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를 이끌 차기 의장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재닛 옐런 부의장이 지명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는데요. 연방준비제도 10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지명자라고 하죠?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가 생전에 “21세기는 여성의 시대”가 될 거라고 공언했는데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을 포함해서 세계 경제 정책의 한 축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프랑스 재무장관 출신의 여성인 크리스틴 라가르드인데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의 채무위기는 물론이고, 유럽의 경제 방향을 사실상 결정하는 선장 역할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여성들이 좌우하게 됐다고 볼 수 있겠죠.
우리나라도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이 재닛 옐런 차기 연준 의장 등과 더불어 세계 여성 리더 ‘톱 10’에 꼽혔다고 CNBC가 현지 시각으로 15일 보도했더군요. 이처럼 박 대통령이 세계를 움직이는 ‘부드러운 손’에 합류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여성시대가 열렸다고들 하는데요.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였던 20세기는 남성의 특성인 물리력, 조직력, 행정력을 중요시한 시대였는데요. 하지만 지식정보화사회인 21세기는 창의력, 감성, 유연성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여성적 가치인 부드러움, 공감능력, 섬세함, 상냥함, 친절 같은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하는 시대가 될 거라고 합니다.
MC 네, 세계의 권좌를 이렇게 여성들이 차지하는 것을 보면, 마치 ‘여인 천하’가 온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요. 이미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도 여성들이 활동영역을 넓히면서 남성들의 지위를 위협하거나 추월하고 있죠?
주명룡 회장 네, 일찍이 미국의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도 21세기에는 여성이 권력의 중심에 선다고 예언한 바 있습니다. 당시 그의 말을 믿은 사람은 별로 없었죠.
21세기에 접어들었어도 남아 선호 사상의 근간은 별로 바뀌지 않았고요. 2005년 호주법이 전격 폐지되면서부터 남녀평등에 대한 인식이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층 사이에서 여자아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눈에 띄게 나타나더니 지금은 그야말로 ‘세상의 절반이 여성’인 시대로 들어섰는데요.
올해 외무고시 합격생의 60%가 여성으로 채워졌고요. 금녀의 영역으로 꼽히던 사관학교에서는 여성이 2년 연속 수석 졸업의 영예를 안았다고 합니다.
대학 진학률에서도 여학생이 남학생을 추월한 지 오래고요. 시간이 흐를수록 그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지요. 이런 현상은 사법고시에서도 두드러지거니와 교육계에서도 여교사가 7할을 넘어섰다고 해요.
여성이 경제권을 가지고 구매 결정의 80%를 차지하는 의사결정권자가 된 것은 물론이고요. 또한, 2, 3년 후면 국가 공무원 가운데 여성 비율이 절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특히 여성이 사회의 중심이 되고 권력의 중심에 선다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게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으로 여실히 증명된 셈이지요.
MC 네, 이 같은 변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젠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할 수 있죠. 지난 10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남성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 국가 90% 여성이 여성의 활동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성차별적인 법 때문에 ‘유리 천장’보다 견고한 ‘장벽’ 아래 산다고 하죠?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우선 ‘유리 천장(Glass Ceiling)’이란 용어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 보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뜻의 경제용어인데요. 남성에 못지않은 능력과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조직 내에 관행과 문화처럼 굳어진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원래는 여성들의 고위직 진입을 가로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애라는 의미로 사용하다가 여성뿐 아니라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상황에까지 확대하여 사용하게 됐고요.
이 용어는 1979년 미국의 경제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여성 승진의 어려움을 다룬 기사에 처음 등장했다가, 1986년 같은 잡지에 실린 다른 기사를 통해 재등장하면서 널리 알려졌다고 하죠.
지난달 세계은행에서 143개국 여성의 경제활동 관련 법적 지위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볼리비아, 카메룬 등 15개국에서는 남편이 아내의 경제활동을 금할 수 있고,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지역 등 79개국은 여성의 직업 종류를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온두라스 등 29개국에서는 이사, 여권 발급, 은행 계좌 개설 등에 남성만이 호주(戶主)로서 결정권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 같은 ‘유리 천장’ 현상은 비단 이것뿐만이 아닌데요. 전 세계 여성 노동 참여율은 지난 20년간 남성의 절반 수준인 40%대에 머물러 있고요. 멕시코, 온두라스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해고 근로자의 70%가 여성이라고 합니다.
한 국제적 컨설팅 업체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으나 실업 상태에 있는 여성들이 전 세계에 8억 6천5백만 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MC 그런데 진정한 여성시대는 ‘유리 천장’을 뚫는 슈퍼우먼의 등장뿐 아니라, ‘장벽’ 아래 사는 보통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이 풀릴 때 온다고 하잖아요.
사실 우리나라도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긴 했지만, 정작 공무원 사회에서 여성의 고위직 공무원 진출은 매우 미약한 실정이고요. 여성들의 경제 활동 참가율도 남성보다 낮은 편이라고 하죠?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고위 공무원단의 남성과 여성 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올해 전체 고위 공무원 1,466명 가운데 여성은 고작 4.8%인 70명에 불과했고요.
17개 부처 중 힘 있는 부서라고 불리는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국방부 등 5곳에서는 고위 여성 공무원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 임원 인사에서는 여성 인재의 활약이 두드러졌는데요. 코오롱 그룹은 올해 1월 인사에서 회사 창립 50년 만에 처음으로 계열사에서 여성 최고경영자를 배출했고요. SK그룹에서는 첫 여성 부사장이, LG그룹에서는 공채 출신 첫 여성 전무가 등장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잠재력은 세계적 수준입니다. 1990년 31.9%이던 여성 대학 진학률은 2009년 82.4%로 남성을 앞지를 만큼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지만, 여성 경제 활동 참가율은 49.9%로, 남성의 73.3%보다 매우 낮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여성들의 실력이나 잠재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이렇다 보니 지난해 OECD가 “여성 경제 활동 참가율을 남성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나섰죠.
MC 네, 여성 일자리 생태계를 다시 짜야 한다고들 하죠? 여성의 일자리 환경을 좋게 만들어서 여성이 더 일하게 하는 것이 크게 보면 남성의 짐을 더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여성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과는 또 다른 일자리 고민을 안고 있는데요.
20대 대졸 여성은 괜찮은 일자리를 찾는 문제로, 30대 여성은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문제로 갈등하고 있고요. 40~50대 여성은 한쪽은 저임금과 불완전 고용, 또 한쪽에서는 높고 견고한 ‘유리 천장’과의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합니다.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현재와 과거가 엉켜서 현실 속의 맞벌이와 이상 속의 현모양처가 공존하기 때문에 직장에서도 겉으로는 여성 우위를 말하지만, 속으로는 남녀는 엄연히 다르다고 인식하죠.
그리고 여성 일자리 얘기를 꺼내면 남성들은 종종 제로섬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번듯한 여성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시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지요.
일과 가사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슈퍼 맘의 개인기에 맡기는 것은 근본 해법이 아닙니다.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늘려 양육 부담을 줄이는 한편 새 일자리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또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서도 계층 간 갈등만 더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저소득층 여성 근로자를 위한 별도의 정책도 필요하고요.
옛날에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지만, 요즘은 암탉이 울어야 집안이 흥할 수 있습니다. 여성 일자리 환경을 좋게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의 난제인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푸는 지름길이 될 겁니다.
아울러 우리 모두 양성평등, 양성협력 시대를 향해 나아갈 때만이 진정한 의미의 ‘여성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MC 네, 구약성경 예레미야의 예언에도 “여자가 남자를 안으리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배타적 지배라든가, 독점적 소유, 약육강식의 공격 등으로 상징되던 남성의 시대가 가고, 여성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뜻하는데요.
여성성을 바탕으로 한 상호 이해와 협력을 모색하지 않으면 인류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면서, 우리 앞에 놓인 21세기 여성시대를 잘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오늘은 ‘21세기 여성시대’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봤습니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10.18
대한은퇴자협회(KA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