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도 예의가 있습니다.

<사진설명> 동경시내 지하철 차량마다 붙어있는 "휴대전화 전원 OFF" 라는 안내광고 손잡이마다 붙어있어 휴대전화 사용 금지가 얼마나 철저하게 시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거리에서 침뱉고 밀치고 다닌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일요일 아침, 황사 경보속에 나선 서울거리는 뿌연 연막 그대로였다.
평상시에는 대부분 깨끗하게 몰고 다니는 차들이 오늘은 모두 누런먼지로 덮여 뿌옇다.
마스크를 구해 썼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협회까지 가는 시간이 왜 이리 오래 걸리나. 숨 안쉬고 갈순 없나 생각 해 본다.
황사야 한 계절 연례 행사처럼 오는것이니까 잘 피하면 되지만, 피할 수 없는 몇가지 공해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문제다.

침 뱉는 것(가래침까지)
밀치고 다니는 것
담배꽁초 버리는 것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특히 지하철) 통화하는 것

몇 몇 지자체에서 담배꽁초를 버리면 5만원의 벌금으로 단속원까지 배정해 지도한다고 하지만, 전국적인 것은 아니다.
꽁초를 버리는 것보다 침을 뱉어대는 것은 정말 참을 수 없다.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도(봉변당한다고) 침 뱉는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요령이 늘어서 아직 봉변은 안 당했지만, ‘미안하다’ 소리 절대 안하고 다들 ‘별 놈 다 보겠다’는 표정들이다.
왜 이렇게 길에다 침을 뱉어 대는지 모르겠다.

길을 걷다보면 일부러 밀치고 가는게 아닌가 할 정도로 쎄게 부딪히고도 뒤도 안보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뒤돌아보면서 미안하다는 한마디만 하면 그만인데 감각이 없는 모양이다.
한번은 하도 쎄게 부딪혀 쓰러질 정도였는데 상대방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버린다.
뉴욕의 그 인파 속에서도 서로 옷깃이라도 닿을세라 조심하고, 약간 스치기만 하면 미소와 함께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들이 한국인을 어떻게 볼까. 수많은 한국인들이 세계곳곳을 여행하고 있는데...

흡연 인구가 점점 줄어드니까 길거리 꽁초도 줄지 않겠나 희망해 보지만 여기 저기 던져대는 흡연자의 자세는 시민자격이 없다.
도로에서도 꼭 운전석 창을 열어놓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재도 차 밖에 털고, 어느 정도 피웠다 하면 꽁초를 차 밖으로 던져 버린다.
모든 차는 차안에 재떨이가 있다. 그런데도 이들에겐 차 밖이 재떨이다.
2006년 초엔 서울 외곽도로에서 운전자가 던진 담배꽁초로 다른 차선의 화물에 불이 붙어 교통사고까지 났었다.

세계적으로 휴대폰은 공공 차량 안에선 못쓰도록 제한한다.
또 쓰려고도 안하는게 그들의 일반적인 상대에 대한 예의다.
가까운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로 들어가는 리무진을 타면 휴대전화 사용금지 안내방송이이 나온다.
도쿄시내 지하철을 타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관대해서 ‘진동 상태에서 통화는 조용히 하라’고 안내되어 있다. 하지말라고 해도 할 판인데 조용히 통화하라고 해 놓았으니... 얼마나 잘 할까... 목소리들은 왜 그리 큰지...

“길거리에도 예의가 있습니다”라는 구호의 커다란 현수막이 어느 지자체 건물앞에 붙어 있기에 반가워 봤더니 노점상 하지 말라는 얘기다.
노점상이 길거리 예의인지 모르겠지만, 길에 침 안뱉고, 양보해 걷고, 이런 것이 길거리 예의 아닌가?

침 뱉지 말고, 꽁초 안 버리고, 남을 배려해 부딪히지 않으며 걷고, 부딪혔다면 사과하는 그런 우리가 됐으면 좋겠다.
친구왈 “야. 집에서 새는 쪽박 나가서도 샌다고 너 할 일이나 잘 해”
그래 맞아... 그런데 내가 못 견디겠으니 말이다.

오늘 황사먼지속에 오염물질을 잔뜩 마신 탓인지 목이 근질근질하다...
에구~~~~~

4월 1일 일요일 밤
주 명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