게 운동장을 돌아라고 하시면서 종선이를 가까이 오라고 하셔서 묻기 시작하였습니다.
“경식이는 교실 밖에를 나가지도 않았다고 하는데, 너는 교실 밖에를 왜 나갔어?”
“선생님 배가 아파서 잠시 변소에 다녀왔습니다.”
“그래? 그럼 그 시간이 얼마나 되었지?”
“5분도 안 걸렸을 것입니다. 설사가 나서 잠시 가서 누고 왔을 뿐이니까요.”
“그럼 화장실에 다녀 올 때 누가 교실에서 나가는 것을 보았니?”
“못 보았습니다. 제가 들어 올 때 경식이는 자기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저는 바로 유리창 앞에 가서 체육시간 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네가 화장실에 갈 때에는 경식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경식이는 운동장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럼 너는 화장실에 가기 전에는 어디 있었느냐?“
“저는 내 책상에서 다음시간에 공부할 산수 문제를 풀고 있다가 배가 아파서 그냥 달려 나갔습니다.”
“가기 전에 어디 다른 책상에는 가지 않았느냐?”
“다른 책상에 갈 시간이 없었습니다. 산수문제를 풀다가 그냥 나갔습니다.”
“그런데 왜 돈이 없어진단 말이냐? 교실 밖에 나간 사람이 없는데?”
“저는 모릅니다. 아무도 들어 온 것도 못 보았고, 제가 다른 책상에 가 본적도 없습니다.”
“경식이는 교실 밖에를 나가지도 않았고, 6학년 아이가 들어온 것을 보았다는데, 너는 본 적도 없다고 하고, 교실 밖에를 나갔다 왔으니 네가 어디다가 감춰 놓고 들어 온 것이 아니냐?”
이 말을 들은 종선이는 가슴이 벌렁벌렁 뛰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가난한 집안의 자식이지만 마을에서도 다른 성씨들의 틈에 끼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잘 못이라도 저지르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살았고, 할아버지께서는 만약 다른 집의 감 하나만 따먹었다는 것을 아시면 당장 회초리로 종아리가 남아나지 않을 만큼 엄하게 때리시기 때문에 모든 형제들이 거짓말이란 모르고 자라왔는데, 이제 당번을 잘 못 서서 도둑놈이라고 의심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종선이는 오직 자기가 한 일만을 되풀이해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종선이의 행동이 선생님께는 더욱 의심스러웠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보통 때는 거의 말이 없는 종선이가 선생님이 묻기만 하면 되풀이해서 자신이 한 말만을 하고 또 하는 되풀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신 것입니다.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냐? 경식이가 볼 때 너는 교실 밖에를 나갔고, 상당히 있다가 들어 왔는데, 넌 그렇지 않다고 하고 다른 아이가 들어온 것을 같이 보았다는데 넌 본 적이 없다고 하니 아무래도 네가 거짓말을 하고 잇는 것 같아. 솔직히 말못해!”
선생님은 이제 화가 나서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매를 들어서 위협을 했습니다. 그러나 종선이는 모지 않은 것을 보았다고 할 수도 없고 무엇을 가지고 나간 적이 없는데 의심을 받는 것이 억울해서 그냥 아니라고만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매를 좀 맞아 보아야겠구만. 너 정말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겠어? 너 한 번 생각해봐. 경식이네는 부잣집이고 너의 집안은 가난하여 늘 월사금도 제 때 내지 못하고 있잖아. 그럼 그 돈이 없어 졌는데 누굴 의심하겠어? 그런데 더구나 교실 밖으로 나간 사람은 너뿐이고 돈을 교실 어디에도 없었어. 어떻게 할거야. 솔직히 말을 할래 아니면 매를 좀 맞을 거니?”
종선이는 기가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서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펑펑 눈물만 흘리면서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더욱 의심스럽게 보인 선생님은 다그치기 시작하였습니다.
“울기만 하지말고 솔직히 말을 해. 그럼 용서 해줄 테니까. 돈은 어디다가 감췄어? 엉?”
이제는 완전히 종선이가 훔쳐간 것이 틀림이 없다고 생각을 하시는 모양이었습니다. 종선이는 더욱 기가 막혀서 이제는 엉엉 소리를 내어서 울면서
“선생님, 정말 제가 훔친 거 아니란 말 이예요. 저는 보지도 못했어요. 너무 억울해요.”
하고 말을 하자, 선생님은 정말 화가 나서
“이 자식이 이제 대들어? 솔직히 말하라니까 아주 대들고 있어? 어디 좀 맞아 보아야 말을 할거야?”
하시면서 사정없이 종선이의 종아리를 때렸습니다. 피하려고 하자 선생님은 옷을 걷어올리라고 해 가지고 사정없이 종아리를 때리면서 얼른 말을 하라고 족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종선이는 본 적이 없는 돈을 훔쳤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억울합니다. 본적도 없는데 어떻게 훔쳤다고 하십니까?”
하고 호소를 하였지만, 선생님의 화만 돋구어 놓았습니다.
“뭐가 어째 ? 억울해? 그럼 그 돈이 어디로 날아갔단 말이냐? 어서 말을 못해?”
선생님은 사정없이 종아리를 내리치셨습니다. 마침내 종선이의 종아리는 벌겋게 피가 흐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선생님은 그 때서야 자신이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은 두 아이를 불러서 다시 다짐을 받습니다.
“너희 두 사람이 당번을 서다가 돈을 잃어버린 사건이 생겼어. 누가 보아도 너희 두 사람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어. 내일이라도 솔직하게 말을 하도록 해 알겠지. 너무 늦었으니 어서 집에 가거라.”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교실을 나설 때는 벌써 땅거미가 지고 있었습니다. 종선이는 학교에서 약 4km, 그리고 경식이는 약 4.5km 정도나 되는 먼 거리에서 다니는 아이들입니다. 두 아이들은 교실을 나서자 집을 향하여 줄달음질을 쳤습니다. 경식이는 부잣집 아이이어서 잘 먹고 살아선지 몰라도 키도 크고 체격도 좋았지만, 종선이는 4학년이 되었어도 130cm 도 되지 않는 작은 체구에 깡마른 몸둥이에 선생님께 맞은 종아리가 피가 터져서 발을 옮길 적마다 아려 왔습니다. 그래도 어서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아픈 것도 잊고 열심히 뛰다 보니 이제는 아픈 것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10월 들어 날씨가 제법 서늘하여 지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종선이가 집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저녁이 끝나고 설거지를 하시던 어머니가 종선이를 부엌으로 오라고 해서 부엌에서 할아버지가 잡수시던 밥상에서 그 반찬에 밥을 퍼 넣었습니다. 아픈 다리를 펴지도 못하고 쭈그려 앉아서 밥을 먹고 일어서려니까 피가 나던 종아리가 옷이 엉겨서 다리를 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 몰래 나가려던 종선이는 결국 어머니께 들키고 말았던 것입니다.
“어서 일어나라. 내가 씻고 약 발라 줄게. 어서....”
어머니는 종선이를 일으켜서 씻겨 주고, 약을 발라주셨습니다.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종선이는 다음 날 학교에 갔습니다.
이렇게 이틀이 지나간 뒤에 교실 밑의 공간에 빠뜨린 연필을 주으려고 들어갔던 명철이가 손에 들고 올라온 물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경식이의 공책인데, 공책의 속에는 5백환 짜리 두 장이 접힌 채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책과 함께 몇 봉지의 과자가 함께 들려 나왔습니다. 이틀 전에 교실 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돈 천 오백환은 이렇게 나왔지만, 선생님은 이 일에 대해서 더 이상 아무런 말씀도 없이 며칠이 지나갔습니다. 아니 종선이에게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씀은 있었어야 할텐데 아무런 말도 없이 넘어가자, 아이들은 이런 선생님에 대해서 불평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더구나 종선이와 경식이가 사는 마을은 학교에서도 멀리 떨어진 마을로 이 마을에 사는 아이들은 멀리서 다니는 일 때문에 비교적 나이가 한 두 살 씩 많은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선생님에 대해서 퍽 불신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종선이에게
“너도 경식이 처럼 거짓말을 했으면 안 맞았을 거 아니야. 바보 같이 거짓말도 못해서 종아리가 터지게 맞았니? 공부는 잘하면서 거짓말도 못하니?”
하고, 놀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종선이는 거짓말을 못해서 맞았다는 말에는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게 모두 사실이었으니까. 아이들은 선생님에 대해서 늘 수군거리고 누구만 이뻐 하느니, 자기 친척이라고 누구에게만 점수를 더 주었느니 하고 욕들을 하였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지만 그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분명한 차별이었음을 모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종선이는 크게 불평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 일이 있고 나서 딱지가 앉은 채 흉터로 남아서 아마도 평생을 이런 억울한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부잣집 아이라고 감싸고 의심도 하지 않았던 선생님의 행동이 더 마음이 아프고 잊혀지지 않는 흉터처럼 늘 상채기가 되어 남았습니다.
그 날의 아픔은 피가 터져서 흉터로 남아 아려오는 상처가 아니라, 아직도 귀에 쟁쟁하게 마음에 깊이 박힌 매서운 차별이라는 못이었습니다. 그 날이 있은 지 이미 몇 십 년이 지났지만 잊혀지지 않는 선생님의 그 말씀
“경식이네는 부잣집이지만, 너의 집은 가난하여 늘 월사금도 제 때 내지 못하지 않느냐?”
하고, 말하던 가난하기에 의심받아야 했던 그 아픔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