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크리머와 지나는 영국의 20대 초반 부부다. 이 젊은 부부는 영국 정부로부터 연간 1만7680파운드의 생활 보조금을 받는다. 한국 돈으로 3000만 원이다. 매주 58만 원의 돈이 입금 된다. 주택보조비, 양육비, 구직 수당 등이다. 이 모든 돈은 영국 국민이 내는 세금이다. 대니와 지나는 이보다 더 많이 주는 직장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복지의 줄에 서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주 은퇴협은 정기 타오름 콘서트에서 ‘우리주변의 얘기’라는 주제를 놓고 택시법, 이동흡 대법관 자질론, 기초연금에 대한 회원 토론회를 가졌다. ‘말 못하고 죽은 귀신 없다’는 옛말처럼 토론회는 소란스러울 정도로 회원들의 주장과 공박이 오갔다. 그중 제일 관심이 많은 주제는 단연 기초연금제도에 관한 의견이었다. 2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회의장은 열기로 가득 찼었다. 타오름콘서트에 참석한 100여 명 회원들의 전반적인 의견은 기초연금 실시에 대한 우려로 집약됐다. 60대 50대가 은퇴협 회원의 70%를 차지하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큰 공을 세운 세대들이건만 20만 원 기초연금에는 ‘노 땡 큐’(No thank you)가 대세였다. 그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자식세대의 부담에 귀결 된다. 내 자식들에 의한 누구나 받는 기초연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이든 세대들의 미래세대 부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절절히 배어 있다. 그렇다고 모든 회원구성원이 넉넉한 형편도 아니다. 이제는 망자가 됐지만 미국의 공상소설가 하이린과 경제학자 프리드먼은 거의 같은 시기에 ‘세상에 공짜 점심이란 없다’(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란 말을 남겼다. 이 두 미국인의 말이 새삼스럽게 우리 주변에서 회자되고 있는 사회 현실은 그만큼 갸륵한(?)국민들이 많아졌다고 해야 할까. ‘탄스타플’(TANSTAAFL)은 일찍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유럽 국가들에서 개혁정책의 우선순위로 대두되고 있다. 사회분위기가 그렇게 돌아가고 또 이를 염려하는 전문가의 언론 기고와 사설이 넘쳐도 박근혜 당선자는 공약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기초연금에 대해 박 당선인은 인수위 토론회에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면 공약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꼭 기초연금을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재원은 어떤 다른 곳에서 가져오고 이러는 게 아니라 세금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의 확고한 의지가 다시 강조된 만큼 재원 마련은 ‘증세’라는 두 글자로 국민들의 어깨에 얹어진다. 0~5세 무상보육, 기초연금, 중증질환 보장 등 누군가가 이 계산서를 집어들어야 한다. 증세 방법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도 분분하다. 크게는 부가세 인상을 통한 세수 마련안과 부자, 대기업을 통한 부유세 두 가지로 나눠진다. 이는 국민 모두에게서 세금을 거둘 것인가 아니면 부자 등 특수계층에게만 세금을 더 거둘 것인가로 설명된다. 부가세 2%를 올리면 세수가 15조 늘어난다는 주장이고, 상위 10% 부자들에게 3% 증세 때 64조의 수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내가 왜 세금을 더 내”하는 국민 저항을 불러오겠지만 이제 대세는 얼마만큼 누가 더 내야 하는가로 귀착 된다. 일하는 한국의 60세 이상 임금 구조는 52%가 100만 원 이하다. 그 임금에 얼마나 세금을 더 내야 하는지는 세정 당국이 알아서 하겠지만 저임금에 대한 증세와 일상생활에 늘 따라 붙는 부가세를 통한 증세는 결코 반대한다. 방법은 부유세를 통한 증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상하위 20%간의 자산 격차는 2006년 4.5배에서 5년 후인 2011년에는 6배 가까이 벌어져 있다고 한다. 이렇게 극심한 부의 양극화에 정치권은 선거 때만 되면 부유세 도입을 들먹거리곤 했다. 부유세는 개인이나 가구의 순자산 초과분에 대해 일정 세율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물론 부채를 뺀 자산이다. 지난 연말 ILO(국제노동기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0% 우리나라 부자들에게 3% 세율의 부가세를 부여할 때 연간 64조원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 문제는 조세 증가에 대한 10%의 국민 원성을 듣느냐, 아니면 부과세 부과로 90% 국민들의 원성을 듣느냐다. 박근혜 새 정부의 결단이 기다려지는 때다. 이제 대한민국의 65세 이상 노년층은 기초연금이라는 획기적인 제도의 품에 안기게 됐다. 그렇지만 그 누군가는 점심값 계산서를 들고 짜증을 낼 것이다. 공짜 점심은 없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