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C 이지연의 출발 멋진 인생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MC 이지연의 출발 멋진 인생’, 노인 복지정보와 복지정책 등을 따끔하게 진단해 보는 시간입니다.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MC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올해 처음으로 600만 명을 넘어섰는데요. 인구 고령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미 전 세계적인 시대의 흐름이 돼버렸죠?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와 재정부담 악화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죠.
이런 가운데 ‘생애 현역’, ‘은퇴가 없는 나라’ 같은 구호를 외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 나라에서는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끌어올리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2011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9.5%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2.7%보다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를 보였습니다. 이는 고령층이 비교적 활발히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보다도 10%포인트가량 높은 수치고요,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아이슬란드에 이어 2위에 올랐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다는 것이 언뜻 보면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이지만, 이들의 경제적인 처지로 눈을 돌려보면, 실상은 전혀 긍정적이지 않거든요.
OECD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중위 소득 50% 이하인 사람의 비율, 즉 상대적 빈곤율이 2008년 기준으로 45%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인데요. 이 비율은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3년 새 무려 3%가 상승해서 2011년에는 48%라는 수치를 기록하게 됩니다.
이로써 짐작건대 우리나라 고령층 가운데 많은 이들이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은퇴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겠죠.
MC 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2년 고령자 통계’ 자료를 보더라도, 55세에서 79세까지의 고령자 10명 중 6명꼴로 일자리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렇게 나이 들어서까지 취업을 희망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생활비에 보탬이 되어서’, 즉 한마디로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잖아요?
주명룡 회장 네, 우리나라 노년층의 빈곤율이 높은 원인을 꼽자면, 우선 연금제도가 발달한 선진국에 비해 공적연금이 노년층의 생활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실을 들 수 있겠죠.
일본 정부가 2010년에 한국, 일본, 미국, 독일, 스웨덴 등 5개국의 65세부터 74세까지의 노년층을 대상으로 주된 수입원을 조사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는데요.
한국을 제외한 4개국 응답자의 50~90%가 공적연금이 주된 수입원이라고 대답한 것을 봐서 이들 나라 노년층 대부분은 공적 시스템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노년층 응답자의 경우, 공적연금이라고 답한 비율이 11~12%대에 머문 대신, 일 또는 자녀의 지원이라고 답한 비율이 절반을 넘었어요.
연금이 부족해도 자녀의 지원이 충분하다면 일하지 않아도 되겠죠. 하지만 노년 부양비, 즉 15세부터 64세까지 인구 한 사람이 부양해야 하는 65세 이상 인구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부모 부양 의무에 대한 가치관이 조금씩 변하면서 자녀의 지원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데요.
따라서 당분간 노년층 경제활동 참가율은 계속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MC 네, 연금도 부족하고, 자녀의 지원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노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마냥 손뼉 치며 좋아할 일은 아니네요?
주명룡 회장 네, 사실 일하는 노년층 대부분이 경력을 살릴 수 없는 단순 노무직 등에 종사하면서 저소득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12년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토대로 65세부터 74세까지의 임금 근로자의 직업을 살펴보면, 단순 노무직 종사자가 72.3%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어요. 특히 이들 노년층 단순 노무직의 40%가 ‘청소원’과 ‘경비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파트와 직장 등에서 가족 다음으로 많이 접하는 사람이 바로 ‘경비원’인데요. “퇴직하고 나서 마땅한 일자리 없으면 경비나 하지 뭐.”라고 흔히들 말합니다만, 우리의 살가운 이웃이기도 한 이들 경비원의 근무 여건을 들여다보면, 그런 말을 쉽게 내뱉진 못할 겁니다.
1970년 당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라!”고 절규하면서, 스물두 살 꽃다운 나이에 평화시장 청년 노동자 전태일이 분신한 사건을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그 당시의 평화시장 노동자들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14시간을 일했다고 합니다. 매달 첫째, 셋째 일요일 이틀만 쉬었고요.
이런 근로환경을 개선해달라고,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고 요구하는 진정서를 노동부에 여러 차례 냈지만, 곧바로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등 매번 무시만 당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43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날, 1970년 당시보다도 더 장시간 노동에, 연중무휴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바로 감시·단속직 근로자로 분류되는 이른바 ‘경비 할아버지’들입니다.
MC 네, ‘경비원’은 노년층이 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종이지만, 이들 경비원의 근무 여건은 아주 열악하기로 정평이 나 있죠?
주명룡 회장 네, 위탁, 파견 등의 간접 고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들의 95.4%가 비정규직으로,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로 내몰려 있습니다.
높은 수준의 복지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우선 ‘완전고용’이 실현돼야 한다는 스웨덴 정부의 방침처럼 일자리는 복지와 맞닿아 있는데요. 이들 ‘경비 할아버지’들의 근무 환경을 들여다보면, 일자리도 일자리 나름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됩니다.
근로자라면 직종이 무엇이든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게 되어 있는데요. 하지만 아파트나 건물의 경비원, 물품감시원 등과 같이 감시 업무를 하며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에 종사하는 감시적 근로자와 보일러·전기 기사 등과 같이 근로가 간헐적으로 이뤄져서 휴식시간이나 대기시간이 많은 업무 종사자를 일컫는 단속적 근로자는 예외라고 합니다.
은퇴협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 상담사들이 일자리를 알선해주기 위해 워크넷 등 일자리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서 경비원 모집 공고를 검색해 보면, 대개가 격일제 근무에다 급여는 거의 최저임금 수준인 100만~150만 원 정도라고 해요.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곳도 허다하고요.
법정 근로시간은 주당 40시간으로 정해져 있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각종 잡무 탓에 주당 61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하는 게 다반사라고 해요.
MC 네, 보호받아야 할 법이 있지만, 부분적으로만 보호받고, 존재는 하되 온전하게 존재하지 않는 반쪽 인간으로 치부되는 이들 경비직 근로자의 근무 여건을 듣다 보니까, 고령화 사회의 그늘진 실태를 보는 것 같아서 여간 씁쓸하지가 않네요?
주명룡 회장 그렇습니다. 이분들은 보통 격일제로 근무하는데요. 아파트마다 근로계약 조건이 다르지만, 대개는 저녁에 4시간 정도의 수면시간이 보장돼 있습니다.
이들의 수면시간은 법적으로 휴식시간에 속하는데요. 근로기준법 제54조는 “휴식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이건 명목상 제공되는 것일 뿐, 현실은 휴식시간에도 근무지를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죠. 경비 업무는 휴식시간에도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고 해요.
자리를 비우거나 의자에 앉아 잠시 쪽잠이라도 청할라치면 금방 입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24시간 맞교대로 대체인력도 없고, 휴식 공간도 없어서 근무하는 날 저녁마다 경비실 바닥에서 4시간씩 소위 ‘노예 잠’을 자는 것이죠.
또 하루 16시간을 근무하지만, 급여는 8시간분밖에 안 나온다고 해요. 나머지는 휴식시간으로 치는데요. 이는 현실적으로 근무지 이탈이 불가능한 경비원들의 임금을 낮추기 위한 꼼수라고 노동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MC 네, 최저임금의 90%만 줘도 합법이고, 휴일근무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을 주지 않아도 합법이고, 또 주 1회 휴일을 주지 않아도 합법이고, 16시간씩 근로를 시켜도 합법인 이런 열악하기 짝이 없는 근무여건에도 경비원들은 그야말로 항의 한번 하지 못하고 참고 견디는 거네요?
주명룡 회장 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우리 속담 아시죠? 변변한 노후 대책 하나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일자리는 이들의 목숨 줄이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래서 “그나마 경비직 일자리라도 지키려면, ‘눈 감고, 귀 닫고, 입 막고’ 지내는 게 상책”이라면서 장탄식을 합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겠어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들 냉가슴을 앓고 있을 수밖에요.
MC 네, 경비직 일은 남자들, 특히 노년층 남자들에게 노후 대책 최후의 보루로 생각되는 국민적 일자리가 돼버렸는데도 근무여건은 이렇게 열악한 현실인데요. 정부는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나요?
주명룡 회장 네, 정부는 추가 수당 등을 모두 보장해서 일자리의 질이 높아지면 젊은 구직자들이 몰려들어 노년층이 되레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면서, 아직도 감시·단속 직군을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데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또한, 2015년부터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한 차례 유보한 적이 있어서 재차 연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고요.
경영계는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비용 증가를 우려한 기업이 무인경비 시스템을 도입해 현재 고령층 근로자들이 대량 해고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경비직 등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아니어서 근로조건을 개선해도 청년 구직자가 몰릴 가능성이 낮다”면서, “경비직 등에 종사하는 고령자 중 생계난을 겪는 사람이 많은 만큼 반드시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한 전문가의 조언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MC 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5천 달러에 달하는 경제 대국 대한민국에서 ‘경비 직종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고 부르짖고, 일주일에 ‘딱 하루’만 쉬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모습, 이게 바로 2013년 현재 우리나라 경비직 근로자들이 처해 있는 현주소인데요.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오늘은 ‘경비직 근무환경, 이대로 좋은가?’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봤습니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11.07
KARP(대한은퇴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