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3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 은퇴문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4-09
지난 3일에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고령화와 은퇴문화”에 대한 자
문회의가 열렸는데요. 주명룡 회장님께서도 참석하셨죠?

처음에 자문회의 참석 요구가 왔을 때 “은퇴문화에 문화관광부가 관심 가져? 하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
렇지만 곧 바로 정말 이런 관심을 가질 수 있게끔 우리사회가 발전하고 있구나, 그런 부분에서 관련부처는
교육부나 복지부보다, 사회적 문화 관심도가 월등히 높은 문화부가 손대면 많은 발전이 있겠구나 했습니
다. 학자 몇 분도 참석했었는데, 아주 기초적인 부분부터 의견 청취가 이루어져서 취합되는 단계로 나간다
고 하니까 장노년 문화에 대한 발전적인 안들이 나오리라 봅니다.

사실 예전엔 은퇴라든가, 은퇴문화라는 말은 듣기 어려웠죠. 2000년에 우리사회가 노령
화 사회에 들어서고, 때 맞춰, 한국은퇴자협회가 창립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말들을 사용하게 되지 않았
습니까?

은퇴라는 말 자체가 우리사회가 받아드리지 않으려는 금기적인 단어였습니다. 협회창립을 위해 귀국했을
때, 뉴욕주재 언론사 특파원들이 뉴욕발로 보도를 해줘서 도착하자마자 꽤 많은 언론 인터뷰를 받았습니
다. 그중 하나가 ‘은퇴’가 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질문 속에는 ‘은퇴’라는 단어의 의미가 주는 부
정적인 어감에서, 무슨 이런 단체를 창립하러 미국에서부터 왔느냐 하는 뜻이 강했습니다. 제가 뉴욕한인회
장직을 끝내고 교포 장노년층을 위한 단체 결성 준비를 하면서도, 제일 많이 의견을 듣고, 결정하는데 시간
이 걸린 부분이 협회의 이름을 짓는 일이었습니다. 저와 같이 창립을 한 뉴욕 관련교포들도, 이 부분에 많
은 이견을 냈습니다. 그러면서도 ‘은퇴’라는 말보다 깊고, 크게 싸안아 표기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그
냥 하자였습니다. 그래서 KARP라는 영문명과 함께 대한은퇴자협회라는 단체명으로 미국정부 등록을 했었
죠.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국내에서 벌써 7년이 지나갔잖아요. 지금 문화관광부가 관심
을 갖고 있다 해도 당장 획기적인 일이 벌어지기 힘들고, 또 아무래도 문화적 측면이 강할 것 같은데, 한국
은퇴자협회장으로서 ‘은퇴’에 대한 정의 좀 내려 주시죠.?

‘은퇴’라는 말을 사전적으로 들여다보면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
‘생산 활동은 중단했지만 지속적으로 소비는 하고 있는 삶의 형태로, 단순히 직장을 그만 두는 것을 의미
하는 ‘퇴직’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 사회 단면이 그대로 들어나는 말입니다. 이러니 은퇴라
는 말을 좋아 할 리 없습니다. 같은 의미를 지닌 영어를 한번 들여다보죠.‘retire’하면, 퇴직하다, 자
다, 철수하다 등이 있습니다. 직장에서 물러남을 말하는 퇴직의 의미가 제일 강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tire’라는 단어 앞에 붙는 ‘re’라는 두 알파벳이 아주 재미있는 영어의 진미를 보여주는데요.‘re’
의 뜻을 보면 ‘다시’, ‘거듭하다’, ‘새로’, ‘원상으로 돌아가다‘, ’다시.....하다’의 뜻을 지니
고 있습니다. 우리 귀에 익숙한 ‘tire’를 다시 원상으로 복구하는, 재생하는, 새롭게 하는 뜻이니 얼마
나 재미있습니까, 그래서 ‘은퇴는 지금까지 해왔던 일에서 물러나면서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살아왔던 틀에서 해방되면서 이제부터는 자기가 자신의 앞날을 운전해가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가는 전환기라고 보는 것이죠. 그래서 이 시기를 ‘제2의 사춘기’라고 부르고,‘중년기에 찾아온 르
네상스기’라고도 하죠. 아직도 지금 우리사회는 퇴직과 은퇴에 대한 개념적 혼란이 있지만, ‘은퇴란 새로
운 출발점을 의미하고, 그래서 은퇴는 개인적으로 여러 번 있을 수 있다. 여러 번 생의 그림이 다를 수 있
고, 본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발전적인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해서 말씀 드립니다.

‘은퇴는 새로운 출발점이다’라는 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녀노소 모든 이에게 해당
되는 메시지라고 생각된다. 그럼 “은퇴문화”에 대한 의미는 어떻게 봐야 하나요??

은퇴를 생의 끝으로 바라봐왔던 우리 사회에서 ‘은퇴문화’를 얘기하기 참 어렵습니다. 보통 생각한다는
것이, ‘은퇴문화’하면 노년층이 즐길 수 있는 시설, 프로그램 등을 상상하고 여유 있는 노년을 위한 재정
적인 생각들을 하게 되죠. 한국은퇴자협회가 말하는 은퇴문화란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살아가는 과정에
서 나이든 사람들에게 관계된 문화로 본다면 되겠습니다. 이를 테면, 나이든 세대를 위한 시스템 변화, 즉
나이든 사람을 위한, 나이든 사람이 주축이 된, 나이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그런 사회로 가는 과정을 말합니
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형 은퇴문화가 구축돼 가야 하죠. 예로, 주거문화, 장노년층의 최대관심사
인 경제적 자립을 구축해 줄 수 있는 제2, 제 3 직업을 통한 인력 활용, 세대 간 사회적 융합을 만들어갈
수 있는 세대공감, 세대 통합 문화, 문명의 발달이 가져다주고 있는 기기문화를 활용해가면서 살아갈 수 있
는 성인교육 문화, 패션, 교통수단, 거리, 빌딩, 공공기관 시설, 상품의 표시, 무게, 영양, 식단 조성에 이
르기까지, 살아 움직이는 모든 방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상 문화죠.

아까 퇴직 시기를 새로운 출발을 향한 전환기다, 제2의 사춘기라고 하셨는데요. 그런
말 자체가 희망을 나타내잖아요?

사춘기는 희망을 주죠. 우리가 틴에이저 때 겪었던 제1의 사춘기는 신체적 변화가 가장 큰 특징이었다면,
중년기에 찾아오는 제2의 사춘기는 퇴직이라는 시기와 함께 찾아오는 자신만의 세상을 가꾸어 나갈 수 있
는 인생의 황금기죠. 이시기는 상사도 없고, 9-5의 시간에 얽매일 필요도 없는 자신이 자신을 조종해서 남
은 생을 가치 있게 헤쳐 나가는 시기죠. 그래서 선진사회노년층은 중년기에 찾아온 르네상스기라고 부릅니
다.

지금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다가오면서 은퇴관련 산업이 관심을 끌고 있고,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으로 고령친화 산업정책을 발표했는데,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까, 과연 진척이 잘 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진척이 되고 있다고 봐야 하겠죠. 그렇지만 고령화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루던 고령사회위원회가 축소돼서 보
건복지부 한구석으로 가있는 현상으로는 많은 기대를 하기 어렵습니다. 고령화 문제, 즉 이에 따른 인구,
복지, 연금, 고용, 의료등 전체적인 은퇴문화를 조성해 낼 수 있는 국가부처 연계 체계가 계속 움직여야 합
니다. 고령자 관련 은퇴문화도 부처간 의견교환이 활발할 때 예산, 시간, 인력 등 여러 면에서 더 빠르게
나아갈 수 있죠.

그리고 장노년층 본인들의 노력도 뒤따라야만 생의 후반부에 맞는 은퇴와 우리사회의
은퇴문화가 발전해 가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장노년층의 역할이 커져야 되겠죠?

이 시간 ‘출발 멋진 인생’에서 가끔 얘기했습니다만, 미국은퇴자협회를 창립한 에텔퍼시 회장의 말이
또 생각납니다. ‘봉사 받지 말고 봉사하라’, 아마 이 말은 미국의 장노년층도 어지간히 국가나 사회에 바
라는 바가 크니까, 이런 말이 지금까지 AARP의 모토로 내려오고 있지 않나 봅니다. 이 말의 의미와, 한국
은퇴자협회가 모토로 내걸고 있는‘귀하의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시렵니까’에 답이 있다고 말씀 드립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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