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06~16, 대한은퇴자협회(KARP, 은퇴협)에서 주최한 <재도약(Re-Bounce) +일자리 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하였습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작품이 주명룡 회장님에 의해 특강 소재로 소개되었을 때 <노인이 거친 바다를 헤쳐나가 인간승리를 꿈꾼다>라는 점에 공감해 다시금 본 작품을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본 작품은 워낙 유명하여 오래전부터 그 내용은 익히 알려져 왔고, 그 작품성에 대해서도 활발히 연구됐습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고전은 읽는 독자의 경륜에 따라 또 처한 현실에 따라 독후감이 여러 번 바뀐다고 했던가요?

작품의 줄거리에서 <노인은 은퇴자로>, <소년은 은퇴협 직원으로>, <바다는 사회로>, <배는 종래의 기술로>, <청새치는 직장으로>, <상어는 세월로> 대치되어 연상되는 것은 은퇴 후 재취업을 제일의 화두로 삼고 있는 처한 현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여, 아래와 같이 <노인과 바다> 작품의 줄거리를 패러디해 보았습니다.

덧붙여, <재도약 +일자리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 기회를 마련해 주신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님과 프로그램 진행에 열정을 아끼지 않으신 은퇴협 직원 및 내외부 강사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말씀 올립니다. 물론 고용노동부 담당 공무원에게도…. 또 20여 명의 피교육자 선생님들 수고 많으셨고 각자 소망하는 부분 이뤄지길 두 손 모아 빕니다. - 김태협 올림

<은퇴자와 재취업> - 노인과 바다 패러디

샌티아고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퇴직하고 이제는 재취업을 희망하는 은퇴자이다. 수십 통의 이력서를 제출했으나 면접 한번 못한 날이 365일하고도 100일 동안이나 계속됐다. 처음 1년은 헤드 헌트를 통하여 기존 업무와 연관된 협력업체에 취업하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면접 한 번도 못하는 날이 1년이나 계속되자 그의 아내는 "샌티아고는 이제 완전히 '살라오'(최악의 사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고 했다. 샌티아고는 아내의 말을 무시할 수 없어서 눈높이를 낮추기로 하였고, 워크넷을 통해 새로운 이력서를 만들고 구직활동을 하였다.

그러나 샌티아고를 불러주는 회사는 없었다. 그것이 퇴물로 들어섰다는 자책감에 샌티아고의 마음을 서글프게 만들었다. 샌티아고는 눈만 뜨면 잡코리아, 사람인 그리고 헤드 헌트에서 구인하는 고급 경력직을 검색하고 한편으로는 워크넷에서 관련 분야 월 170만 원짜리 일자리를 검색하곤 했다. 어떤 날은 그 회사에 맞는 '맞춤 이력서'를 작성하느라 종일 컴퓨터만 본 적도 있었다. 그의 아내는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내라고 그를 북돋아 주었지만 샌티아고는 억세게 운 없는 자신을 한탄했다.

샌티아고는 가끔 고교 동창끼리 건국대학교 주변 흐름한 술집에 모여 맥주를 마시곤 했다. 그들은 샌티아고가 465일 동안 면접 한번 못하자 처음에는 그를 사시 斜視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샌티아고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지지난해 까지만 해도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부지 40만평에 종업원 1,500명이 넘는 큰 공장을 운영하면서 문화와 관습이 다른 이국 땅에서 경험한 여러가지 사건을 심심풀이 땅콩으로 이야기했다.

남미 축구와 브라질 카니발, 웅장한 이과수 폭포, 신비로운 마추피추, 기다림의 표상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 빙하의 고장 갈라파고스, 상파울루 교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슈하스까리아에서 슈하스꼬에 까이삐리~야 한잔 곁들이던 장면 묘사 등은 백미로서 샌티아고가 입을 열면 친구들은 귀가 솔깃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곤 했다. 몇 달이 흐르자 친구들은 샌티아고가 직장을 잡지 못하는 걸 안타까워하며 그를 위해 여러가지 취업정보를 들려 주는 한편, 장년층 취업이 어려운 현 사회구조를 비판했다.

1. 장년층 취업이 쉽지 않은 이유

ㅁ. 유교적인 상하조직융화 ⇒ 교체된 오너 2세로 부터 지시하달, 젊은 직원들이 부모뻘을 불편해 한다.

ㅁ. 체력과 건강 ⇒ 소화기능, 간기능/피로회복 등은 옛만 못하고 성인병은 도둑처럼 찾아 온다.

ㅁ. 최신기술의 급변 ⇒ 부가가치 높은 대상/물건으로 바뀌었고 처리/제조방법이 종래와 다르다.

* 이미 현업에서 물러 났다. 따라서 현업을 연장하는 일은 가급적 피하자.

2. 눈높이를 낮추었을 때 직면하는 문제

ㅁ. 낮춘 눈높이 범주 내에서도 나름 젊은이들과 경쟁치열 구도

⇒ 실버산업 개발필요

ㅁ. 경쟁 우위확보를 위해 본인이 직접 할수 있는 (기능)자격증 등을 취득

⇒ "당신은 무엇을 할수 있습니까?" 라고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이것을 할수 있습니다." 라고 말 할수 있어야 한다.

ㅁ. 기존의 경험분야 또는 유사분야에 진출권고, 미경험분야 경우 사전준비철저

3. 청년층에 비해 장년층 채용 메릿트

ㅁ.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

ㅁ. 노마지지 老馬之智의 적극활용

ㅁ. 학자금 등 후생복지비 절감가능

방 안에는 샌티아고가 퇴직할 당시 회사에서 수여한 감사패와 우수사원 표창장들이 최근에 결혼한 아들과 며느리 사진과 함께 경대 위에 펼쳐져 있다. 전에는 부모의 빛 바랜 사진이 걸려 있었으나, 그것을 볼 때마다 너무 울적해져서 샌티아고는 이를 구석 선반 위, 빨아 놓은 내의 밑에 두었다.

아내는 축구를 좋아했다. 브라질에 머무를 적 집 주변에 축구 경기장이 있어 경기가 벌어지는 날이면 응원 함성이 안방까지 들려왔다. 둘은 축구 애기를 했다. 샌티아고와 그의 아내는 맨유의 호나우두를 좋아했다. 아내는 레알 마드리드 팀을 겁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팀이 맨유를 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와 샌티아고는 축구 이야기를 나누다가 밤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잠에서 샌티아고는 꿈을 꿨다. 안전모와 안전화를 동여매고 울산공장 건설현장을 호령하던 꿈... 샌티아고는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습관적으로 메일을 체크업 한다. 구직자들을 위한 맞춤 메일링은 매일같이 전송되어 왔고 오늘따라 모 헤드헌트에게서 메일이 왔다. 샌티아고는 간밤 꿈이 현몽이라도 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메일을 열기 전에 에스프레소 커피를 뺐다.

그리고는 메일을 열었다. 역시 평택근교 포승공단에 소재하고 있는 회사에서 공장장을 구하는 구인공고였다. 샌티아고가 다녔던 회사출신이면서 경험분야가 딱 들어 맞는 게 정말 엄청나게 큰 고기가 물린 셈이다. 면접 날이 잡혀졌다. 날이 밝도록 예상문제를 훑어보며 4시간 이상을 달려갔다. 그렇게 달려가는 도중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샌티아고는 물을 마시고 용변을 보고 갑자기 은퇴협에서 재도약 +일자리 지원교육을 함께 받던 짝이 생각났다. 그리고는 그 짝도 만족할 만한 좋은 자리가 나타나 주면 좋을 텐데..하며 그 짝을 생각한다.

샌티아고는 자신과 이야기를 한다. 마치, 타인과 이야기를 하듯이 그렇게 자신과 이야기를 한다. 그 자신이란 바로 회사 오너이다. 주인정신을 가지면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며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눈에 보인다라는 평소의 생각을 다잡는다. 사장은 웃으며 샌티아고를 반긴다. 현직에 근무할 당시 사장과 통화를 한 적도 있다. 한참을 대화하던 중에 문득 어떤 인연이 작용한다는 것을 샌티아고는 느꼈다.

샌티아고는 꿈과 희망과 포부를 안고 포승공단으로 출근했다.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그로부터 한 시간 후에 사장과 첫 실무회의를 가졌다. 사장은 빠른 속도로 업무지시를 이어갔다. 그러나 샌티아고는 사장의 이야기를 완벽히 이해 할수 없었다. 현업에 손을 놓은지 1년이상 흘렀기 때문이다.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다."라고 되뇌이며 정신을 가다듬고 현장을 돌며 업무를 파악했다.

자신의 능력보다 더 큰 문제였다. 문제가 워낙 어려워 하룻밤과 하루 낮을 샌티아고는 그 문제에 몰두했다. 하지만 문제는 쉽게 풀어질 형세가 아니었고 쉽게 포기하는 샌티아고도 아니었다. 그리고는 죽을 힘을 다해 싸워 두 번째 밤이 밝을 무렵 마침내 문제의 진인 眞因을 찾아 내었다.

신경을 너무 쓴 탓인지 눈거풀이 파르르 떨리고 손떨림도 일어난다. 눈을 떠 보니 하얀시트 침대에 누워 링거를 꼽고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왼손에 붕대를 감은 체... 그렇지만 샌티아고는 최선을 다한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만족한다. 그는 캄캄한 밤에 혼자 임시숙소로 돌아와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아침, 회사에서 직원이 올 때까지 샌티아고는 잠들어 있었다. 그 직원의 말을 빌리면 샌티아고는 오랜시간 동안 현장의 문제점을 관찰하더니 갑자기 쓰러졌다는 것이고 쓰러지면서 손을 다쳤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별거 아니지만 엊그제 첫 출근한 공장장이 현장에서 쓰러졌다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더 큰 충격은 다들 여태껏 풀지 못하던 고질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집어 낸데에 대하여 감탄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윽고 샌티아고가 일어나자 그 직원은 샌티아고에게 에스프레소 커피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공장으로 모시겠다고 한다. 소식을 듣고 달려 온 아내는 원룸 침대에 누워있는 샌티아고를 위해 손에 바를 약과 음식과 신문, 깨끗한 셔츠를 건네며 하염없이 울었다. 샌티아고는 다시 잠이 들었고 직원이 옆에서 그를 지켜 보고 있었다. 샌티아고는 그 영광의 시절에 보았던 사자가 들판에서 먹이를 좇아 질주하는 꿈을 꾸고 있었고 뇌졸중으로 신음하는 어느 노인이 그 광경을 관전하고 있었다.

2013.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