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엔 얼른 나이 들어도 좋겠다 싶을 만큼 어르신들에 대한 존경과 예우가 뒤따랐는 데 요즘은 나이 들면 소위 나이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구요, 또 그래야만 대접을 받는 시대가 된 것 같 아요. 그런데 실제로 노년층이 사회적인 책무를 다하기가 쉽지 않은 게 또 현실이죠? 저도 늘 현장에서 나이 드신 회원들을 대하게 되는데요. 대부분 저희 협회를 드나드시는 분들을 보면 교육 아니면 일자리 관련으로 오시는 분들입니다. 일반적인 봉사나 사회적으로 쓰임이 되겠다고 오시는 분들은 매우 드물죠. 4년전 은퇴자협회가 마포에서 광나루로 이사한 다음날 첫 출근을 하는데, 광나루 역 앞에 여 기저기 한 무리씩 산행을 하려는 장노년층들이 수십명씩 서성거리고 있더군요. 그래서 무심히 큰기업 같은 데서 단체로 산에 오르나 보다 했어요. 그런데 다음날도, 또 그다음날도, 그렇게들 산행하는 사람들이 몰 려 있는 거예요. 결국은 스스로 알게 됐습니다만, 할 일이 없으니까 몸 관리 겸 돈도 제일 안든다는 산행 을 한다는 거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유수한 인력들이 할 일이 없고 시간은 죽여야 하니까, 그야말로 ‘FULL TIME’으로 산에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아까운 인력들이 그렇게 퇴직과 함께 쓸 모 없는 인생으로 내몰리고 있죠. 그런 데 그분들은 그렇게라도 해야만 한다고 얘기하잖아요? 한편으로는 그 말이 이해가 되기도 하던데요? 이유 다 있죠. 특히 명예스럽지못한 조기 퇴직이나 실직을 당한 분들의 충격은 대단합니다. 세상에서 탈락 한 것 같은 기분, 소외감, 상실감, 배제, 불안, 분노, 뭐 이런 것들이 뒤범벅 된 그런 기분들이 들 텐데 요. 마음에 맞는 예전 친구들과 산에 올라가서, 소주라도 나누면서 속내 고통을 털어낼 수 있다는 것도 좋 은 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세상을 살아 갈 것이냐 하는 겁니다. 당연 히 그 기간이 길어선 안되겠죠. 퇴직이 불안한 이유는 남은 인생이 길고, 또 나에게 노화라는 현상이 일어 나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경제적 불안과 함께, 내가 해온 일 이외에는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일 텐데 요. 그렇다면 거기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서야 하는 것도 장노년층이 가져야 할 기초적인 사회 책무라고 얘 기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제2의 인생을 개척하고, 진로를 설정하는 것 등도 장노년층의 사회 책 무라는 말씀이시죠? 이제 다 아는 애깁니다만, 지공선사 라는 말 만 해도 그렇습니다. 65세 넘어 지하철을 무료로 타는 세대를 칭하는 말인데요. 오이도로 천안으로 수락산으로, 어디든 공짜로 나들이를 다닐 수 있는 차편이 대기중입니 다. 건강한 다리(몸)와, 점심 또는 저녁을 할 수 있는 약간의 돈만 있으면 되죠. 요즘 온양온천으로의 여행 이 유행이라는데요.‘도착하지마자 온천물에 목욕하고, 몇 천 원짜리 점심이나 또는 저녁을 들고, 교통체 증 걱정할 필요도 없는 자가용 같은 열차에 몸을 실고 서울로 온다’ 이런 지공대사와 같은 특권도 누리려 면 이 사회의 어른들이라는 책임을 조금이라도 인식하고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기여하면 서 이용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그런데 세상이 불러 주질 않고, 주변 환경이 다 그러니까, 그냥 그 무리에 껴서 세월을 보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한편으로 철저하게 퇴직준비를 해왔거나 삶의 목표 가 뚜렷하게 설정 되어있는 분들은 오히려 퇴직 후의 삶이 매일 바쁘다는 말씀들을 하시죠? 그렇습니다. 목표가 뚜렷한 분들은 노년기에 와서 더욱 바쁘다고들 하십니다. 배울 것도 많고, 해보고 싶 은 것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고, 이러다 보니 매일 매일이 분주하고 생기 있게 돌아갑니다. 퇴직 후 삶의 목표가 없다는 것은 길 잃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장노년층이 삶의 목표를 가지지 않는 이유를 살 펴보면 사실 핑계가 많습니다. 첫째, 현재의 상태가 부분적이라도 만족감을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목표를 갖게 되었을 때 감당해야 할 부분이 싫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뭐 목표를 세우고 어렵 게 나가지 않더라도 현실에서 즉각적으로 만족을 받을 수 있는 유혹들이 많다는 것이죠. (예, 산행, 소주 한잔하기, 장기, 바둑 도박등등) 마지막으로 목표에서 빗나가 실패했을 때 자존심이 상하게 되는 것을 두려 워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은 “생각을 바꿔라, 그러면 인생이 바뀐다”.“내가 변해야 한다”“아무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라는 말들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 신노년층도 등장하면서 새로운 변화와 신노년문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하고 있는데 요. 앞으로 세대가 바뀌면 그런 분위기쪽으로 더 많이 변해가지 않겠나 싶어요? 지금의 40대, 또는 30대 후기의 베비 부머들이 나이 먹어 올라오면 긍정적인 면의 변화가 많이 올 것입니 다. 제가 자주 인용하는 미국은퇴자 협회의 모토, 봉사받지 말고 봉사하자. 한국은퇴자협회의 설립 모토 인,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시렵니까” 들은, 나이 먹어가는 세대들에게 암시적인 사회적 책무를 묻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노령단체들을 보면 큰 틀에서 사회적 변화를 촉구합니다. 미래와 사회통합적인 면, 그 리고 세대간의 융합을 얘기하죠. 지금 한국 노년계는 노인교통수당 2만원씩 지급하라는 게 제일 큰 이슈인 것 같습니다. 성명서를 보면 “노인복지를 많이 증진시켜주신 정부와 각 정당에 깊이 감시드립니다”로 시 작 합니다. 그리고 결론은 기초노령연금 혜택을 못받는 노년층 150만명에게 월 2만원씩 교통수강이 지급되 게끔 간곡히 요청 합니다“로 되어 있습니다. 너무 비굴합니다. 누가 누구에게 사정을 얘기하는 것인지.. 국가의 주인이 누군지도 망각한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 한편, 각 지자체는 지하철 무임승차로 수천 억씩 손실을 보고 있다고 대책을 요구합니다. 물론 이것이 노년층 때문만은 아닙니다만, 세상이 노년층을 곱지 않게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아야죠. 지하철 공짜로 타고 다니면서 또 교통수당 내놔라,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말씀에 섭섭해 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그러실 분들도 많이 계시겠죠.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좀 더 어른스럽게 하자. 돈 2만원 더 달라는 것 보다는 기초노령 연금을 현실화하라든지, 20만원 일자리를 좀 더 질을 높여서 4~50만원을 받는 일자릴 내놔라 하는 게 듣기도 좋고, 혜택도 더 크다는 거죠. 기존에 12000원씩 나오던 교통수당이 기초노령연금 에 흡수되면서, 그나마 액수가 올라간 상태에서 또다시 교통수당 내놔라, 그것도 기초노령연금수령자보다 는 생활이 나은 사람들이 빠진 것인데, 이분들에게도 2만원씩 줘라 하는 건, 이거 아니면 저거 내놔라는 노 인들 떼거리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참, 나이 들어 어른노릇 하기 쉽지 않아요. 집안 어른이자 사회어른도 되어야 하는데 노년층의 책무, 한마디로 마무리 해주시죠? 네, 책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직무에 따른 책임이나 임무를 말한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 니까 노년층의 직무가 뭐냐, 또 여기에 따른 책임과 임무는 뭐냐를 생각해 봐야겠죠. 흔히들 노년층이 갖 고 있는 생각은 그동안 우리가 고생했으니까 이제 대우 좀 해달라입니다. 이 대우, 또는 대접이 존경스럽 진 못하더라도 존중될 수 있을 만큼 책임과 의무를 꾸려 나가면서 스스로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분위기로 이끌어야 한다고 봅니다.‘사정 조’, ‘애걸 조’는 노년층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존엄성을 스스로 벗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요? 차라리 노년층들이 연대하고 저항하면서 당당하게 세력화해서, “내놔”, 하는 것 이 더 멋있고 존경받으면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