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지난 14일부터 올해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데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고, 올해도 “정쟁, 막말, 맹탕”이라는 구태 삼박자를 고루 갖춘 한심한 국정감사 풍경이 연출되고 있죠?
주명룡 회장 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부패, 비리, 거짓말, 배반’ 등 막장드라마는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점입가경의 행태가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19대 국회 국정감사를 바라보면서, 국정감사의 근본 취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다시 해보게 되는데요. 헌법과 국정감사 및 조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정부의 국정 전반을 대상으로 합니다.
정부 예산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새해 예산은 어떤 방향으로 짜야 하는지, 부처별로 정책 입안과 집행에서 잘못은 없는지, 그리고 대안은 무엇인지 등 국정 전반을 두루 살펴서 행정부가 제 방향으로 굴러가도록 견인하는 헌법적 장치가 바로 국정감사인데요.
우려했던 대로 올해 국감도 정당의 이해를 앞세운 공방과 함량 미달의 문답,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 등으로 얼룩지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저께 한 시민단체가 ‘대한민국을 마비시키는 국정감사,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더라고요.
굳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얘기지만, 이 토론회에서도 국정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본래 목적이 변질된 현행 국정감사 제도를 전면 폐지하거나 수정 보완하자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MC 네, 이렇게 국감 무용론까지 들먹여지고 있는 마당에, 이번 국감은 헌정사 최대의 부실 국감이 될 거라고 예고되기까지 했었죠?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정국 파행에 따른 국회 공전으로 여야 의원들의 국감 준비가 크게 부족한 데다, 불과 3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헌정사상 최대 규모에 이르는 628개 기관을 살펴보겠다는 과욕을 부렸지요.
그래서 전체 18개 상임위 가운데 특위와 겸임 상임위를 뺀 나머지 13개 상임위가 대략 50개 기관씩을 감사하게 되는데요. 이는 주말을 제외하고 15일 동안 상임위별로 하루 3~4개 기관을 감사해야 하는 꼴이거든요.
이렇다 보니 대다수 기관장이 국감장에 나와 잠깐 얼굴만 비치고 돌아가야 할 판이라, 시작부터 수박 겉핥기식 국감이 예상되고도 남았지요.
여야가 앞다퉈 부른 증인과 참고인만 해도 수천 명에 이른 탓에, 고작 1분 안팎의 주마간산 식 문답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고요. 심지어는 참고인을 잘못 불러서 낭패를 본 사례까지 있었습니다.
또 의원들의 질의가 주요 쟁점에 집중되다 보니까 이와 관련 없는 증인과 참고인들은 몇 시간 동안 국감장을 지키다 입 한 번 떼어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일도 다반사였는데요.
한 예로 지난 15일 정무위원회에 출석시킨 한 기업 대표는 무려 세 시간을 기다렸는데, 단 30초밖에 답변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해요. 그날 하루에만 19명의 기업인이 증인으로 불려 나왔는데요. 특정인에게만 집중해서 질문하는 바람에 나머지 18명의 증인을 모두 들러리로 만들어버린 것이죠.
MC 이처럼 피감기관의 기관장과 관련 기업인들을 죄다 불러놓고, 호통 한번 치면 국회의원으로서 권위가 서는 줄 착각하는데요. 권위는 제 할 일을 제대로 할 때 저절로 세워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싸구려 권의 의식에 사로잡힌 국회가 무소불위 식으로 휘두르는 월권행위가 도를 넘으면서, 국회의원들의 품위나 자질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죠?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부정부패, 비리, 권력남용 같은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이고 법률을 위반하는 짓거리는 모두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데서 발생합니다.
국정감사가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기본과 원칙을 실종한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 헌정사 최대의 부실 국감이 될 거라는 예상을 절대로 비켜가지 않았죠.
막말과 호통은 이제 국회의원들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데요. 거기에다 사회 지도층 인사라고 할 수 있는 기관장, 기업인들에게 마치 아이 야단치듯이 하는 것 역시 이미 예삿일이 돼버린 지 오래고요.
언론인들이 신문 사설 등을 통해 “될 수 있는 대로 증인을 적게 부르고, 출석한 증인에게 최대한 예의를 다하며, 꼭 필요한 질문만 하고 신속히 돌려보내야 한다”는 원칙론을 제시하면서, 막말과 윽박지르기 등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이번 국감에서도 ‘쇠귀에 경 읽기’가 돼버렸죠.
물론 그중에는 착실하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충분한 자료를 토대로 질의를 진행한 후, 피감기관으로부터 문제를 개선할 훌륭한 답변을 얻어내는 의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질보다 양으로 승부를 겨루려는 ‘수박 겉핥기 형’,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만 쏟아내면서 감사 대상의 답변은 듣지도 않은 채 ‘네, 아니요’만 강요하는 ‘자기과시형’,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보좌관이 만들어준 자료를 더듬더듬 읽어가면서 질의하는 ‘현장학습형’ 등으로 일관하는 의원들이 상당수였다는 것이죠.
MC 네, 국회의원 배지가 부끄럽지 않으려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하는 기본 상식은 물론,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 지켜야 할 품위를 유지하면서, 의원 스스로 헌법기관이라는 위상을 지키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텐데, 참 답답합니다.
주명룡 회장 네, 가끔 우리 사회가 모두 중증 치매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국민들 스스로 생각이 깨어 있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함량 미달의 국회의원들을 계속해서 뽑을 텐데요. 이번 국감을 계기로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는 국회의원은 국감을 모니터링하는 시민단체들이 연대해서 낙선운동이라도 펼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꿈도 꾸지 못하게 아예 싹을 잘라버리면 좋겠어요.그래야만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국민 무서운 줄 아는,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선량이 되려고 최소한의 노력이나마 기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MC 네,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 수준을 반영한다고 하는데요. 19대에 이르기까지 별로 나아진 게 없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준을 보면서, 참 답답하고 걱정스럽습니다.
게다가 지금 우리 경제는 올해 성장목표 3.9%에도 못 미칠 만큼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잖아요?
국가와 가계 부채는 천문학적 숫자를 자랑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깊은 이런 중차대한 때에, 중반을 지나는 국감 내용을 살펴보면, ‘비리공화국’, ‘빚더미공화국’이란 말이 절로 나오게 돼요?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공직자 비리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이번 국감을 보면서 또 한 번 절감하는데요.
감찰 당국이 공직기강을 확립하겠다면서 사정의 칼을 빼 들었지만, 우리나라 부패 관련 지수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해마다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를 보면, 우리나라는 2009~2010년 39위에서 2011년에는 43위로 하락하더니, 지난해에는 두 계단 더 내려간 45위였어요.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서는 27위 정도의 수준밖에 안 됐고요.
또 국제투명성기구가 최근 발표한 ‘2013년 OECD 뇌물방지협약 이행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를 지난해 ‘보통 이행 국가’에서 올해는 ‘이행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국가’로 분류했더군요. 이는 4개 등급 가운데 최하위로서, 비리나 부패 척결 의지마저 의심받은 상황에까지 이른 겁니다.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느새 우리나라는 ‘공공부채 1,000조, 가계부채 1,000조’라는 감히 상상조차 안 되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습니다.
이처럼 개인뿐 아니라 나라도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사업들이 부지기수여서 제2의 IMF 사태를 맞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MC 네, 그동안 혈세 낭비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됐는데요. 특히 중앙정부가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국고보조금은 이른바 ‘눈먼 돈’으로 치부되면서, 흥청망청한 비리의 온상이 돼버린 듯해요?
주명룡 회장 네, 혈세 낭비에 관한 내용은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이기도 한데요.
‘국고보조금=눈먼 돈’이라는 등식의 고질적인 병폐는 고쳐지지 않고 계속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했습니다. 지자체장은 치적을 쌓기 위해 ‘눈먼 돈’을 요청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의원들은 선심용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바빴죠.
이렇게 국민 세금을 ‘헛돈’으로 만들면서 나라 곳간을 줄줄 새게 한 주범들이 부지기수여서 무엇부터 얘기해야 할지 모를 정도입니다.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용인 경전철, 환경적 측면과 아울러 재정적 측면에서도 ‘재앙’이 돼버린 4대강, 비리 불감증에 걸린 원자력발전소 문제 등을 대표적인 혈세 낭비의 주범이자 조직적‧구조적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하고 싶습니다.
이 외에도 지자체에서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수십억을 들여서 지었지만, 유령의 집으로 전락한 각종 기념관, 무늬만 박물관인 곳도 수두룩하고요. 그리고 유람선 없는 유람선 터미널 건설, 일일 교통량이 수백 대에 불과한 고속도로 건설, 이착륙하는 비행기 한 대 보기 어려운 한가한 지방 공항 등 이루 다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심지어 운영비 9억 원이 없어서 195억 원짜리 파충류 전시관이 개점휴업 상태라는 데까지 이르면, 정말 화가 날 지경인데요.
이렇게 유치는 치열하게 하지만,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나 몰라라 뒷짐 지는 등 ‘보조사업비 부당교부’나 ‘부적절한 사후관리’ 등으로 징계나 주의, 통보를 받은 국고보조사업이 56건에 달한다고 하니까, 참으로 ‘유구무언’이라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MC 네, 상대적 박탈감을 덜 느낄 수 있는 사회, 투명성과 공정성을 갖춘 선진 사회를 꿈꾸기에는 대한민국 사회가 아직 덜 성숙했다는 반성을 하게 되는데요.
정치인, 공직자, 기업인 등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로 불리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면서 국정감사를 말의 성찬으로 빚는 즐거운 잔치쯤으로 여기는 날이 올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오늘은 ‘2013 국정감사’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봤습니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10.24
대한은퇴자협회(KA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