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대표로 있는 KARP(대한은퇴자협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선진국에 이민 갔던 재미교포가 20여년 만에 영주귀국하면서 설립한 NGO답게 노령화 관련 선진제도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연령차별금지법 제정, 노년유사체험, 주택역모기지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고용상 나이차별을 금하는 법은 7년이 걸려 제정됐다. 우리사회에 나이로 인한 차별을 금하는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노년유사체험은 대학에서, 기관에서 너도나도 다른 목적으로 나서는 통에 사회변화운동의 방향을 잃은 쓰디쓴 경험이 있다. 주택역모기지제도는 오히려 정부가 앞서 진행해 반년 만에 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집 한 칸이라도 있는 소위 ‘하우스 리치(House-rich), 캐시 푸어(Cash-poor)’ 노년층에게는 그런 법이 없던 시절을 상상해 볼 수가 없다. 도시에 집 한 칸, 시골에 텃밭이라도 가진 노년층은 액수의 차이는 있을망정 고정연금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노년층은 일을 하거나 자식들이 대주지 않는 한 한달 내내 돈 구경을 할 수 없다. 소위 연금의 사각지대라 불리는, 그런 구석에 놓인 사람들이다. 흔히 사회 생활상을 비교할 때 우리는 OECD(경제개발협력기구)를 들먹거린다.
OECD 수치를 인용하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년층의 소득 빈곤률은 약 46%로 34개국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가장 높다는 얘기는 가장 가난하다는 얘기다. 가난하니 살기 어려워 자살율도 1위다. 짙어가는 노령화에 멈출 줄 모르는 우리 사회의 현안이다. 2007년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면서 연금을 60%에서 2028년까지 40%로 깎아내리는 과감한 정책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노년층을 위한 기초노령연금제도도 도입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또박또박 0.5%씩 깎아 내려가는 스케줄을 법에 명시했지만, 기초노령연금을 인상해나가는(소위 A값의 나머지 5%) 스케줄은 2008년 1월 이후 국회 내 연금특위를 설치해 정한다고 해 버렸다. 3년을 뭉그적대던 18대 국회는 지난 봄 연금특위를 구성했다. 그리고 몇 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우리가 요구해온 사안 중 현재의 수급률 67.2%를 70%로 올리고 4년간 인상하지 못한 A값을 1% 올리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렇게 보도가 됐고 관련 단체나 노년층은 당연히 2012년 1월부터 인상된 기초노령연금을 받으려니 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1년 12월 31일 밤 모든 게 뒤집어졌다. 2012년 정부예산안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가 합의했던 기초노령연금 인상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민주통합당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국회예결위 회의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무상급식 등 다른 예산을 우선 선택하는 바람에 기초노령연금 인상안을 포기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복지에도 차별이 있고, 우선순위에서 노년층 문제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국회는 노년층 표보다 젊은이들 표가 더 겁나는 모양이다. 이래서 우리나라 노년층은 우리가 뽑은 선량에 의한 복지차별, 세대 간에 밀린 정책차별로 찬밥이 되고 있다. 정치권이 쏟아내는 ‘복지천국’처럼 돼갈 것 같은 나라에서 이미 법으로 정해진 연금도 못 받아내는 노년층이다. 다인종이 사는 미국에서 필자는 한국 사람으로 차별받고 살아도 봤지만 내 나라 내 조국에서 나이로 인해 복지정책에 차별 받고 살리라고는 생각해 보지도 못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 그것도 우리 손으로 뽑은 우리의 대표들이 우리를 버리고 있다는데 분개한다. 18대 국회가 일할 시간은 이제 3개월 남았다. 남은 회기에서 추가예산을 만들어서라도 기초노령연금 1% 인상을 결정지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4%를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처리해 나갈 것인지 법에 명확하게 명시해야 할 것이다. 19대 국회로 보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그리고 당사자인 연금수령자 400만명, 그 가족, 잠정 예비 수급자 및 관련 단체들에게도 한마디 한다. “여러분, 언제까지 침묵만 지키고 남의 일처럼 보고만 계실 겁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