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같은 5월의 토요일!
남중연님이 찾아왔습니다.
옥상 빈터에 심을 고추, 상추,가지 모종을 가지고 온 것입니다.
작년에 남중연님이 심어 준 고추, 상추, 방울토마토가 여름 한철 밥상을 풍성하게 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주니 감사하고 즐겁기도 하여 옆에서 조금 거들었습니다. 잡풀을 뽑고 잔뿌리까지 모두 걷어내고 가져온 모종을 소중히 심습니다. 잔뿌리를 걷어내려고 흙속을 뒤지다가 애벌레를 보았습니다. 갑작스런 손길에 놀라 죽은 듯 웅크려 있습니다. 저야 봐도 모르는데 남중연씨가 매미 애벌레라고 하네요 매미는 땅위에서 한달 살기 위해 7년을 땅속에서 애벌레로 산다고 합니다. 무척 경건한 생각에 얼른 땅속에 집어 넣었습니다.
열심히 모종을 심는데 전 사진찍어가며 놀았습니다. ^^;;

매미는 그런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는 뜨거운 땡볕아래 한철을 난다고 합니다.
그러니 애가타서 맴맴 울어내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시끄럽다고만 생각했던 것이 조금 미안해집니다.

세상이 모든 것이 남의 입장이 되어보면 참 쉽게 이해가 되는데 , 그렇게 하기가 참 어렵고 싫기도 합니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결국은 손해보는 것은 본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황금 같은 토요일에 모종을 사와 심어주는 남중연님을 보면서 제 이기적인 생각이 많이 부끄러워집니다.
남중연님은 조언도 아끼지 않습니다.
“물이 너무 잘 빠지니 아침 저녁으로 물을 꼭 주어야 할거예요”
그리고 "모종 후 얼마간 몸살을 할 거예요, 비료를 가져왔으니 모종이 자리를 잡거든 멀찌감치 뿌려주어야 해요”
게으른 심성에 조석으로 물을 주는 일을 잘 할런지는 잘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뿌리만큼 거둔다는 진리를 생각하고
여름 한철 풍성한 밥상을 생각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겠지요

햇빛과 물만으로 풍성한 열매를 가져주는 몇그루의 농작물을 보면
진실한 농부의 마음을 새겨봅니다.

김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