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고령자로 산다는 것-KBS '출발 멋진 인생' 주명룡 회장 방송원고(131031)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10-31 오후 5:21:25

 

 

KBS MC 이지연의 출발 멋진 인생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MC 이지연의 출발 멋진 인생’, 노인 복지정보와 복지정책 등을 따끔하게 진단해 보는 시간입니다.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MC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배뱅잇굿의 대가이자 인간문화재인 이은관 님이 97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색소폰을 아주 멋지게 연주하는 모습이 방송됐어요. 그 모습을 본 분들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말을 정말 실감하셨을 텐데요.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시니어들을 차별하는 관행이 많이 남아 있죠?

 

주명룡 회장    네, 최근 일부 금융권에서는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등의 금융 거래에서 고령자를 차별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서, 금융감독원이 시정 조처를 내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는데요.

 

금융감독원에서 올 6월부터 8월 사이의 기간에, 고령층에 대한 금융차별실태를 점검한 결과,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캐피탈 등 53개사의 269개 대출 상품이 55~70세로 나이 상한선을 정해 놓고, 신용등급과는 무관하게 대출을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통상 대출한도를 줄이거나, 취급지점에서 승인되더라도 본점에서 추가로 심사하는 등 불필요하고 까다로운 대출절차를 거치게 하면서, 실질적으로 대출을 제한하고 있었고요.

 

카드사의 경우는 비고령층 이용자에게는 손쉽게 소액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카드론을 제공하면서, 고령자에게는 불합리한 별도의 개별심사 절차를 이유로 대출을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요.

 

MC    이렇게 제1금융권에서 고령층의 대출심사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건 저소득층과 고령층이 거래하는 제2금융권 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하던데요?

 

주명룡 회장    네, 그런데 그런 ‘우려’는 단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현재 60세 이상 고령층 예금은 총 257조 6천억 원으로, 전체 예금 739조 4천억 원의 34.8%를 차지했고요.

 

대출은 총 152조 3천억 원으로, 831조 5천억 원에 달하는 전체 대출의 18.3%를 점유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연체율은 2.01%로, 60세 미만 연체율 1.92%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을 보였거든요.

 

이처럼 가계 부채의 뇌관이 될 거라는 우려와는 달리, 고정적인 소득이 없는 고령층이지만, 금융권의 건전성에 그다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고령층의 경우 예금과 대출 실적 기여도가 높고, 건전성도 비교적 양호한 편이어서, 금융회사의 주요 영업기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일부 금융회사들의 고령층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관행을 즉시 개선 또는 폐지하도록 지도하고, 앞으로 현장검사 때 이행 실태를 중점적으로 살필 예정이라고 하니까, 이러한 고령층 대출 거래 차별 관행이 근절될 때까지 계속 추이를 지켜봐야겠지요.

 

MC    네, 이 세상에서 늙음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그런데도 나이가 많다는 게 ‘죄’가 돼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고령자들이 문전박대당하고 있는 현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주명룡 회장    네, 죽음이 삶의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늙음도 젊음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디 우리가 늙고 싶어서 늙던가요? 그냥 세월이 흘러서 늙어갈 뿐이잖아요.

 

한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는데요. 이제는 ‘젊음 무죄 늙음 유죄’라는 말이 유행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참 씁쓸합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금융권의 고령자 차별 관행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데요. 2009년 3월 22일부터 연령차별금지법이 제정돼 시행되고는 있지만, 고용 현장을 살펴보면 여전히 암묵적으로 나이 차별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2001년 노동부 임금구조 기본통계자료 분석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들은 35세부터 회사에서 퇴출당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는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0년이나 이른 나이죠.

 

기업마다 정년이라는 제도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만, 1997년 IMF 사태 이후 ‘정년’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 돼버렸는데요. ‘명예퇴직 또는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한창 일할 나이의 사람들을 강제로 퇴출했죠.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활동을 원하는 고령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사실 정년을 온전히 채우고 그만두는 사람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년이 되기 전에 퇴출당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우리나라가 당면해 있는 현실입니다.

 

MC    네, 지난 IMF 당시 한 은행이 대규모 구조 조정을 하면서, 퇴직하는 직원들이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전하는 당부와 메시지를 담은 ‘눈물의 비디오’가 방송가를 강타했던 게 생각이 나요.

 

그 당시 동병상련의 아픔을 앓던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면서, 다른 많은 분들의 심금도 크게 울렸죠. 모두 이런 ‘눈물의 비디오’가 두 번 다시 탄생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이 ‘눈물의 비디오’는 아직도 진행형인 것 같아요?

 

주명룡 회장    네, IMF 사태 이후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용시장을 기웃거렸지만,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등 일자리의 질이 전반적으로 나빠지면서, ‘근로 빈곤층’이 급증했습니다.

 

또 정규직이라고 해도 소득의 상당 부분을 자녀교육이나 주택부금 등에 쏟아 붓고 있는 탓에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소비 구조 역시 문제라고 하는 전문가들의 조언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얘기가 됐죠.

 

그런데다가 나이 차별 때문에 고령자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현실이 돼버렸습니다.

 

우리나라는 50세부터 55세 미만을 준고령자, 55세 이상을 고령자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2년 고령자 통계’ 자료를 보더라도, 55~79세 고령자 중 59.9%가 일자리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렇게 나이 들어서까지 취업을 희망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생활비에 보탬이 되어서’, 즉 한마디로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연금 등 복지제도가 미흡한 탓에 생계유지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가난한 노년층이 많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라는 부끄러운 결과는 이제 전 국민이 다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죠.

 

MC    네, 공적 연금 혜택을 받는 노년 인구가 32%에 불과하다 보니까, 60대, 70대 이후에도 근로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노년층이 선진국보다 훨씬 많다고 하죠?

 

주명룡 회장    네, 우선 ‘퇴직’과 ‘은퇴’라는 단어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언뜻 생각해보면 두 단어가 비슷할 것 같지만, ‘퇴직’과 ‘은퇴’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퇴직’은 개인이 정년퇴직, 희망퇴직, 명예퇴직 등과 같은 이유로 현재의 주된 일자리를 그만두는 것을 뜻하고요. ‘은퇴’는 소득을 목적으로 한 경제활동을 완전히 멈춘 상태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퇴직자는 아직 노동시장에 남아 있는 사람을 말한다면, 은퇴자는 노동시장에서 퇴장한 비경제활동인구를 말합니다.

 

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년 인구 고용률은 28.9%인데요. 이는 OECD 평균인 12.3%보다 무려 16.6%포인트 높은 수치로, 34개 회원국 중 2위입니다.

 

이렇게 고용률 통계에 잡히는 숫자 외에 폐지수집이나 노점, 시간제 일자리 등 비공식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실제로 생계를 위해 노동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노년층 인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죠.

 

MC    네, 연금 혜택을 받으면서, 여행이나 봉사활동 등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는 선진복지국가의 노년층과는 참 대조적인 현상인데요. 늘어난 건강수명에 맞춰 오랫동안 능력을 펼치기를 원하는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지난 9월에 열린 ‘2013년 장년 고용 강조 주간 기념식’에서 린나이코리아, 남선알미늄 등 장년층 근로자 고용에 적극적으로 임한 기업들이 ‘장년 고용 우수 기업’으로, 각각 대통령과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는데요.

 

린나이코리아는 지난 2007년 노사 간 합의를 통해 55세 정년을 58세로 3년 연장하고, 2011년에는 추가로 1년을 더 연장했어요. 또 올해는 단체협약으로 60세 정년을 법정 시한보다 3년 먼저 도입했다고 합니다.

 

남선알미늄 역시 그동안 만 50세 이상 장년층 직원들의 고용 확대와 안정화에 계속 힘써왔는데요. 이미 지난 2010년에 정년을 56세에서 57세로 연장했고요. 정년을 맞아 퇴직한 직원에 대해서도 기술 숙련도와 업무 능력이 우수한 직원들은 임금피크제 형태로 재고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하죠.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남선알미늄의 장년층 고용률은 매년 2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MC    네, 근로자는 정년이 연장되고, 또 정년 이후에도 근무할 수 있어서 좋고, 업체는 임금피크제로 부담을 덜 수 있으면서 숙련된 인력을 활용할 수 있어서 좋고, 고령사회에 일거양득이 되는 해법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외에도 고령자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하죠?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노인용품 전문매장 판매원으로 고령자를 채용하는 ‘유한킴벌리’, 고령자 친화기업을 설립해 고령자 택배 사원을 채용하는 ‘CJ대한통운’, 전국 극장에서 영화 상영 준비와 매점 제품 준비 등을 하는 시니어 도움 지기를 채용하는 ‘CJ CGV’, 임대주택 관리 인력으로 고령자를 채용하는 ‘LH’, 지게차 운전과 부품 조립에 시니어 인턴을 채용하는 ‘건화’, 문화재 발굴조사 현장에서 지표·발굴 조사원으로 고령자를 채용하는 ‘고을’ 등의 기업에서 고령자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령자 맞춤형 일자리들은 고령자의 신체적 조건이나 경험 등에 적합하게 발굴된 데다, 단순한 육체노동과 비교해서 근무 여건도 좋은 까닭에, 고령자 사이에서 만족도가 꽤 높다고 하죠.

 

고령자는 일에 대한 의욕이 강한 만큼 근무 태도가 성실하고, 일 처리가 꼼꼼한 데다, 시간대별 탄력 배치가 쉬워서 이들을 채용한 기업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해요.

 

또한, 고객들의 반응도 좋아서, 앞으로 다른 기업들의 고령자 채용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해 봅니다.

 

MC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구절에서 끝마침의 문장부호가 느낌표가 될지, 물음표가 될지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 여하, 그리고 임금피크제에 대한 노동계의 협력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오늘은 ‘이 시대 고령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봤습니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10.31

대한은퇴자협회(KA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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