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연금으로 전락한 국민연금-KBS '출발 멋진 인생' 방송원고(131121)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11-22 오전 9:42:24

 

 

KBS MC 이지연의 출발 멋진 인생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MC 이지연의 출발 멋진 인생’, 노인 복지정보와 복지정책 등을 따끔하게 진단해 보는 시간입니다.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MC 국민연금 얘기를 하려니까, 올 2월 초에 개봉한 ‘남쪽으로 튀어’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납니다. 극 중 주인공이 국민연금 납부를 독촉하는 공단 직원에게 보험료 고지서를 집어 던지며 이렇게 말하죠.

 

“협박하는 거야? 제멋대로 정해놓고 국민의 의무? 좋아. 나 오늘부터 국민 안 해.”

 

그야말로 국민연금 불신 시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전체 국민의 절반가량이 가입해 있는 국민연금을 국민들은 왜 믿지 못할까요?

 

주명룡 회장    네, 이런 현상은 비단 영화뿐만이 아닌데요. 올 들어 한 시민단체가 주도한 국민연금 폐지운동에 10만 명이 서명한 것만 보더라도,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증명됩니다.

 

국민연금은 사회보장연금으로 공적연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 1988년, 전 국민의 안정된 노후를 꿈꾸며 출발한 국민연금이 시행 25년 만에 가입자 수 2천만 명, 적립기금 400조 원이라는 양적인 성장을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용돈연금’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용돈’은커녕 ‘푼돈’에 불과할 뿐이라는 비아냥 섞인 말까지 나돌고 있는 지금, 올해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처음 공개한 국민연금 실질소득대체율이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또다시 새로운 논쟁에 불이 붙었죠.

 

소득대체율은 가입기간 평균임금 대비 연금 수급자가 퇴직 후 받는 보험금을 말하는 것으로, 노후 보장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로 사용되는데요. 국민연금은 가입기간 40년을 다 채울 경우 소득대체율이 40%가 되도록 설계됐습니다.

 

MC    네, 그런데 그동안 정부가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선전해온 ‘소득대체율 40%’는 명목일 뿐, 실질소득대체율은 앞으로 50년간 26~27%대에 머물 전망이라고 하잖아요.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건가요?

 

주명룡 회장    네, 2007년 정부가 연금 개혁을 하면서, 내는 돈, 즉 보험료는 올리지 않는 대신 주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깎습니다.

 

당시 정부는 이런 식의 개혁이 소득대체율 42%인 독일과 31.1%인 스웨덴 등 선진국의 공통 현상이라면서 이를 밀어붙이죠. OECD 회원국 평균은 42.1%였고요. 이 수치로 단순 비교할라치면, 소득대체율 40%인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에 결코 뒤처져 보이진 않죠.

 

하지만 여기에는 ‘오해와 착시’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지나치게 짧아서 실질소득대체율과 명목소득대체율 간 격차가 매우 큽니다.

 

국민연금제도는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설계된 거잖아요? 그런데 국민연금 실제 가입기간은 그 절반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실질소득대체율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MC    네, 당시 참여정부는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을 텐데요. 그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재정안정화와 관련해서 개혁은 절박한 국가적 과제라고 주장했잖아요?

 

주명룡 회장    네,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를 꾸려서 장기 계획을 세워온 정부로서는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죠.

 

지난달 국감에서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민연금연구원이 보건복지위에 제출한 ‘국민연금 평균 가입기간 및 실질소득대체율 추이’ 역시 재정 계산 때 나온 자료인데요.

 

이 자료를 보면, 올해 기준 18.1%였던 실질소득대체율은 조금씩 올라 2032년에 28.4%로 정점을 찍은 뒤 2055년 26.6%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런데 정부는 지난 3월 재정 계산 결과를 발표할 당시 이 숫자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실질소득대체율을 굳이 밝히지 않았다”고 얘기한 게 거짓말은 아니지만, 현실을 보여주는 주요 통계를 발표하지 않음으로써, 마치 명목 수치가 현실인 양 착각하도록 내버려둔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라고 할 수 있겠죠.

 

MC    네, 가입기간 40년을 다 채운다는 것은 사실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텐데요. 이렇게 명목과 실질소득대체율 간 격차가 큰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주명룡 회장    네, 전문가들 견해로는 취업 시기는 늦지만, 일찍 직장에서 밀려나는 국내 노동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독일 등 선진국 노동자들은 18세에서 19세 무렵에 첫 직장을 가진 뒤, 은퇴 직전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직장을 유지한다고 해요. 그리고 육아나 실직 등으로 근로자가 돈을 벌지 못할 때, 국가가 보험료를 대납해 주는 각종 보너스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고요.

 

이런 지원 덕에 이들 선진국의 실질소득대체율은 명목값에 근접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알다시피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노동시장에 늦게 진입해서 일찍 밀려납니다.

 

우리나라 근로자가 평생 월급을 받는 기간, 즉 임금 근로 기대여명은 25세를 기준으로 남성은 20.8년, 여성은 13.4년으로 나타났어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2060년을 기준으로 한 국민연금 평균 가입기간 21.3년, 실질소득대체율 26.9%라는 극도로 낮은 예측값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이 예측값으로 대강 계산해 볼 때, 생애 평균 300만 원 월급쟁이라면 월 75만 원 안팎의 연금 급여로 노후를 보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MC    노인 빈곤율 1위 국가인 우리나라의 현세대 노인들이 가난한 첫 번째 이유는 연금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계속해서 국민연금에 가입할 미래 노인, 즉 현재 20대와 30대 청년 세대의 노년은 안전할까요?

 

주명룡 회장    단정적으로 말해서 ‘아니오’입니다. 수치는 이들 청년 세대의 노후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함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이해가 빠르실 텐데요. 2013년 9월 취업해 월 급여 398만 원으로 시작한 32세 남자 K씨가 최대한 오래 보험료를 낸다고 해도 가입기간은 343개월, 즉 28.6년밖에 안 됩니다. 40년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숫자죠.

 

K씨가 노년에 받게 될 돈은 월 88만 원 남짓인데요. K씨는 월급이 국민연금 상한선인 월 398만 원의 고소득 월급쟁이로 첫발을 내디딘 덕에 연금액수가 그나마 높은 편이에요.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보험료를 오래 낼수록 기초연금을 깎는 방식으로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를 차별하는 기초연금법을 추진해서 국민들의 가입 의욕마저 꺾었죠.

 

가뜩이나 가입기간이 짧아 푼돈 연금으로 전락한 국민연금의 밑동마저 정부가 나서서 뿌리째 뽑아버린 형국입니다.

 

MC    네, 이렇게 국민연금으로는 노후 준비가 전혀 안 되는 상황에 놓이다 보니까 한편에서는 국민연금제도의 지속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잖아요?

 

주명룡 회장    네, 현행 국민연금 체제를 지속할 수 없다는 데는 전문가 대부분이 동의하면서, 보험료율 인상 등 현실적인 보완을 통해서 후세대의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을 했었는데요.

 

지난번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보험료 인상안을 다수 의견으로 채택했다가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었죠.

 

그런데 지난 12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국민연금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보험료 인상안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여겨집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인 2060년에는 고령 인구가 40%를 넘어서는 세계 최고의 초고령 사회가 될 거라는 전망 또한 이 쟁점에 더욱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이고요.

 

MC    네, 보험료를 인상해서 제대로 된 노후 준비를 할 수만 있다면 보험료 인상도 한 방안이 되겠죠. 하지만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죠?

 

주명룡 회장    네, 국민연금은 노후 생활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적립금입니다. 기본적인 노후 보장의 선봉에 서 있는 국민연금은 세대 간 이해와 합의를 거쳐 계속 유지,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국가적 과제이기도 한데요.

 

우리나라 고령자 절반이 “연금은 먼 나라 이야기”라며 일축하고 있는 현실에서, 보험료 인상 얘기는 시작도 하기 전 벌써 진통이 예상됩니다.

 

그동안 정치권의 이해가 상충하고,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국민연금 개혁안은 번번이 헛바퀴만 돌았죠. 본질적인 문제는 미뤄두고 늘 땜질식 처방으로 접근하는 바람에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불신만 키웠습니다.

 

따라서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정부는 이번만큼은 진정성을 가지고 ‘대국민 사기’라는 얘기를 다시는 듣지 않도록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MC    네, 혹자는 “노후 보장이야말로 복지가 꽃피는 행복 시대의 첫 관문”이라고 했는데요. 그 첫 관문을 여는 게 바로 국민연금이라고 할 수 있겠죠?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의 핵심 키워드인 ‘국민 행복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국민연금이 노후 보장의 보루가 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랍니다.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오늘은 ‘용돈연금으로 전락한 국민연금’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봤습니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11.22

KARP(대한은퇴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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