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노인, 그리고 효(孝)-KBS '출발 멋진 인생' 방송원고(13091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9-13 오전 9:57:57

 

 

KBS MC 이지연의 출발 멋진 인생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MC 이지연의 출발 멋진 인생’, 노인 복지정보와 복지정책 등을 따끔하게 진단해 보는 시간입니다.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MC    ‘세월이 유수’라더니, 추석이 바로 코앞에 와 있는데요.

 

추석 기차표 서울역 현장 예매 첫날, 새벽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올 추석도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고 혼자 쓸쓸하게 명절을 보내야 하는 홀몸노인들 생각이 부쩍 더 들었습니다.

 

주명룡 회장   네, 추석은 우리 한민족에게는 일 년 중 가장 큰 명절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한 해 농사를 수확하는 추석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차례를 지내고,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축제를 벌였습니다.

 

지금 노년층에게는 추석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어렸을 적 추억이 아련히 남아 있습니다. 추석이 되면 웬만하면 부모님들은 새 옷과 새 신발을 사 주셨고요. 평소에는 잘 볼 수 없던 맛있는 음식도 실컷 먹을 수 있었죠.

 

그런데 이런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노년층 가운데 많은 분이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고 노부부 단둘이서 또는 혼자서 쓸쓸히 명절을 보내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MC    다른 날도 아니고, 명절인 한가윗날에 가족이나 일가친척도 없이 혼자 지내게 되면 그 쓸쓸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텐데요.

 

물론 자녀가 없는 어르신들은 찾아올 사람이 거의 없을 수도 있겠지만, 자녀가 있는 분 중에도 서로 왕래가 없어서 홀로 쓸쓸히 명절을 보내는 분들이 많이 계시죠?

 

주명룡 회장    네, 세계적인 역사학자이자 문명 비평가인 아놀드 토인비는 “한국이 미래의 인류사회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한국이 전통적으로 뿌리내려온 부모를 공경하는 효사상과 한국의 고유한 윤리적 문화가치가 담겨 있는 상·장례문화이다.”라고 피력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도시화, 핵가족화가 되면서 경로사상 뿐 아니라 인간생명의 존엄성과 조상숭배의 근본정신마저도 많이 퇴색됐죠.

 

개인주의와 편의주의, 물질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전통가족사회가 붕괴할 상황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이웃이나 가족끼리의 소통도 점점 단절돼 가고 있고요.

 

장성한 자녀들이 있지만, 부모와 연락을 끊고 지내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요. 그 이유를 들어보면 ‘경제적 사정’ 때문이라는 분들이 가장 많습니다.

 

개중에는 찾아오지는 않아도, 가끔 전화연락만이라도 하는 자식들이 있기는 하지만, 부모가 아예 연락하지 못하도록 전화번호까지 바꾸고 인연을 끊어버리는 자식들도 있다고 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했던 말은 이제 점점 옛말이 되어 갑니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산이 없으면, 자식과 며느리가 그나마 명절이라고 찾아오던 발길조차 뚝 끊어버리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하는 데에 이르면 정말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보통 이런 자식들은 손자들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살아 계시다는 것은 아는데, 어디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아예 모른다고 해요.

 

흔히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죠. 그런 자식들은 자신이 부모에게 한 대로 나중에 자신의 자식에게 그대로 당하게 돼 있거든요.

 

불효의 대물림 현상. 이렇게 우리 사회의 효사상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는 서글픈 현실에 정말 통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MC    네, 토인비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효사상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으뜸 사상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효사상은 현대인이 상실한 가치 중에서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소중한 가치들을 그 안에 담고 있죠?

 

주명룡 회장    네, 21세기에 무슨 효사상을 들먹이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대문명의 발달로 우리 사회가 떠안고 있는 모든 고민을 효사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데요.

 

효(孝)는 부모와 자식과의 사랑에서 발생하지만, 단순히 부모와 조상을 섬기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격을 형성하고, 가정을 보살피고, 나아가서는 사회와 국가에 일익을 담당하며 실천하는 꼭 필요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점점 황폐해져 가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성교육에서 효는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몸으로 실행하면서 자연스레 길러지는 가장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덕목이거든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아무리 문명이 발달해도 효의 사상이 사라지면, 인간의 존엄성은 사라지고 우리 사회의 질서와 도덕적 윤리는 무너지게 될 수밖에 없죠.

 

전통적인 효를 중시해왔던 우리 사회를 세계는 동방예의지국이라 주목했지만, 점차 효(孝) 문화가 사라지면서 가정에서는 패륜 행위가 난무하고, 사회에서는 폭력 등 흉악범죄가 급증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자식들이 부모를 폭행하거나 죽였다는 언론보도를 접할 때마다 물질만능주의가 가져다준 폐해가 이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구나 싶거든요.

 

그래도 우리 가슴 저 밑바닥에 자리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효를 기본 바탕으로 하는 최소한의 양심과 양식을 믿기에 아직 사람에 대한 희망을 놓지 못하는 거죠.

 

MC    네, 추석 명절을 앞두니까 아무래도 이런 효사상 같은 전통적인 덕목에 자꾸 관심이 쏠립니다.

 

그런데 자식들이 있는데도 홀로 지낼 수밖에 없는 분들은 명절 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매우 힘드실 텐데요.

 

자식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한 푼도 받지 못하지만, 단지 자식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분들도 많다고 하잖아요?

 

주명룡 회장    네, 이분들의 생활은 말할 수 없이 어렵다고 합니다.

 

지난번에 보건복지부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대해 일제히 조사를 벌여 부정 수급자를 추려낸 적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재산이 있는데도 숨겨놓고 부정으로 수급한 사람도 일부 있었습니다만, 대개는 자녀가 있어도 이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된 분들이었어요.

 

그런데 이분들 역시 단순히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정수급자로 분류되어 해지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물론 일선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소명 처리를 해서 정말 생활이 어려운 분들은 수급자로 보호하거나 보장이 중지되더라도 후속 서비스가 연계되도록 노력을 기울였죠.

 

하지만 수급자 탈락 통보를 받은 후 자살하거나 미수에 그친 분들이 많았어요.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면 도저히 살아갈 방법이 없으니까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는 거죠.

 

노인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질병과 장애, 경제적 어려움, 외로움, 가정불화 등의 순이라는 통계로 미루어 보건대, 경제적 어려움 또한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할 밖에요.

 

이런 지경까지 이른 바에야 “가난은 죄가 아니다”는 말은 “가난은 죄”라고 수정해야 할 것 같아서, 참 쓸쓸하기가 이를 데가 없네요.

 

MC    네, 지금 우리나라 노년층은 산업화를 통한 경제성장과 정치·사회적인 면에서 민주화를 이룬 세대잖아요?

 

우리 모두의 존경과 대우를 받아야 할 어르신들이 국가와 사회, 가족으로부터 홀대를 받고 있는 것 같아 참 안타깝습니다. 더욱이 홀대 정도를 넘어서서 학대를 받는 분들도 계속 늘고 있잖아요?

 

주명룡 회장    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년 노인 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전국 24개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접수된 노인 학대 신고 건수가 총 9천340건이었어요.

 

이는 전년 대비 8.6% 증가한 수치로, 이중 신고 접수 당시 노인 학대 의심사례로 12~72시간 이내 현장조사를 시행한 노인 학대 사례는 3천424건이었습니다.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는데요. 지난 2010년 7천503건이었던 신고 건수는 2011년 8천603건, 2012년 9천340건으로 계속 늘어났습니다.

 

학대 유형을 살펴보면, ‘정서적 학대’가 38.3%로 가장 많았고요. 뒤를 이어 ‘신체적 학대’ (23.8%), ‘방임’ (18.7%), ‘경제적 학대’ (9.7%), ‘자기 방임’ (7.1%)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학대 피해의 86.9%는 배우자·자녀 등 친족에 의해 발생했는데요. 이중 아들이 41.2%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12.8%), 딸(12.0%)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남성(64.5%), 40~50대 중장년층(54.1%), 학력 수준(고졸 이상 58.6%)이 높을수록 학대 행위자 비율 또한 높았는데요. 이처럼 노인 학대는 대부분 ‘가정’(85%)에서 발생했습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자에 의한 학대 즉, ‘노(老)-노(老) 학대’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었는데요. 노인 세대에 진입한 자녀와 배우자 때문에 피해 노인도, 학대 행위자도 모두 노인이죠.

 

실제로 60세 이상 고령자 학대 행위자 수는 지난 2010년 944명에서 2012년 1천314명으로 39.2%나 늘었고요.

 

이들 중 절반 이상(54.6%)의 생활 수준이 저소득 이하로 나타난 것으로 봐서, 경제적 어려움이 노인 학대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MC    네, 새 정부 들어서 노인 복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크게 체감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복지는 정부 정책도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들, 그러니까 이웃들이 서로 돕고 돕는 형태가 가장 바람직스럽고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요즘 가족의 해체 등으로 홀몸 어르신들이 늘고 있는데, 이웃들이 가족의 역할을 해 주면 얼마나 좋아요?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올 추석을 앞두고도 각계에서 이런 분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데요.

 

최근 지자체, 한화그룹과 신한금융 같은 기업, 다문화가정 등에서 홀몸노인을 비롯한 소외계층과 추석의 정을 나누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이런 온정의 손길 덕분에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는 희망을 품게 됩니다.

 

여러 면에서 정부의 할 일은 태산 같은데, 정부는 늘 거북이걸음이거든요.

 

노인, 특히 홀몸노인들을 위해서는 기초연금 등 복지 혜택과 더불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소득을 제공하는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게 급선무고요.

 

사회단체와의 유대 관계도 강화하는 등 이들이 기본적인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의욕도 북돋아 주어야 합니다.

 

MC    네, 올 추석에는 부디 모든 어르신이 행복한 명절을 맞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오늘은 ‘추석, 노인, 그리고 효(孝)’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봤습니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09.13

대한은퇴자협회(KA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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