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지난 4월 30일, 드디어 ‘정년 60세 연장 의무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죠?
주명룡 회장 네. 은퇴자협회에서도 지난달 24일, 정년 60세 연장 법안을 환영하며, 이 법안이 여야 모두 이의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시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어요.
대한민국은 하루 평균 1,300명이 태어나고, 매일 2,000여 명이 50세 생일을 맞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인 건 이미 알고 계시지요? 이처럼 급속한 노령화는 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죠.
기본 경제 지식만 있으면 예상할 수 있듯이 4, 5년 후면 우리 사회는 인구 감소로 전환됩니다. 이러한 인구 감소는 곧바로 인력 부족 현상을 초래하게 돼서 중장년층 인력 활용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지요.
MC 그런데 정년 60세 연장을 바라보는 재계와 노동계의 시각차가 큰 것 같더군요.
주명룡 회장 네. 언론 보도를 보면, 일단 노동계는 ‘환영’, 재계는 ‘반대’ 입장으로, 논쟁에 불이 붙었지요.
그동안 노동계는 노후 빈곤 대책 수립 차원뿐만이 아니라 경제활동 인구 확보를 위해서도 고령층 인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었어요.
반면 재계는 기업의 고용 유지 부담을 가중시키고,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라면서, 과도한 입법이고 시기상조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MC 일본은 지난 4월 1일부터 65세 정년제를 시행하고 있고요, 미국은 이미 27년 전에 70세 정년을 폐지해 나이에 상관없이 일할 수 있게 했잖아요?
물론 이들 나라는 우리나라의 연공급 임금체계와는 다른 임금체계가 보편화돼 있어서 기업의 부담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우리보다 먼저 정년 연장을 시행한 다른 나라들은 어땠나요?
주명룡 회장 네, 지금 우리나라 재계와 노동계,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겪고 있는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어요.
일찍이 정년 연장 문제를 우리보다 앞서 겪은 유럽 국가들도 정부를 상대로 시위를 벌이는 등 신구 세대 간 갈등으로 한때 몸살을 앓았었다고 합니다.
한 예로, 프랑스 정부는 2010년 노동계의 거센 반대에도 2018년까지 근로자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늦추고, 연금 수령 개시일도 65세에서 67세로 2년 연장하는 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어요.
청년들은 일자리가 줄어든다면서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고, 퇴직 후 연금으로 편안한 노후를 기대했던 중장년층 근로자들도 이 개정안에 반대하며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고 해요.
프랑스도 지금 우리나라의 경우와 비슷하게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연금 수령자는 늘어난 대신 출산율 저하와 고용 부진으로 연금 납부자는 줄면서 연금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었지요.
MC 네, 프랑스는 정년 연장과 함께 연금 수급 개시 나이가 늦춰지는 데 대한 관심이 더 컸죠? 그래서 우리와는 달리 청년들뿐 아니라 중장년층 근로자들도 개정안에 반대했던 건데요.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정년 연장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주명룡 회장 기대 수명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부모 세대의 정년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일자리와 연금 문제 등에서 청년층에게만 계속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하지요.
그도 그럴 것이 청년 실업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인데 이제 정년 연장까지 하면 청년 고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는 거죠.
반면에 부모 세대의 정년이 연장되면 가정 경제가 안정돼 취업에만 매달릴 수 있지 않겠느냐며 낙관적 반응을 보이는 축도 있고요.
이제 파릇파릇한 사회 초년병들은 구직하면 언젠가는 정년 연장 혜택을 보겠지만, 아직은 너무 먼일이라 선뜻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얘기도 일견 이해가 갑니다.
이렇듯 이해득실을 떠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이를 세대 간 갈등이라고 못 박아 말하는 것은 오히려 긴장 관계를 조장하는 측면이 강해요.
정년 연장 역시 세대 간 견해 차이가 분명 있을 거예요. 이 차이를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MC 그런데 한편에서는 세대 간 일자리 다툼은 기우라고 하잖아요.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주명룡 회장 네, 결론적으로 말해 ‘기우’, 맞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정년 연장이 세대 간 갈등을 불러온다는 것은 비용 부담 증가를 염려한 기업들이 내놓은 반대 논리일 뿐이라고 일축합니다.
청년층이 정년 연장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내 일자리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지요.
청년층에게 시키는 일과 중장년층에게 요구하는 일의 종류가 서로 달라서, 이것은 사실 논리적 근거가 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기업의 정년 실태와 퇴직 관리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중장년층 고용 증가가 청년층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증거가 없어 세대 간 고용 대체 가설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은 정부가 예산과 고용 인원을 통제하기 때문에 정년 연장으로 위에서 사람이 빠져나가지 않으면 청년층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는 있지만, 오히려 양자 간 보완관계가 강하고, 일본과 유럽에서도 조기 퇴직과 청년층 일자리 증가의 상관관계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어요.
이러한 전문가의 연구 분석이 아니더라도, 실제 고용 현장에서 느끼는 것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지난 3월 19일 노인인력개발원이 발표한 ‘OECD 15개국 청년 고용과 중·고령자 고용의 대체 관계’ 연구 보고에서는 55~64세 중·고령자 고용률이 높을수록 15~24세 청년층 고용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 주기도 했죠.
따라서 청년층 고용의 해결책은 중·고령층 고용 정책에 미온적 태도로 대처하지 말고,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부가 가치가 높은 서비스 산업을 늘려서 청년층 고용을 높일 수 있는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데서 그 실마리를 찾으라고 합니다.
MC 네, 그런데도 아직 준비가 덜된 상태라느니, 정년 60세 연장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거든요.
60세 정년 법안이 현실로 안착하게 하려면 어떤 해법이 필요할까요?
주명룡 회장 재계와 노동계 어느 쪽이 됐든 불가피하게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을 거예요. 일단은 서로 양보하고 협력하면서 돌파구를 찾아 나가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정년 60세 의무화 법안과 함께 임금 피크제를 도입해서 임금 유연화를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시다시피 임금 피크제는 일정한 나이까지 연공서열에 따라 급여를 올려 주고, 그 이후부터는 일정 급여를 깎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해 주는 제도지요.
50대 근로자의 임금이 20대보다 1.87배나 높아요. 이런 현실에서 정년 연장은 기업에 많은 인건비 부담을 가져옵니다. 상생하려면 노동계 측에서도 발생 비용 분담을 통해 일정 부분 고통을 감내해야 하겠지요.
기업 측은 임금 피크제 대상자들의 풍부한 경험과 기술, 역량 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작업 여건과 직무를 개발함으로써, 이들의 임금보다 높은 생산성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청년 인력 신규 채용에 힘써야 합니다.
또 노사 협력 못지않게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기업들이 2016년까지 정년 60세 시스템을 자율적으로 실행해 시장 성숙도를 향상시킬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지요.
이러한 노·사·정 간의 적극적인 노력과 협력은 정년 60세 시대의 안착과 더불어 조만간 다가올 정년 65세 시대를 슬기롭게 맞이하는 밑거름이 될 겁니다.
MC 네, 노·사·정 간의 대화와 협력이 밑바탕 돼야 한다는 거죠. 우리보다 앞서 65세 정년제를 시행한 이웃 일본은 어땠나요?
주명룡 회장 한국과 고용과 임금 관행이 비슷한 일본은 법제화 이전에 정년과 고용연장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단계를 밟아서 추진해 왔어요.
하지만 60세 정년제로 이행되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일본은 정부 주도로 정년 연장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고자 적극적인 홍보 활동과 더불어 임금제도 개선연구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어요.
노사 간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져서 1979년 열린 관서산업 노사회의에서 노사 모두 정년 연장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근로자의 생계비가 정점에 도달하는 45~50세 이후부터 연공서열형 임금제도를 능력과 직무를 중요시하는 임금제도로 개편해서 정년이 연장되는 기간에 퇴직금이 증가하지 않도록 한다는 데 합의했지요.
그 결과 60세 정년을 의무화할 1998년 당시 일본 기업의 60세 정년 도입률은 무려 93.3%였다고 합니다.
MC 그러니 법으로 의무화해도 별로 문제가 없었겠네요.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는데요.
어쨌든 노·사·정 모두의 앞에 정년 연장이라는 주사위가 던져졌으니까 대화와 타협으로 잘 헤쳐나가야 하겠지요?
주명룡 회장 네, 그래요.
한국에서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건 불과 2년 남짓밖에 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이제 제정된 60세 정년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어 적절한 조치가 요구됩니다.
이를테면, 정년 55세인 직장이라면 1961년생부터, 정년 58세를 채택하고 있는 직장이라면 1958년생부터 정년 연장 적용을 받거든요.
이러한 각각의 경우를 놓고 볼 때, 1957년생이나 1960년생은 단 하루 차이로 정년 연장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더 비유적으로 얘기하면, 1년 먼저 태어남으로써 5년 또는 2년 더 일할 기회를 잃게 된 거지요
앞으로 정년 연장 시행 후 3년 안에 노사가 협의하여 이들도 혜택을 받을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