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3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 노년문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2-05
요즘 어르신들 중에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다양한 활동으로 제 2의 인생을 펼치시는 분
들이 참 많죠?

‘신노 심불노’란 말이 있습니다. 늙는 건 몸이지, 마음이야 어디 늙겠느냐는 말인데 진리가 담겨 있지요.
게다가 요즘의 노년층은 신체적 건강이 예전 나이와는 비교할 수 없게 월등합니다. 자기 나이에 0.7을 곱해
야 요즘의 진짜 나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현재 나이가 70살이라면 0.7을 곱한 진짜 나이는 49살
인 셈인데요. 2030년 우리나라의 중간 나이가 49세로 예상되고 있으니까 말하자면 아직 중년인 셈이죠. 이
렇게 수치로는 노인이지만 현실에선 중, 장년의 활력을 지닌 새로운 개념의 노년층이 등장한 겁니다. 생각
이 늙은 게 늙은 거지, 몸이 늙은 게 늙은이가 아니라는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60대들은 경로당이나 노인정 하면, 그 이름에서 오는 이미지 때문에 가기가 꺼려진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나?

먼저 경로당, 노인정, 노인대학 등등의 호칭이 적당한지도 살펴야 합니다. 그런 말들이 어르신들에 대한 전
통적인 예우와 공경의 느낌보다는, 사회적 역할이 다 끝난 사람들이 모여서 시간을 죽이는 곳인 듯한 부정
적인 느낌을 풍겨온 것이 사실이거든요. 새로운 노년층들은 그런 호칭들이 풍기는 사회적 선입견에 거부감
을 느끼고요, 지혜와 경험을 지닌 원숙한 인격체로서 평가 받기를 원합니다. 노년의 독립선언인 셈이죠. 특
히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 습득에 열심이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신 노년세대에게는 노인정이
나 경로당이 자신들을 위한 공간으로 느껴지지 않는 겁니다. 그런 것들이 외면의 이유가 되겠지요.

요즘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장소나 좋아하시는 것들은 어떤 것들인가요?
개인별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매우 다양해진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평생학습의 개념으로
여러 문화센터나 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강의를 수강하는 어르신들의 열기도 높습니다. 영어, 일어 등 각
종 어학 강의나 철학 강의,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경제관련 강의는 물론이고 건강과 미용관련 강좌에도 많
은 분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당한 보수를 받으면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분들도 많은데
요. 문화유산이나 생태 숲의 해설가로 일하기도 하고, 프리랜서 기자로 글을 쓰기도 하고, 청소년 상담, 시
험 감독, 광고모델, 블로그 운영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지요. 또 동일한 관심을 가진 분들끼리 동아리를 결
성해서 봉사에 나서거나 사회적 목소리를 높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질과 양에서 과거의 노년세대하고는 비
교할 수 없게 다양해졌습니다.

그런 반면에 이런 저런 이유로 더 고립되는 어르신들도 계신 것 같아요?
역시 경제적 이유가 크겠는데요. 노년에 대한 대비가 어느 정도 된 분들은 여러 가지 여가활동과 친목모임
을 통해서 사회적 진출을 계속해 나가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갈수록 고립이 심화되는 겁니다. 이 문제
는 KARP에서도 관심을 갖고 늘 주장합니다만 노년층에 대한 사회적 일자리의 공급이라는 보다 큰 틀에서 접
근해야 될 문제입니다. 더불어 노인문화 혹은 노년층의 문화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의 문제와도 연결되는
데 우리 사회는 노년에 대한 문화적 배려와 인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쉬운 말로 노년들이 놀 곳도 쉴 곳도
부족하고 사회적 프로그램이 별로 없는 거죠.

노인문화, 노년층의 문화라는 개념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지 얼마 되지 않았잖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노년층의 문화, 혹은 노인문화가 별도로 존재하기 보다는, 과거의 전통사회에서 전
해져온 여러 정신적, 문화적 유산들을 간직하는 마지막 세대로서의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세상
이 변했습니다. 고령인구 500만 시대가 이미 열렸고 이제 고령층들은 단순히 과거의 노인이기를 거부합니
다. 그들은 젊은 세대 못지않게 활동적이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에 민감하고 동아리를 결성해서 사회에 적
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홀로 된 분들은 황혼의 로맨스에도 적극적입니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결국에는
새로운 노인문화의 초석이 될 겁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공지족’(공짜 지하철 이용자)이
라는 말이 있듯이 무임 지하철을 타고 김밥 한 두줄에 의지해서 지하철 유랑을 하는 노년층들과 무위고, 고
독고에 시달리다가 자살에 까지 이르는 노인들이 있는 것도 우리의 현실입니다. 결국 노인문화라는 것도 노
인 복지라는 큰 그림에서 봐야 합니다.

현 시점에서 주력해야할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일차적으로는 노인복지정책이 국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발돼야 합니다. 지금은 너무 무관심한 수준이지
요. 사회복지, 경제, 심리, 노년학, 건강과 문화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
야 합니다. 또 한가지 산업적 측면을 주목해야 하는데요. 전후 베이비 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화에 접어
들면서 노년층과 관련한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겁니다. 이 세대는 그 이전 세대와 달리 건강과 경제력
을 지닌 그야말로 구매력과 소비욕구를 가진 세대이고, 정치적 파워를 발휘하는 세대가 될 겁니다. 이 산업
의 콘텐츠와 인프라를 수요자 중심으로 건실하게 꾸린다면, 노년의 삶의 질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
는 데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것은 역시 문화입니다. 노년층이라는 하드웨어
에 문화라는 소프트웨어를 장착시킬 때, 노인 일자리와 노인 복지라는 양면을 다 아우를 수 있게 될 겁니
다.

요즘 신 노년세대는 노인이기를 거부하는 세대인데, 그러자면 스스로의 의식도 행동도
달라야 하지 않을까?

자타가 공인하듯이 지금의 노년세대들은 그야말로 일밖에 모르고 살았던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 시대적 조건이 그럴 수밖에 없었구요. 그러다보니 놀 줄을 모릅니다. 노동과 휴식의 조화를 못 배운 거
죠. 그러다보니 오히려 시간이 나면 그 시간을 쓸 방법을 못 찾아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과거 농촌에서 술
과 도박이 많았던 것도 같은 이유였고요. 이런 건 휴식이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
지요. 그러나 새로운 노년층은 다르고 또 달라야 합니다. 노동과 마찬가지로 노는 것도 생산적으로 놀 줄
을 알아야 합니다. 잘 노는 것은 또 다른 가치창조라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그와 더불어 사회적으로 다양
한 문화 프로그램과 노년을 위한 레포츠의 활성화가 필요하겠지요.

새로운 노년문화는 젊은이들의 문화나 기존의 문화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아시다시피 1970년대 청년문화라는 게 있지 않았습니까. 청바지와 통기타로 대변되는, 당시로서는 새로운
문화현상이었는데요. 본격적인 경제개발 시기와 맞아 떨어지면서 한국사회의 변화를 역설적으로 드러냈죠.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 이 청년문화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세계적으
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 사회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자못 큽니다. 경제력을 지니고 일정 수준
의 교육을 받은, 경제발전의 경험을 공유하고, 그러면서도 대중문화의 세례를 받고 성장한 신 노년층의 등
장인 셈이죠. 생물학적 노년의 의미를 벗어난 새로운 정신적 청년들의 출현, 그것이 노년문화의 새로운 시
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전 세대를 통합하는 힘을 지니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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