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룡 KARP(대한은퇴자협회) 회장은 노년시대신문 금요칼럼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아랫글은 10월 26일 칼럼입니다. 회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
‘자기복지 하는 사람들’
‘알란 파울러가 쓴 ‘스트라이킹 어 밸런스’에는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정의를 재미있게 묘사하고 있다. 서류 가방을 들고 정부기관이나 돌아다니는 ‘BRINGO(Briefcase NGO·보따리 NGO)’, 상업적 사업 목적만을 추구하는 ‘CONGO(Commercial NGO·영리 NGO)’, NGO 흉내만 내는 ‘QUANGO (Quasi NGO·사이비 NGO)’ 등이다.
우리나라 행정안전부 사이트에 들어가면 대한민국 중앙부처와 광역시·도에 등록된 모든 단체가 수록돼 있다. 10여 년 전 NGO 법 제정 당시 불과 수천 개였던 민간단체는 이제 1만 개를 넘어서고 있다. 대단한 증가다. 그러나 1만여 개가 넘는 단체를 사단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 등으로 분류해 보면 진정한 NGO는 100여 개도 안 된다. NGO 40만여 개가량인 필리핀과 같은 나라와는 비교도 못 할 정도다.
그런데 그나마 NGO로 분류하고 싶은 그 100여 개 단체 중에서도 의무나 목적에 맞게 현재 활동 중이거나 모양을 갖춘 노년층 단체는 전무하다. 형식상 그럴듯하게 등록은 돼 있다.
하지만 언론에 한번 보도된 적도 없고 하는 일도 없다. 이런 양심 없는 ‘GONGO (ghost NGO·유령 NGO)’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럴듯하게 포장돼 알려진 단체가 자기 복지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소속기관의 주무관이나 사무관에 의해 좌우되는 이들 단체가 실제 회원인 노년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노년단체의 이런 실상은 몇몇 단체가 앞장서서 깃발을 흔들어도 못 들은 척 각자 살길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데서 드러난다. 이 같은 현실은 지난 총선을 거치며 경험했고, 대선을 50여 일 남긴 시점에서는 더욱 그런 형국이다. NGO 간판을 단 회원 단체가 이러니 사단법인이나 서비스제공을 목적으로 설립된 노년기관들은 더더욱 줄서기 바쁘고 부처 눈치 살피기에 급급하다.
그러니 얄미우리만치 이런 현실을 간파한 정치권은 노년단체 목소리에 응대 시늉만 할 따름이다. “내가 한번 방문해 악수하고 지나가면”이라는 고약한 습성에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어차피 “우릴 안 찍을걸” 하면서 딴짓거리를 한다. 소위 자기복지에 열중한 단체들이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원치 않는 부산물이다.
노령화 사회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현상에서 가장 뚜렷한 부분은 노년층 인구의 증가다. 노년층 인구 증가에서 정치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실은 노년유권자의 정치 세력화다. 그리고 이들의 집단화다. 새롭지만 영어 단어에는 ‘제런타크러시(gerontocracy·장로제)’라는 단어가 있다. ‘노년공화국’이라는 의미다. 하루 2,300여 명이 50세 생일을 맞이하는 이 사회는 피할 수 없는 노년공화국으로 치닫고 있다. 아마 이 현상을 가장 잘 간파하고 이용하는 기업이 있다면 금융보험 업계일 것이다. 한 달이 멀다 하고 ‘xx은퇴연구소’가 문을 연다. 거대 인구집단인 노년층은 그저 진정한 리더가 없이 정치권과 기업에 이용당할 따름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올 대선 전체 유권자 4,000여만 명 중에서 50세 이상 유권자가 40%를 차지하고 있다. 1,600만 표를 50대 이상이 쥐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몇 차례의 대선에서 경험한 평균 투표자 수는 2,100여만 명에 머물고 있다. 같은 비율로 어림잡을 때 올해 대선도 50대 이상이 전체 투표참여자의 76%에 이른다는 얘기다. 50대 이상이 몰려나가면 이젠 대한민국에서 모든 선거는 하나 마나다. 물론 100% 투표에 참여한다는 가정에서이지만, 활발한 선거참여 캠페인을 통해 높은 투표율로 이끌 때 정치권은 ‘제런타크러시’의 힘에 공포를 느낄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단체나 단체장이 자기를 던져 회원 전체, 더 나아가서는 전체 노년층을 위해 무엇인가를 한다고 할 때 효과를 낼 것이다. 지금처럼 자기복지 하는 사람, 자기복지 하는 단체들만 있을 때는 세월이 가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자기복지 하는 단체가 득세하는 한 노년층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
“같이 가면 150을 얻을 것을 혼자 가면 70밖에 못 얻는다”는 모 단체장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나마 이제 깨인 단체들이 하나 둘 기지개를 켜는 시기가 도래한 만큼 기존의 틀이 깨지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자기복지 하는 ‘QUANGO’가 없어질 때 노년층의 목소리는 반영되고 삶의 질이 한층 높아진 괜찮은 미래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2012. 10. 29
KARP(대한은퇴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