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와 나눔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KBS '출발 멋진 인생' 방송원고(130801)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8-02 오후 5:29:19

 

 

KBS MC 이지연의 출발 멋진 인생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MC 이지연의 출발 멋진 인생’, 노인 복지정보와 복지정책 등을 따끔하게 진단해 보는 시간입니다.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MC    최근 또 한 사람의 아까운 생명이 세상을 떠났어요.

 

남성연대 성재기 대표가 한강 투신 후 의도치 않게 세상을 떠나는 사고가 있었는데요. 관련 내용이 연일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고 있죠?

 

주명룡 회장    네,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25일 성재기 대표가 내일 한강에 투신하겠다며 남긴 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죽음 이후 남성연대가 발표한 대국민 성명서도 읽었고요.

 

‘진정한 의미의 양성평등을 위한 이슈’를 만들고, 그 이슈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자 일종의 ‘자살 퍼포먼스’를 벌였던 것으로 압니다.

 

세상사가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 이뤄진다면 다행이지만, 세상일이 어디 그렇던가요? 단지 퍼포먼스로만 끝났어야 할 일인데, 결국 그의 아까운 목숨이 희생되고 말았습니다.

 

고인은 남녀평등을 넘어 인간평등으로 가는 사회를 말하고자 한 것 외에도, 남성연대의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자금 1억 원을 모금하고자 했었죠.

 

그래서 저는 이 사건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려고 합니다.

 

MC    그럼 ‘남성운동’의 활동 방식과 진정한 양성평등에 대한 의견 말고, 은퇴협에서는 어떤 관점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시는데요?

 

주명룡 회장    네, 정부에서 추진하는 복지사업의 중복과 편중 폐해가 심각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기업, 개인 등 각종 기부활동으로 모금된 기부금 등의 사용처 역시 정부 부처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보고요.

 

고 성재기 대표의 죽음도 깊이 들여다보면 이런 복지기금 나눔 편중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거죠. 열악한 재정 현실, 바로 이게 남성연대를 비롯한 우리나라 비영리 단체들의 현주소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비영리 민간단체 현황을 보면, 총 1만 860개 단체가 등록돼 있습니다. 이 중에서 중앙행정기관 등록단체가 1천301곳이고, 시·도별 등록단체는 9천559곳입니다.

 

1만여 곳이 넘는 비영리 민간단체가 등록돼 있다고는 하지만, 이 중에서 과연 몇 곳이 살아남아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지요. 10분의 1만 살아남아도 꽤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작성한 ‘2012 연간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이 단체에서 모금한 금액이 전년 대비 12.6% 증가한 4천159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기업 모금액은 전년 대비 13.0% 증가한 2천924억 원이고, 개인 모금액은 전년 대비 11.8% 증가한 1천235억 원이었고요.

 

2012년도 집행 금액이 3천494억 원이었는데요. 지역사회 복지 1,771억 원, 아동·청소년 복지 841억 원, 장애인 복지 315억 원, 노인 복지 282억 원, 여성·다문화 복지 171억 원, 국외 및 기타 114억 원 등으로 집행됐습니다.

 

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투신 전 밝힌 글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대한민국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여성부와 수십 개의 여성 관련 기관, 600여 개의 여성단체가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성단체는 단 하나,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자발적인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해 온 남성연대뿐입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집행 내용을 보더라도 남성 복지 관련해서는 따로 집행한 금액이 없는 것으로 나오거든요.

 

故 성재기 대표가 오죽했으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그런 고육지책을 감행했을까 싶은 게, 참 여러 가지 면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MC    사실 NGO인 은퇴협의 사정 역시 남성연대 같은 비영리 단체들의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데요. 어떻습니까?

 

주명룡 회장    故 성재기 대표가 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온 힘을 다했지만, 무지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거기에다 늘 궁핍했습니다. 국민 세금을 지원받으면 여성부의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하는 현실 때문에 정부 지원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게다가 우리를 후원해주는 기업이 있을 리 만무했기 때문입니다. 지지하는 분들의 십시일반으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우리는 늘 돈과 싸워야 했습니다.”라고요.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비영리 단체 대부분이 겪는 고충이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은퇴협 역시도 사재를 털어 은퇴협을 창립하던 당시의 상황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정부나 기업 등의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회원들이 내는 연회비와 후원금 등으로 꾸려가고 있습니다.

 

이는 그야말로 ‘새 발의 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외에 은퇴협의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수익사업으로 시작한 사회적 기업 ‘나눔사회’가 있지만, 이 역시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고요.

 

결국, 사재를 털어 넣을 수밖에는 없는데요. 아무리 써도 재물이 줄지 않은 화수분이 아니고서야 감당이 벅찰 때가 더러 있습니다.

 

그래도 12년을 용케 끌고 왔으니 감회가 남다르죠.

 

MC    네, 그야말로 ‘돈이 나오지도, 떡이 나오지도 않는 일’에 자신의 열정을 다 바친다는 게 남다른 목표와 사명감이 없으면 쉽사리 덤벼들기 어려운 일이잖아요. 고 성재기 대표의 죽음이 더욱더 안타깝게 여겨지네요.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한쪽에서는 재정 궁핍을 견디다 못한 단체의 대표가 죽어 나가는데, 또 다른 한쪽에서는 정부 복지사업이 ‘중복’과 ‘편중’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야단입니다.

 

현행 복지사업은 보건복지부 등 16개 부처 297개 사업에 이릅니다. 2012년 기준 정부 총지출 325조 4천억 원 가운데 사회복지·보건 분야 지출은 92조 6천억 원으로 28.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요.

 

지난 5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복지사업의 중복 및 편중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요,

 

복지 분야의 양적 규모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지만, 사업의 진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중복’과 ‘편중’ 현상 때문에 복지 재원 활용이 비효율적이고, 복지 급여 제공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준 곳에 또 주는 ‘중복’ 현상은 복지사업의 수행 주체인 부처 간, 또는 같은 부처의 부서 간 비슷한 정책의 집행 때문으로, 사업의 대상과 욕구가 서로 중첩되고 전체 복지사업의 효율성이 저하되는 현상인데요.

 

예를 들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기준이 되는 최저생계비에 광열비가 이미 포함됐지만, 연탄 쿠폰 지급, 지역난방요금 감면, 도시가스 요금 감면 등을 따로 받는 등 급여가 중복으로 지급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복지사업이 보육과 의료 등 기본욕구와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 등 특정 계층에 편중돼서 복지급여 제공의 형평성 역시 문제가 되고 있죠.

 

이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예전부터 거론됐었는데요. 오죽하면 정부 지원금을 ‘눈먼 돈’이라며, 쓰지 못하는 사람을 오히려 바보 취급했으려고요.

 

국민 인식 수준에 여기에까지 미치니까 한국의 부패 문제가 아시아 선진국 중 가장 심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MC    네, 국민 인식 수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방향이 조금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주명룡 회장    네, 제가 자주 하는 얘기긴 합니다만, 우리나라는 ‘밥 퍼’ 수준의 나눔에는 기부가 인색하지 않은데요. 은퇴협 같이 중장년층의 권익옹호나 사회변화운동 등을 하는 단체에는 기부나 후원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없으니 그렇기도 하겠다고 일견 이해를 해보지만, 먼 장래를 바라보는 투자에는 정말 인색한 것이 사실이거든요.

 

물론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을 해결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대해 애정 어린 시선으로 감시하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 나가는 것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정부 정책의 잘잘못에 따라 국민 생활이 좌지우지되잖아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오지 않으면 마음을 내지 않는데요.

 

은퇴협이나 남성연대처럼 이런 공익과 관련된 일을 하는 단체에도 아낌없이 기부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합니다.

 

MC    네, 그리고 나눔의 중복이나 편중 외에도 기부의 중복이나 편중 현상도 없어져야 할 텐데요.

 

주명룡 회장    네, 그렇습니다. 그래야만 故 성재기 대표 같은 분이 다시는 나오지 않겠지요.

 

톨스토이가 “부(富)는 거름과 같아서 쌓아두면 악취를 풍기지만, 뿌려주면 땅을 기름지게 한다”고 했다는데요.

 

며칠 전 “국내 기업 사회공헌 투자 늘려도 감동 지수는 기대 이하”라며, 국민 80%가 “생색내기용”이라고 평가가 싸늘하다는 신문기사를 봤습니다.

 

예상 외로 국내 기업들이 미국이나 일본 기업보다 2배 이상 사회공헌에 투자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2011년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총 투자액은 3조 1,241억 원으로 2005년 대비 2.2배가량 증가했고요. 2007년 1조 9,556억 원, 2008년 2조 1,601억 원, 2009년 2조 6,517억 원, 2010년 2조 8,735억 원 등으로 그동안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어요.

 

그렇지만 제일기획이 남녀 1,0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업이 사회공헌을 잘한다’고 평가하는 국민은 10명당 3명꼴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이처럼 국민의 평가가 낮은 데에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고요.

 

따라서 다양성에 기반을 둔 공감형 사회공헌, 소비자가 함께하는 참여형 사회공헌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MC    네, 셰익스피어가 “기부, 자선이라는 덕성은 이중으로 축복받는 것이다. 주는 자와 받는 자를 두루 축복하는 것이니, 미덕 중에서도 최고의 미덕이다.” 이런 말을 했다고 하죠.

 

기부와 나눔의 사각지대가 사라져서 앞으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나오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오늘은 ‘남성연대 대표의 죽음으로 본 기부와 나눔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대해 말씀을 나눠봤습니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08.02

대한은퇴퇴자협회(KA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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