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2014년 새해도 앞으로 엿새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2013년 끝자락에서 터져 나온 한 20대 ‘청년’의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평범한 안부 인사 한마디가 요즘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죠?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대학가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 열풍은 이제 세대와 지역과 계층을 뛰어넘어 전국적인 현상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데요.
대학가는 물론 사회 참여에 소극적이던 고등학생과 평범한 직장인, 주부들도 나름의 문제의식을 담아 대자보를 쓰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대자보’라는 아날로그적 소통 방식을 빌려 안부를 묻고, 그 말의 물음에 용기를 얻은 말들이 말의 물결을 이루며,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게 합니다.
아시다시피 정치는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작게는 우리 장바구니를 비롯해 크게는 나라와 나라 간 외교 정책에까지 두루 미치면서 정치는 우리 모두의 삶을 규정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모두 정치적일 수밖에 없고, 정치에 무관심할 수도 없고, 또 무관심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주 만물이 한 몸, 한 생명이라고 하는 인드라망, 즉 관계의 그물망으로 촘촘히 연결돼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사회적 현상도 국민 어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문제라고 할 수가 있거든요.
MC 네, 1990년대 말까지 거의 한 세기 동안 일종의 문화적 기호로 지칭돼오던 ‘청년’이란 용어가 2000년대 이후에는 무한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적인 ‘생활인’의 모습으로 바뀌면서, 소위 ‘꿈을 먹고 사는’ 젊은이의 상징성을 잃어버리지 않았나 싶어서 참 안타까워요?
주명룡 회장 네, 오죽하면 청년들 스스로 자신들을 지칭해 ‘88만 원 세대’, 대학교 5학년이란 뜻의 ‘대오족’, 20대의 태반은 백수라는 ‘이태백’, 부모에게 붙어사는 싱글족이라는 ‘패러싱글족’, 토익 폐인이라는 뜻의 ‘토폐인’ 등의 자조 섞인 별명으로 부르고 있을까요?
일하고 싶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일자리를 찾았다 해도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살아야 하는 것이 생활인으로서의 청년의 모습이라면, 이러한 청년들을 계속해서 양산해 내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볼 수 있겠죠.
오늘날 청년 세대가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고 절규하는 취약 계층으로 전락해 있지만, 이렇게 우리 사회를 걱정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깨어 있는 이상 아직 절망을 얘기하기엔 이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MC 네, 한 번 터진 말의 물꼬는 스스로 알아서 공감하고, 연대하고, 진화해 가는데요. 이런 와중에 지난 18일 청와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2차 회의가 열렸다고 하죠?
주명룡 회장 네, 취임 1년을 맞은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청년 일자리, 반값 등록금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시점에서, 남민우 청년위원장이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청년 맞춤형 일자리 대책’을 보고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여러 가지 대책이 발표됐지만, 핵심적인 것 두 가지만 말씀을 드리면, 우선 교육과 보상 문제에서 일자리 의 부조화를 해결해 주는 것, 즉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기보다는 일하다가 자신의 적성과 꿈에 맞춰 필요에 따라 대학을 갈 수 있도록 고졸 취업 인센티브 강화 등 다양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고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200년대 초 IT 거품 붕괴 이후 벤처업체가 침체됨에 따라 청년들의 창업에 대한 도전 열기가 많이 식었다면서,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청년 벤처 창업을 활성화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에 덧붙여 청년들이 창업 현장에서 겪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재기지원프로그램 등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MC 네,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선 청년층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 일자리의 부조화 문제는 단순히 청년 개인의 눈높이 조정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주명룡 회장 네, 청년 실업 문제는 일차적으로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고용 없는 성장이 낳은 산물입니다.
부모 세대의 과거는 급속한 산업화로 고용이 충분히 이뤄진 덕에 자연스레 노동시장에 들어간 뒤 경제적 자립, 중간층, 중산층의 사다리를 올랐지만, 지금 청년들에겐 전혀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죠.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하던 대기업, 제조업, 수출기업은 노동 절약적 기술 진보와 고용 유연화 정책으로 고용 창출이 감소했고요. 상대적으로 노동 절약적 기술 진보가 느린 소기업, 서비스업, 내수기업에서 고용을 흡수해 왔는데, 이들 부문의 생산성 개선이 미흡해서 고용의 질적 저하가 심화돼 왔거든요.
괜찮은 일자리 감소와 고용의 질 저하는 고학력과 각종 자격증 취득으로, 이른바 막강한 ‘스펙’으로 무장한 후 고용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청년들의 취업 진입을 망설이게 할 뿐만 아니라, 더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한 취업 준비 기간을 연장하게 하는 등 취업 경쟁을 과열시키는 악순환을 거듭했죠.
이처럼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의사도 능력도 없는 신자유주의 시장의 무능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무능으로 돌려버린 게 바로 이 ‘스펙’의 실체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 전략은 ‘성공’한 대신,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자신을 노동 주체로 자각하고 경제적 자립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인 성장의 기회를 스스로 닫아버리는 20대 비경제활동인구를 양산해 낸 아주 몹쓸 ‘실패’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MC 네, 그런데도 사회적 리더십을 발휘해서 양보와 타협으로 이끌어가야 할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해 오히려 세대 갈등을 부추긴 측면이 강했잖아요?
주명룡 회장 네, 정치권이 청년과 노년의 대결 양상을 과장하고, 노년층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방식으로 세대 갈등을 유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대를 주제로 논의할 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바로 세대는 연속적이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경제활동 연령을 전후해 누군가는 부양하고, 누군가는 부양받아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텐데요. 경제활동을 해서 수입이 있는 사람들은 세금을 내고, 그 세금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사람들을 부양하는 구조죠.
그런 부양의 상호 작용이 예전에는 가정 안에서 이뤄졌다면, 요즘은 사회적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나은영 교수는 “이처럼 연속적인 세대도 일단 ‘우리’와 ‘그들’로 나누고 나면, ‘우리’에겐 묻지 마 애정이, ‘그들’에겐 원인 모를 적개심이 솟구치게 된다”면서, “그 이유는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힘들게 사는 모습이 구체적으로 자각되고, ‘그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고 똑같아 보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또 “세대는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것이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존재이지 결코 배척해야 살아남는 존재가 아니다”면서, 서로 자기 아이라고 우기며 아이를 양쪽에서 잡아당길 때, 그 아이가 다칠까 봐 손을 놓는 쪽이 진짜 부모라고 판단했던 솔로몬의 지혜가 그립다고 일갈합니다.
MC 네, 더구나 예전에는 부모 세대가 사회․문화적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녀를 짓누르려 하면 자식 세대가 반항하는 구도로 갈등했지만, 지금은 일자리와 복지 등 생존과 직결된 문제를 놓고 이권 다툼의 양상을 보인다는 게 특징이죠?
주명룡 회장 네, 하지만 명지대 정치학과 신율 교수는 “예컨대 반값 등록금은 20대만을 위한 정책도 아니고, 기초연금은 노인만의 정책으로 볼 수 없다”면서, “등록금 인하는 부모 세대에게 좋고, 기초연금제도는 언젠가 노인이 될 청년 세대에게 득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또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장․노년층 일자리가 늘어나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오해하지만, 장․노년층을 필요로 하는 직종과 청년을 원하는 직종은 크게 겹치지 않는다”면서, “정당이나 정부는 연금, 일자리 정책 등 특정 세대에만 도움이 될 것 같은 정책이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음을 홍보해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고요.
청년연합 36.5 조용술 대표는 “노년층 공약 때문에 청년층이 소외당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청년을 위한 공약이 지켜지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한 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출범해 기대했지만, 역할이 없다”고 꼬집죠.
이들 전문가 의견에 제가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내용은 청년과 장년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상생 방안을 논의하고, 협력해 나가면서 세대 간 갈등을 줄여나갈 타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청년위원회 단독 설치가 아닌 청년과 장년이 함께하는 ‘청·장년 위원회’를 설치해 줄 것을 주문합니다.
청·장년 합동 위원회 설치 문제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설치 당시부터 은퇴협에서 계속 주장해온 내용이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가 국민 세금을 들여서 만들어내는 일자리 사업은 줄여나가는 대신, 중소기업 등이 자발적으로 창출해 내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지도록 정부, 경제 전문가, 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지원 방법 등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MC 네, 사실 지금 처한 인생의 시기가 다를 뿐이지, 청년세대, 노년세대, 각각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세대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돌이켜보면 노년세대도 얼마나 힘든 청년 시절을 지나왔습니까?
우리 사회의 미래를 담보하는 존재들인 청년세대가 불안한 시대의 파고를 잘 넘을 수 있도록, 인생은 한번 살아볼 만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노년세대가 경험과 경륜을 당당히 전수해 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오늘은 ‘청·장년 세대, 안녕들 하십니까?’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봤습니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12.26
KARP(대한은퇴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