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본 종묘공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6-14 오후 12:08:23

 

 다시 가 본 “종묘 공원”

"방치되는 노인" 우리사회는 건강한가? 

 

 
-2005.6.12(일)

  우리 사회와 가족을 위해 땀을 흘린 사람들이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다. 나이가 들고 힘도 없고 돈 벌 능력도 없어서 세월만 보내는 노인들의 거리, 종로3가 종묘공원
이들을 방치해 두는 것이 사실은 가장 적극적으로 이들의 숨통을 조이는 일이란 걸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노년의 가치와 존엄을 요구할 능력도 저버린 이들은 지하철 공짜표, 복지단체의 무료급식, 적선하듯 주는 노인연금에 목을 매달고 인생을 팔고 있다. 불행한 다수가 형성될 때 우리 자신만은 행복한 예외가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의 시민 사회는 기꺼이 소외된 자들을 위해 행복한 우리의 주머니를 비우게 될 것이다. 그것이 곧 아름다운 사회다.

우리가 이 어려운 상황에도 종묘에 시선을 돌려야 하는 이유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그들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종묘 공원으로 가 본 사람이 당신이라면 그곳에서 노년을 허비하고 싶겠는가? 바로 그 곳에서 오늘도 몇 천명의 노인들은 매일 매일 시간을 죽이고 인생을 죽이고 있다.

2003. 11. 6 주명룡



일요일 아침 일찍 종묘에 나갔다. 9시 20분인데도 여기저기 줄잡아 200여명의 노년층이 그늘에 앉아 있다.

  한결같이 모자를 쓰고, 회색의 잠바에 초여름의 공원을 그나마 밝게 하고 있었다. 아침들은 드시고 나왔는지? 공짜 지하철 덕에 서울의 변두리에서 왔다 하더라도 계산해 보면 8시경에 나섰을 테니까 조반들은 해결했으리라...

국악정옆 그늘에선 늘 그러듯이 정치 토론이 한창이다. 누가 누구를 설득하는지는 모르지만 얘기를 주고 받는 강도가 곧 싸움으로 번질 것처럼 높은 음성들이다.
국악장 옆 나무그늘토론회,의제는 자유자재로...    

공중 화장실은 분주하다. 서울의 화장실 환경이 많이 나아져서 그런지, 공원 화장실치곤 사용할만하다. 전화기를 이용해서 남자 화장실 내부를 촬영했다. 사진기를 갖고 오면 경계들을 해서 아주 사진 찍는데 애를 먹은 경험이 있다.

  바로 옆의 커피자판기 앞에서 3~4명의 노인들이 동전을 넣고 거피를 뽑고 있었다. 종묘라고 해서 커피 값이 더 싸지는 않다. 200원, 300원의 요금이 표시되어 있다.

국악정 뒤편에서는 종교단체의 무료 의료 진료 텐트가 설치되어 있고, 노인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10시가 다 되어 가는데 200여명은 늘어서서 그늘에 앉거나 서거나 하고 있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봐서 의료 부분 자원 봉사자들이 준비를 해 온 모양이다.
바둑,장기판이 설치되어있는 공원 북쪽 부분,이른 아침이라 서 있는 사람들이 아직없다    

세운상가와 종묘가 양끝으로 보이는 공원 주 통로의 화단 경계 그늘에도 여기저기 무리를 지어 살아온 얘기들을 나누고 있다.

장기와 바둑이 준비되어 있는 그늘막에는 한 자원 봉사자가 연신 물을 퍼와서 광장 바닥에 뿌리고 있었다. 잠시나마 바닥의 지열을 식혀주고 있었다. 아직 인파가 밀리지 않은 이 곳은 장기 바둑판들이 가지런히 놓여진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종교단체가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의료서비스 약사,침구사 등이 아침 일찍부터 봉사하고 있었다

공원주위의 도로변은 늘 지저분하다. 옆에 보석상들이 즐비하게 몰려있어도 깨어진 보도 블록을 비롯해서 지나가는 행인의 모습까지 결코 유쾌한 모습은 아니다. 목포의 눈물을 요란하게 울리고 있는 리어카 행상은 수백개의 카세트 테이프들을 팔고 있었다. CD한장 없이 카세트 테이프 뿐이다. 먼지가 잔뜩 쌓인 온갖 유행가가 들어있는 테이프를 3개에 2,000원에 팔고 있다.

  옆의 또 다른 행상은 구두의 뒷굽,우산살,신발깔개들을 팔고 있었다. 옆자리 에 방금 도착한 젊은 부부 행상이 짐을 풀기 시작하자 “더 빨리 오지”하고 인사들을 한다. 그 옆의 옷을 파는 행상은 요란한 색깔의 남방 셔츠를 4,000원에, 넥타이를 2,000원에 팔고 있었다. 몇 개 걸어 놓은 양복 상의도 5,000원이라고 가격이 붙어 있다. 종로 3가 지하철 11번 출구까진 이런 각종 행상들이 줄지어 있다. 뜨거운 태양열과 먼지, 깨진 보도블록 위에 세상을 체념한 노년들과그리고 그들을 상대로 생계를
밤새 무얼하셨나?
장기를 두던 말던 길게 주무시는 이 분은 옷을 깨끗이 입으셨으나 얼굴엔 금방 다친듯한 상처가 나 있었다
   

이어가려는 행상들, 그리고 값비싼 보석상들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새로 단장된 단성사와 피카다리 극장이 종묘 시민 공원에서 100미터도 안될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 똑같은 인종의 두 다른 세계들이 존재하고 있다. 6월 12일 일요일 오늘도 종묘에는 꿈을 잃은 거대한 노년 집단이 천천히 움직이면서 6월의 여름 햇빛에 잠식당하고 있다.

울분이 치 솟는다. 보석상의 윈도우에 얼 비치는 내 얼굴을 피해 버린다.
2002년 처음 종묘를 갔을 때와는 다르게 많이 무뎌진 것 같다.

 

이전글 노인일자리창출사업 실효성있나?
다음글 KARP Hero 1차 심사위원 회의 가
주소 : 서울특별시 광진구 아차산로 589 우)143-805 / Tel. 02) 456-7850 | Fax. 02) 456-7650 | E-mail. karp@karpkr.org
Copyright(c) 2008 KA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