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우리나라의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 현상, 참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과제이데요. 2030년이면 우리나라 인구 4명 가운데 1명이 65세 이상의 고령자인 ‘노인 국가’가 된다고 하죠.
급기야 최근 OECD가 2030년 이후 한국 경제는 평균 1% 저성장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잖아요?
주명룡 회장 네, 한국 사회는 15세부터 64세까지인 생산 가능 인구 비중이 지난해 73.1%를 정점으로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 쓰나미’가 덮쳐왔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7%인 고령화 사회에서 20%로 늘어나는 초고령 사회로 가는 데 일본은 36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26년이면 초고령 사회가 된다고 해요.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자원 대부분이 노년층을 부양하는 데 투입되면, 우리나라 경제 성장 엔진은 급속히 식을 수밖에 없겠죠.
한국이 가진 유일한 자원은 인적 자원입니다. 과거 한국의 초고속 성장은 문자를 해독하고 기계의 매뉴얼을 이해하는 젊은 노동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거든요.
그동안 잠자고 있던 여성, 청년층, 고령층 등 비경제활동인구를 깨워서 고용 전선으로 내보낸다고 해도 저출산 고령화로 말미암은 핵심 생산 인구 비중 고갈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겁니다.
그리고 아무리 비경제활동인구 고용 확대 정책을 편다고 하더라도 2020년이면 한국 사회는 구직난보다 구인난이 심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MC 네, 결국 소위 ‘늙은 한국’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이민 같은 외국의 인적 자원 수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근 국내 체류 외국인이 15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죠?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결혼 이민자와 귀화자가 27만 명이고, 다문화 가정 구성원이 100만 명에 달하고 있으니까 우리 사회는 이미 다민족, 다문화 국가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외국인이 150만 명 이상 거주하는데도 이를 총괄할 정부 부처가 없고, 통합 이민법이 없는 나라가 바로 2013년 대한민국의 현주소예요.
2011년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취업 중인 외국인은 59만여 명으로, 이 중에서 비전문 취업과 방문 취업 등 비전문 인력이 54만여 명으로 92.1%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 정부가 2007년부터 조선족 동포에게 방문 취업 비자를 허용하면서 2007년 한 해에만 22만 명 이상이 한꺼번에 늘었다고 해요. 처음부터 원칙 없이 받아들이다 보니 단순노무직 등 비전문 인력 편중이 심한데요.
이렇게 비전문 인력 비중이 높은 건 내국인이 취업을 꺼리는 이른바 3D 업종에서 필요한 인력을 계속 요구하게 되면서 ‘고용 허가’를 받고 입국한 외국인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대 4년 10개월간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이들 비전문 인력은 불법 체류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큰 문제죠. 현재 국내에는 55만 명의 저숙련 근로자와 17만 명이 넘는 불법 체류자가 있다고 해요.
이처럼 주위를 둘러보면 곳곳마다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데도, 정부에 ‘이민’이라는 용어에 대한 통일된 규정이나 체계적인 외국인 인력 정책이 없다는 데 그 문제의 심각성은 더합니다.
MC 네, 실제로 국력을 가늠하는 많은 요인 가운데 ‘인구’도 한몫을 차지하잖아요? 우리 사회는 고령화와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노동력 부족이라는 장기 과제를 안고 있는 건데요. 이런 한국 사회의 인구 문제 해법으로 최근 이민 정책과 연계한 체계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죠?
주명룡 회장 네, 우리나라의 이민 등 외국인 관련 정책은 애초 ‘이민자’에 대한 통일된 정의도 내리지 않고 출발했기 때문에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1990년대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으로 시작한 결혼 이민의 역사가 20여 년을 넘었지만, 역대 정부는 이민이나 다문화 정책을 애써 외면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외국인 관련 제도는 ‘땜질식 정책, 누더기 법안’이 됐는데요.
현재 외국인 정책은 법무부, 다문화가정 정책은 여성가족부, 외국인 인력 정책은 고용노동부 등 업무별로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습니다. 국가 전체를 염두에 둔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각 부처의 소관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나뉘어 있어요.
따라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는 대통령이나 총리 직속으로 이민청 같은 독립 부처를 만들어서 흩어져 있는 외국인 관련 업무를 총괄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이민청 같은 컨트롤 타워가 없다 보니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게 바로 부처 간 업무 중복이거든요.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전국 211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한국어 교육과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의 한국어 교육을 대표적인 중복 사례로 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 콜센터 역시 중복이 심할뿐더러 결혼중개업체 관리도 각 부처가 자기 영역이라고 우기는 등 부처 간 밥그릇 싸움 탓에 외국인 지원 정책은 계속 헛바퀴만 굴리고 있는 거죠.
이렇다 보니 “각 부처가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가도 시간이 부족할 판인데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다”는 핀잔이나 눈총을 받을 수밖에요.
MC 네, 지금 전 세계는 외국인 인력 유치를 위해 무한경쟁 중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정부의 외국인 관련 정책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네요?
주명룡 회장 네, 더욱이 이렇게 부처 간 업무 중복이 심하면 당연히 정부 예산도 낭비되기 마련입니다.
지난해 여성부가 646억 6천7백만 원, 교육부와 법무부 등이 각각 수십억 원 등으로, 정부는 총 925억 2천백만 원의 예산을 다문화 정책 추진사업에 썼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중복되는 유사 사업에 쓰인 돈이 무려 620억 6천4백만 원으로, 이는 전체 예산의 3분의 2가량이나 됩니다.
이렇게 예산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다 보니 일부 지자체에서 이민 여성의 고국 방문과 같은 개인적인 일에도 연간 1억 원을 지출한 사례가 있다는 데 이르면, 정말 ‘유구무언’입니다.
MC 네, 저희 어렸을 때만 해도 단일민족이니, 배달민족이니 이런 말을 했는데요. 이제 이주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은 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조류가 돼버렸어요.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차별’을 포함한 ‘이중성’이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죠?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우리 한민족(韓民族)은 단군의 자손으로 단일민족이라고 배웠던 과거의 신화는 이미 깨진 지 오래입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와 귀화하기 시작한 게 삼국 시대 초기부터라고 하는데요.
우리가 익히 아는 가야국 김수로왕의 왕후였던 허황옥(許黃玉)은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였고요. 고려 광종 때 과거 제도를 도입해 시행한 쌍기도 중국에서 귀화한 사람입니다.
이 외에도 많은 이들이 귀화한 사실이 역사에 기록돼 있을뿐더러 전쟁, 무역, 문화 교류 등으로 인적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한국 사회는 예부터 단일민족이 아니라 다민족 국가였던 것이죠.
그럼에도 미국, 독일 등으로 이주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색 인종으로서 받았던 차별과 멸시를 경제력이 낮거나 제3 세계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이나 다문화가정, 유학생들에게 그대로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 절반 이상이 내국인들이 꺼리는 3D 업종에 종사하면서 내국인보다 주당 10시간 정도 더 일하는데도, 열악한 근무 환경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요.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탓에 장학금 줘서 키운 외국인 인재도 체류 기간이 끝난 후에는 한국에 남아 있기를 원하지 않는데요. 체류 연장을 해서라도 한국에서 일하기 위한 자격을 취득하려는 사람은 전체 유학생의 10%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한국에 매력을 느끼고 공부하러 오는 유학생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는데요. 하지만 한국 사회가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 보니 우수 인재인 유학생을 유치해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그야말로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죠.
아울러 국민 개개인의 이중적 차별 의식 개선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MC 네, 바야흐로 국적도 쇼핑하는 시대가 됐는데요.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로 귀화한 외국인들 역시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의 이민 모델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라고 조언하고 있죠?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독일과 프랑스가 사람이 아닌 노동력을 수입한다고 접근했던 탓에 사회에서 얼마나 잘 적응할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많은 어려움을 겪었죠.
일본도 역시 1980년대에 지금의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일본 정부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이민자들의 받아들이는 정책을 도입하지 않는 바람에 결국 세계 경제의 승자가 되지 못했죠.
따라서 고급 인력 이민 수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싱가포르의 이민 모델을 참고해서 우수한 외국인 인력을 받아들이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 한국형 이민 모델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실정에 맞는 종합적인 ‘한국형 이민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외국인 관련 제도와 조직을 정비하기 위해서 국무조정실 산하 3개 위원회로 쪼개진 조직부터 합치고 대통령 직속으로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지금이라도 우리가 어떤 외국인 또는 이민자를 받아들일지를 공론화하고,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이민청 설립을 포함한 중장기적인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등 세 가지로 요약해서 제안하고 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하죠? 정부는 하루빨리 각성해서 독일, 프랑스, 일본, 미국 등의 이민 정책 실패 경험을 답습하는 무능한 정부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MC 네,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 때문에 일어나는 우리 사회의 문제가 하나둘이 아닌데요. 정부의 책임 있는 이민 정책 추진을 촉구합니다.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오늘은 ‘다민족·다문화 국가인 한국 사회의 이민 정책’에 대해 말씀을 나눠봤습니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09.05
대한은퇴자협회(KA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