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라디오 지금은 실버시대] 조부모 양육권, 금융기관 차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07-26
부모가 이혼을 하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를 양육권자로 정한 판결이 있었어요?
네. 부부가 이혼할 때 자녀의 친권자와 양육권자를 반드시 정하도록 하고 있죠. 그런데 부부가 모두 자식
을 안정적으로 양육할 상황이 안 되는 경우에 제3자인 조부모를 양육권자로 지정하는 이례적인 판결이 나
왔습니다. 25살의 한 여성이 평소 도박과 외박이 잦던 남편이 집을 나간 뒤 연락마저 끊기자 이혼 소송을
냈는데요. 그러나 이 여성도 세살바기 아들을 시부모에게 맡겨 둔 채 3년 전 가출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서
울가정법원은 이 여성의 청구를 받아들여 이들 부부의 이혼을 허용하면서 아들에 대한 친권자는 이 여성으
로 지정했지만 양육권자는 시부모로 하는 이례적인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번 판결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네. 협의 이혼 때 양육권자는 부모가 협의해 결정한다는 관련 조항을 넓게 해석해 꼭 부모가 아닌 제 3자라
도 양육권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데요. 서울가정법원의 홍창우 공보판사는 “자녀의 복리를 먼저 생
각해 제 3자도 양육권자가 될 수 있다고 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녀의 복리를 적극적으로 고
려한 판결로 해석됩니다.

이혼율이나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앞으로 이런 사례들이 많아지겠죠?
네. 그렇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5년 기준 우리나라의 조손가정은 약 6만여가구에 20만명 가량입니
다. 2004년에 비해 1만여가구가 늘어난 것인데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미국은 조부모가 양육하고 있는 18세 미만 청소년과 아동의 숫자가
700만명 이상이라고 합니다. 더군다나 이들 조부모의 60% 이상이 빈곤층이라는 통계도 나왔었죠.

조부모가정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문제점도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은 경제력이 열악한 노년층이 손자녀를 양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으로 생각됩니
다. 부모가 아닌 조부모의 손으로 양육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또한 곱지 않은 게 사실이고
요. 이러한 어려움 속에 조부모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하죠.

사회적인 인식부터 바뀌는 게 필요할 텐데요?
네.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 바로 가족형태에 대한 획일적인 인식이지요. 예전에 시골의 어느 초등학
교 교사가 교육부에 탄원서를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시골의 경우 특히 조손가구가 많은데요. 교과서가 부
모를 중심으로 한 가족모델로 서술되어 있어서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탄원이었습니다. 우
리 주변에는 조손가구나 청소년가장, 한부모 가족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있는데, 정작 사회는 이같은 현실
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죠. 다양한 가족모델을 제시하고 배려해야 할 교과과정에서조차 다양성이 배
제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하루 빨리 이러한 인식들이 개선되어야겠습니다.

경제력이 없으신 조부모 가정에 대해서도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마땅한 소득이나 재산이 없는 빈곤한 노년층에게는 국가가 손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보
조해주는 정책들이 강화되어야겠지요. 기초생활보호제도나 수업료 감면 등의 단편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아
이들의 양육과 건강관리, 학습보조, 문화, 여가 등의 측면에서 구체적이고 강화된 정책들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이 금융기관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건 어떤 얘긴가요?
네. 저희 은퇴자협회 회원들 사이에서 나이를 이유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차별받은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습니
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를 말씀드리자면, 대출에 있어 나이제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 회원 중 15년 넘게 자
영업을 하시는 분이 계신데요. 회사 팩스로 대출안내서가 자주 들어온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채
는 아니고요. 제1금융과 제2금융권이 대부분이라고 하는군요. 요즘 경기가 안좋아서 신용대출을 받으려고
대출안내서에 따라 신청을 했는데요. 신청하는 곳마다 전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대출이 거부되었다고 합
니다.
또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창구를 이용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하면 각종 수수료가 절감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인터넷에 익숙하지 못한 노년층을 배려하는 서비스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신용대출이면 신용을 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일 텐데요. 나이 때문에 거부된다는 건 이
해가 안되네요?

신용등급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노년층은 아무래도 일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거부당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일하고 싶은 노년층, 그러나 일자리 찾기는 어려운 노년층, 일을 하
고 있어도 이렇게 차별받는 노년층. 이래저래 노년층은 살기 힘든 사회입니다. 급속한 속도로 노령화사회
로 치닫는 한국에서 이런 식의 노령자 차별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이 부유한 노년층과 빈곤한 노년층, 즉 가진 자와 못가진 자를 가려서 받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재정상태가 훌륭한 노년층에 대해서는 VIP나 VVIP 마케팅에 따라, 고객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습니까? 대출에 있어서도 신용대출의 문은 거의 막혀 있고, 담보가 될만한 부
동산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대우를 받죠.
뿐만 아니라 많이 배우지 못하고 금융지식도 짧은 노년층을 상대로 원금손실 위험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
이 상품가입을 권유해서 큰 손실을 입힌 경우는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금융기관이나 판매사원들의 행태는
도덕적으로도 지탄받아야 할 것입니다.
정부 당국이나 금융감독기관에서 나이를 이유로 차별하거나 피해를 입히는 금융기관들의 행태에 대해 제대
로 감독하고 확실한 제재조치를 내려야 할 것입니다.

노령화사회에 어울리지 않게 사회의 장벽들이 존재하는 현실에 씁쓸해지네요?
우리나라 국민 7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의 장노년층입니다. 누구나 나이듦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죠. 하지
만 노년층에 대해서 이처럼 불합리한 사회환경은 나이듦을 더더욱 두렵게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나
아가서 세대간 격차와 사회에 대한 불만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죠. 노년층 인구가 늘어가는데 반해, 사회
적 시스템이 이에 적절히 발을 맞추지 못하면 많은 불편과 불만이 양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권은 물론
이고, 노년층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사회의 모든 장벽들이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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