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예전에는 어지간하게 저축 좀 해놓고 집칸이라도 있으면 노후에 사는 데 크게 지장이 없던 시절도 있었는데요.
요즘 금리가 곤두박질하다 보니까 노년층의 생활이 점점 더 궁핍해지는 것 같아요?
주명룡 회장 네. 5억을 넣어도 월 이자가 고작 100만 원인 시절이 왔습니다.
우리 사회를 보면, 여러 가지로 일본을 쫓아가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제 드디어 일본의 금리까지 좇아 잡았습니다.
사실 현금 5억을 은행에 넣을 수 있는 처지라면 아주 괜찮은 퇴직자죠. 예전에는 5억이면 이자 소득세를 떼고도 연 3천만 원 정도 소득을 기대했는데 이제는 정기예금을 해도 3% 겨우 넘는 수준이니까 참 한심하다고들 합니다.
협회원들 교육 때 “월 100만 원 급료를 받을 수 있으면 얼른 가십시오. 월 100만 원은 현금 3억을 은행에 예금한 것과 같습니다.”라고 했는데, 이젠 “5억을 예금한 것과 같습니다,”로 바꾸게 됐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오랜만에 재형저축 제도를 내놓고 금리 조절에 안간힘을 쏟는 것 같습니다.
MC 네. 지금 금리 2% 시대를 맞고 있는데요. 이런 저금리는 이자 생활하는 분들만 고통을 받는 게 아니라, 보험사, 연기금 투자기관들에도 연쇄 반응을 가져와서 노년층에게 문제가 되고 있잖아요? 그러니 고용문제, 일자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명룡 회장 네. 박근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리 사회에 뜨는 해, 지는 해의 음양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젊은 시절 사회 초년병으로 어떤 일자리에 발을 들여놨었느냐에 따라 노년기 생활이 크게 양극화되는 사회현상을 짚어 보고 싶습니다.
즉, 같은 시기에 비슷한 처지에서 대학을 마쳤어도 기업으로 갔느냐, 공직으로 갔느냐에 따라 노년기가 아주 판이해지는데요. 극과 극을 달리는 전관예우를 받는 분들, 그리고 생계를 위해-이제까지 해온 일과 전혀 관계없는-감시직 근로 즉, 아파트 관리원으로 일해야 하는 분들 경우입니다.
우리나라의 한 대형 로펌에는 700명의 변호사가 있는데 그 중 200명 이상이 공직자들로, 이름을 걸고 있다고 합니다. 또, 10대 그룹 사외이사의 33%가 법조계나 경제관료 출신이라 합니다.
국세청 같은 데서 고위직으로 재직하다 퇴직한다 하면 “출근하십시오.” 하는 요청이 와 있기 마련이라고들 합니다.
그런가 하면 일반 기업 출신들은 전직준비를 열심히 해서 용케 자리를 잡으신 분들은 극소수이고, 대부분 준비가 안 된 노년기에 허드렛일을 찾아 서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MC 네, 정말 극과 극이네요. 똑같이 젊은 시절 어려운 시험을 보고 취업을 했어도 한쪽은 공직으로, 다른 한쪽은 기업으로 출발한 결과, 인생 후반의 모습이 그렇게 달라지는 거군요.
주명룡 회장 그렇습니다. 한쪽에선 전관예우라는 보이지 않는 제도에 힘입어, 이름만 걸어 놓고 연 수억, 월 1억 이상 받는 분도 있지만, 다른 한쪽에선 월 100만 원짜리 아파트 경비직에 목을 매기도 하고, 이렇게 노년기 모습은 너무 극과 극입니다.
직장에서의 차이야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해왔던 일에 따라 인생의 후반에서 우리 사회에서만 은밀히 진행되는 전관예우는 문제가 된다는 것이죠.
퇴직한 고위 공직자를 뜻하는 ‘전관’은 현재 권력이자 미래 권력이라고들 합니다. 전관의 힘이 막강하므로 거기에 돈이 쏠리고 이상한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것이죠.
고등법원 부장급 판사 출신이라면 월 5천~1억 원이라고 하니, 연봉으로 따지면 6~12억 원입니다. 이러니 젊은이들이 기를 쓰고 사법시험에 행정고시에 목을 매고, 그런 자리에서 퇴직했거나 퇴직 예정자들은 은밀히 갈 자리를 알아보는 겁니다.
MC 네. 특히 요즘 공직 이전이 많은 시기다 보니까 전관예우에 대한 시비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7개월 일하고 7억을 받았다고 요란하게 보도되기도 했죠?
주명룡 회장 그렇습니다. 이번 장관 청문회를 보니 로펌에 몸을 담은 16개월 동안에 16억을 번 분,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대법관 퇴임 이후 5년간 수임료로 60억 원을 벌었고,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소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2011년 개업 이래 수임료가 100억 원이 넘는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이렇게 세월 좋으신 분들 얘기만 하니 열을 좀 받는데요. 제 주변에 계신 분들, 회원 중에 어려운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참, 한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다른 모습의 삶을 살 수도 있구나 싶어 뭉클합니다.
어제 오후 압구정에서 약속이 있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틈을 내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늦은 점심을 했습니다. 일식 코너에서 회덮밥을 먹었는데, 회덮밥 값이 1만 오천 원입니다. 괜찮은 일식집에 가도 만 원을 넘지 않죠.
제가 뉴욕, 뉴욕에서도 맨해튼에서 살던 사람인데, 삭스나 블루밍데일을 가도 이방인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어제는 느낌이 편치 않았습니다.
내친김에 이민 가기 전에 살았던 아파트에 가서 한참 올려다봤습니다. 어떻게 이런 지하 주차장도 없는 곳에서 살았나 하는 생각, 그 시절 살던 11층에서 내려다보면 듬성듬성 비어있던 주차공간이 있었는데, 이 많은 차들, 혼자 한심한 생각도 했죠. 내 또래 아파트 관리인이 누굴 찾느냐고 해서 돌아 나왔습니다.
MC 네, 극단적인 예가 되겠는데요. 회덮밥을 6천 원에 먹을 수도 있고, 만 원, 2만 원에도 사 먹는 부류가 있으니까 세상살이가 복잡한 거겠지요.
하긴 어떤 곳에서는 비싸야 더 잘 팔린다고 하잖아요. 세상이 골고루 평등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게 또 세상이죠.
주명룡 회장 그렇습니다. 그 압구정 아파트 관리인들은 안전 감시직이라기보다 주차관리가 주 업무라고 보면 된다고 합니다. 업무의 80%가 주차관리라고 합니다.
그러니 압구정 현대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취업하려면 능숙한 주차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자리도 잘 나오지 않지만 나온다 해도 주차 실력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죠.
매일 아침이 되면 주차전쟁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주차공간이 없으니 겹겹이 쌓인 차들을 넣고 빼고 하면서 출근하는 아파트 주민의 편의를 봐 주는 건데요. 차들이 빠져나갈 때마다 일렬 주차된 차들을 빈자리로 요리조리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이 아침 일이라 합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라는 명품 아파트가 주차장 시설이 없어 벌어지는 진풍경이지요. 이렇게 해서 많은 차가 출근하고 나면 도로변에 노상 주차해 놓은 주민 차들을 다시 아파트 주차장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한다 합니다.
오전 9시부터는 구청의 도로 불법주차 단속이 시작되니까요. 딱지라도 떼이게 되면 정말 차 주인으로부터 심한 말을 들어야 하고, 견인이라도 당하게 되면 난리랍니다. 접촉 사고도 잦은데 배상은 경비원 몫으로 몇 달 치 월급이 그냥 날아간다 합니다. 하소연도 못하고 처리한 경우들이 많다 합니다.
여기에 취직이 되면 주차관리 요령부터 배운다고 하니 운전도 서툴고, 주민, 특히 사모님들 비위를 맞출 줄 모르는 무덤덤한 일반 퇴직자들은 압구정동 아파트 관리직에도 들어가기 어려운 셈입니다.
MC 네, 두어 달 전 해고에 반대하면서 현대아파트 굴뚝에 올라가 그 추운 겨울에 시위한 아파트 경비원 소식이 생각나는데요. 그분들 자리가 보통 자리가 아니었군요.
주명룡 회장 네. 전관예우 자리는 아니지만 보통 아파트 단지와는 다른 직장이지요.
보통 담뱃값이라며 주민이 넣어주는 돈이 2~30만 원, 또 100만 원 정도를 담뱃값으로 받은 예도 있다 합니다.
더구나 현대는 다른 아파트와 달리 아파트에 직접 고용된 정규직이고, 정년이 60세까지 보장된다니 괜찮은 직장이지요.
MC 네. 그렇게 전관예우를 받는 일자리가 있는가 하면, 아파트 경비직 일자리에 목을 매야 하는 우리 사회 현실이 참 답답하네요.
주명룡 회장 네. 미국이나 일본의 예를 보면 전관예우라는 게 없습니다.
가령 미국에선 현직 판검사가 전관 변호사를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도 합석하지도 않고, 그 마주친 사실을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할 만큼 윤리 기준이 서 있습니다.
버젓이 고급 식당 밀실에서 마주 앉아 주고받는 우리 사회의 전관문화, 당연히 제제가 있어야 하죠.
일본에서도 고위직 전관들이 후배들의 업무에 방해된다는 인식이 강해서 로펌에 간다든지 하는 행위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노년기에 서민 아파트 관리를 해도 못나서 차별받는 것 같지 않은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MC 네, ‘주명룡 회장의 시니어 정책, 어떤가요?’ 오늘은 전관예우에 대한 말씀을 나눠봤습니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