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일본 작가 소노 아야코 씨가 그의 책 ‘계로록(戒老錄)’, 우리나라에서는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로 번역돼 나왔는데요. 그 책에서 “자살은 더할 바 없는 예의 없는 일”이라고 했지요.
그만큼 삶과 생명은 소중한 건데요. 갈수록 자살 인구는 늘고 있고요, 특히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자그마치 8년째 고수하고 있어서 참 걱정스러워요?
주명룡 회장 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약 100만 명이 자살하고 있다는 아주 충격적인 통계를 발표했죠.
이는 40초마다 한 명꼴로 자살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것도 통계로 잡히는 것만 그렇고요. 전쟁과 살인에 의한 사망자를 합한 것보다 숫자가 더 많다고 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은 더합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자살을 기도한 사람들은 실제 자살까지 이른 사람들의 숫자보다 무려 20배나 된다고 하는데요. 다시 말해서 전 세계 인구의 5%가량이 살아 있는 동안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는 얘기죠.
2010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은 표준 인구 10만 명당 평균 12.9명의 자살률을 보이는 데 비해서, 한국은 평균 33.5명으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죠.
2위는 헝가리 23.3명, 3위는 일본 21.2명이었고요. 프랑스 16.2명, 미국 12.0명, 스웨덴 11.7명, 독일 10.8명, 영국 6.7명 등으로 나타났어요.
이로써 한국은 2004년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에 오른 이후 8년째 자살률 1위라는 치욕스러운 부동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을뿐더러 자살 증가 속도 역시 가장 빠르다고 합니다.
MC 일단 전 세계적으로 연간 자살자가 100만 명이라니 정말 충격적이네요. 지난해 울산광역시 인구가 대략 110만 명 정도였으니까 울산시 인구와 비슷한 숫자가 1년 안에 몽땅 사라진다는 얘기잖아요?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0년 한 해 동안 우리 사회에서 자살로 삶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이 1만 5,56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매일 42.6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셈이죠.
자살은 사회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입시와 취업 경쟁에서 고통받는 10~30대와 더는 기댈 데가 없는 노인 자살이 특히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고 합니다.
청소년의 13%, 즉 청소년 10만 명당 1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회, 사고 등 다른 원인을 제치고 ‘자살’이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사회가 바로 우리 사회의 현주소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정신질환 실태조사를 보면, 성인들 15.6%가 평생 한 차례 이상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했고, 실제로 3.2%는 ‘자살’을 시도했었다고 해요.
이처럼 우리나라의 ‘자살’ 문제는 양적인 면에서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와 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자살’로 말미암아 주변에 끼치는 파급력을 따졌을 때, 그 심각성은 더더욱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가족 중 한 사람이 ‘자살’로 사망한 유족들은 ‘자살자의 가족’이라는 사회적 낙인 외에도 심적으로 큰 고통을 느끼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이들 역시 정신적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일까지 발생해서 자살 가능성이 일반인들보다 4.2배까지 높아진다고 하거든요.
MC 네, 더구나 실제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숫자들까지 합하면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고 하죠?
주명룡 회장 네, 그렇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WHO의 자살 보고서를 주도한 세카르 삭세나 박사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일부 국가들에서는 자살률이 무려 6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는 최근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 국가 파산에 이른 나라들에서 국민의 ‘경제적 자살’이 크게 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실제로 가장 낮은 자살률 1위를 차지했던 그리스가 40년 만에 찾아온 경제 위기로 자살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스 보건부 장관이 최근 2년 새 자살률이 40%나 증가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는 사실로 이미 증명이 된 셈이거든요.
MC 네, 그런데 전쟁처럼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오히려 자살률이 떨어진다고 하잖아요. 왜 이처럼 많은 사람이, 특히 한국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걸까요?
주명룡 회장 네, 지난해 경찰청 통계를 보면,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정신적 문제 29.5% ▲질병 23.3% ▲경제적 어려움 15.7% ▲인간관계 15% 등의 순으로 나타났는데요.
1인당 국민총소득이 1만 1,292달러였던 2000년에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13.6명이었지만, 2만 562달러이던 2010년의 자살률은 되레 31.2명으로 수치가 높아졌다고 해요.
또 2010년 한국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 시간은 2천193시간으로, 2천242시간이던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는데요.
하지만 멕시코의 자살률은 한국의 6분의 1도 채 안 되는 4.8명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통계들을 놓고 보면 경제 수준이나 노동 강도 등이 자살률과 절대적 연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죠.
경제 수준이 멕시코보다 월등히 높고, 사회 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는 일본이 자살률 3위라는 것도 이 추론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보거든요. 해서 관건은 행복지수라고 설명하는 이도 있습니다.
경찰청이 분석한 ‘정신적 문제’라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개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와 관련이 깊다고 보는 거죠.
지난해 7월 이내찬 한성대 교수가 OECD 34개 회원국의 국민 행복지수를 연구 조사한 결과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4.20점으로 32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 꾸준히 오르고, 올림픽에서 전 세계 5위를 차지하는 등 이 때문에 국격이 날로 향상됐다고 하는지는 몰라도 결국, 이런 것들은 국민 개인 행복지수와는 크게 관계가 없다는 방증이겠죠.
MC 네, 행복지수 하면 부탄을 떠올리게 되죠.
“만약 정부가 그들 국민의 행복을 창출해낼 수 없다면, 그 정부는 존재의 가치가 없다. ‘국민총행복(GNH)이 ‘국민총생산(GDP)’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면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행복지수’를 만들어 실천하는 나라인데요.
우리나라 왜 그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많은지, 전문가들은 어떤 분석을 내놓고 있나요?
주명룡 회장 그동안 ‘살아야 하는 이유’와 ‘살려야 하는 이유’, 그리고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열정적으로 설파해 온 자살예방협회장을 역임한 하규섭 국립서울병원장은 크게 네 가지를 지목하고 있는데요.
먼저, 민주화, 경제성장 등 사회경제적 발전이라는 빛의 이면에 존재하는 그림자, 즉 인구 구조의 급속한 변화를 꼽습니다. 휴대전화만 해도 따라가기가 벅찰 정도로 하루가 멀다고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고 있잖아요?
한국인들은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빨랐던 변화와 발전에 적응하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했고, 이것이 필연적으로 스트레스를 동반했다는 것이죠. 그래서 하 원장은 이를 일종의 “풍요의 역설, 성공의 역설”로 풀이합니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급속한 고령화’를 지목합니다. 한국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데, 이런 현상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하거든요.
이는 나이가 들면서 병 때문에 겪는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 등이 겹쳐 우울증이 깊어지고, 사회적 고립 등과 연관됐을 때 어르신들이 쉽게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고 풀이하고 있죠.
세 번째로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풍토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우울, 불안, 불면 등의 정신적 고통이 정신질환으로 옮겨갑니다. 흔히 우울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하잖아요.
헌데 한국 사회는 이런 정신적 고통을 드러내놓고 상담하거나 치료받기를 극히 꺼리는 문화적 풍토가 고착돼 있습니다.
우울증 치료 비율이 20%에 불과하고, 자살 시도자의 80%가 자살을 시도하고 나서 생애 처음으로 정신과 의사를 만난다고 해요. 이런 우리 사회의 기막힌 현실이 어쩌면 자살을 방조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살 관련 내용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를 꼬집고 있습니다.
자살 방법에 대한 자세한 묘사나 사생활에 관한 보도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라고 불리는 일종의 모방 자살을 촉발시킬 수 있거든요.
이처럼 자살이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인 양 부채질하는 것 같은 이런 현상을 보면, 한국 사회가 마치 ‘자살 권하는 사회’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MC 하지만 이처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여전히 미흡한 현실이죠?
주명룡 회장 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자살 예방에 관심을 두게 된 게 몇 년밖에 안 됐다.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그저 자살률이 떨어지기만을 바라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지적합니다.
실제 2004년 처음 편성된 자살예방 관련 예산이 5억 원이었다고 해요. 당시 연간 자살자를 1만 명이라고 치면 1인당 5만 원꼴이죠.
보통 20명이 자살을 시도하면 1명이 실제 자살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는데, 자살 시도자 1명당 2천500원꼴로 돌아간 셈입니다. 그야말로 ‘새 발의 피’죠.
자살 예방에 이웃 일본은 연간 3,000억 원을 쓰고 있는 데 비해서, 지난 한 해 한국의 자살 예방 예산은 고작 22억 원밖에 안 됐다고 합니다. 그나마도 수년 전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액수라고 하니 참으로 ‘유구무언’입니다.
MC 고 법정 스님께서 “삶이 빛날 수 있는 건 죽음이 그 삶을 받쳐주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이처럼 죽음이 삶을 받쳐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인은 물론이고, 정부의 자살예방대책이 정말 시급하면서도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지난 4월 열린 ‘OECD가 본 한국의 정신건강정책 과제’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OECD 자문관 수잔 오코너가 한국의 정신 보건 의료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세 가지 권고안을 내놓았는데요.
입원 치료 중심에서 지역사회 기반 치료로의 전환, 일터에서의 정신치료 연계성 확대 등을 실행과제로 제시한 국민 정신건강 증진, 그리고 보건복지부를 넘어 전체를 포괄하는 주무부처가 필요하다는 관리체계와 리더십 등을 주문했죠.
아울러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정부 예산 투입을 확대하는 한편 복지부와 교육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문화부 등 정책적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덧붙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듯이,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간다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하루빨리 조성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MC 네, 한국이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려면 여러 측면에서 개인 인식의 전환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오늘은 ‘자살률 1위, 한국은 자살 공화국인가?’에 대해 말씀을 나눠봤습니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08.13
대한은퇴자협회(KA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