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날 점심 약속이 있어 코엑스몰에 사무실을 갖고있는 친구를 만났다. 코엑스 식당가에서 점심을 하고 바로 옆에 있는 버거킹에 들렸다. 찜찜했지만 커피야 어쩌랴 하고 값도 저렴하고 장소도 넓직하기에 두 잔을 주문했다.

경쟁업체인 맥도날드를 흉내내 2천원씩 한잔을 받았다. 분유가루로 된 크림을 주기에 우유좀 넣어달랬더니 우유를 800원에 사야 한단다. 점장을 불러 얘기해도 그렇단다. 요즘 누가 분유가루를 타먹으라고 주느냐고 해도 회사방침이라 별수 없단다. 그러고 보니 가끔 들리는 롯테리아도 분유를 쓰는데 거기 점장들은 우유를 넣어 달라면 두말 않고 넣어준다.

나는 미국에서 맥도날드 경영을 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게 뭐냐고 묻는다면 한국이민자 최초로 맥도날드의 벽을 뚫었다는걸 얘기한다. 이제 한국에 귀국해서 NGO 활동을 하고 있지만 맥도날드는 내 생업이었으며 O/O(소유자이며 경영자)임에 늘 자부심을 갖는다.

그래서 틈이 나면 한국서도 맥도날드에 들리며 그중 맥도날드 커피는 빼놓을 수 없는 제품이다.

버거킹과 맥도날드는 출생 시기가 비슷한 1950년대에 미국에서 탄생했다. 그렇지만 영업 변화 과정에서 1등과 2등은 아주 명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맥도날드는 미국시장의 45%를 쥐고 있는데 버거킹은 2위이면서도 저 아래 수치인 14%수치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그것도 13%를 쥐고 따라오는 웬디에 언젠가는 시장을 뺏길것으로 전망 되고 있다.

맥도날드는 끊임없이 변신한다. 주인이 되는것도 어렵고 일반시장에선 맥도날드를 사고 팔수 없다. 버거킹은 아무나 주인이 될수 있고 집을 사듯 시장에서 사고 판다. 맥도날드 주인은 맥도날드만 해야 하지만 버거킹 주인은 다른사업도 할 수 있다. 그러니 맨날 맥도날드가 하는 마케팅 방법을 뒤따라 한다. 말이 2등이지 3배 이상 뒤떨어진 2등이다.

커피 맛도 그렇고, 분유가루 주는 것도 그렇고, 우유 몇방울 넣어주지 못하는 종업원 서비스 요령도 3등짜리 점포밖에 되지 못한다.

변화에 더디고, 시대의 요구에 따르지 못하는 모든 것은 사업이 아니라도 도태 된다.

이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블랙 커피를 마시면서 버거킹에 대한 유감만 키웠다.

버거킹은 만년 2등밖에 할 수 없을게다.

주명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