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7.06
어제 아침 장마 비는 폭우처럼 퍼부었다.
모처럼 아침운동을 나갔는데 체육관 천정지붕이 북치듯 소란스러워 에어콘이 가동되는 소리인가 했었다. 오후에 협회 옥상에 올라가 보니 물통에 빗물이 반은 고여 있었다. 아침 비가 15cm는 족히 온 것 같다.
비온 끝의 서울은 늘 그렇듯 하늘이 높고 시야가 더 넓어져 보인다.
강 건너 천호동이 손에 잡히듯 가깝고, 아차산은 바로 내 뒤로 다가온 듯 숲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광나루 네거리는 어느 때보다도 깨끗해 보이고 보도 블락은 비누솔로 세척 한 듯 뽀얗게 원색을 드러내 보인다. 아무데나 앉아도 먼지 하나 안 묻을 것 같은 그런 수요일 오후의 서울 이었다.
귀국해서 마포에 KARP 사무실이 있을 때 아주 가까운 거리인 태영아파트에서 2년을 산적이 있다. KARP와 7~8분 거리,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대단지 아파트에 환경이 그런대로 괜찮았다. 아침에 길을 걷다보면 햇빛에 반짝이는 얼어붙은 침과 가래침을 본다. 처음에 뭔가 했었다. 출근길이 역겨워진다.
내가 출근하는 시간은 빠르기 때문에 길에 사람도 별로 없는데....
(침 밷는것만 안해도 얼마나 좋으련만)
길에서 “카악” 하고 뱉어내는 사람을 보면 아주 진저리가 처진다. 한 2년은 그런 사람을 보면 쫓아가서 그러면 되느냐고 얘기도 많이 해봤지만 이젠 거의 포기 했다.
그해 겨울 나는 참 많은 경험을 했다.
한번은 식당 주인이 얼어붙은 동태를 길바닥에 던저놓고(가래침 위에)칼로 동태를 하나하나 떼어내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진저리가 난다...
KARP 사무실이 있던 그 건물 지하에는 10여개의 식당들이 있다. 다 그만그만한 크기의 식당 들이다. 화장실 바로 앞에 신문을 깔고 배추, 양파를 다듬는 것은 예사다. 사람들이 얘기도 안 한다.
끈적끈적한 의자와 식탁, 한꺼번에 담아있는 수저와 숟가락, 그리고 오는 사람마다 손을 집어넣고 수저, 숟가락을 만진다.
(수저통을 차라리 세워놓는 것으로 해서 손이 안 닿게 했으면)
지하철 이용이 많은 나에게 제일 견디기 어려운 것은 부딪치고 지나가면서 미안은 커녕 뒤도 안보고 가는 것. 무지하게 견디기 어렵게 만든다.
그 경우 대부분 나는 불러놓고 얘기해보지만 미안하다는 대답보다는 “별 미친X 다보네”하는 반응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애들까지도...
그것이 얼마나 무례하며, 후진적인 경우인지를 모르는 것이다. 길을 가면서, 상대방에게 혹시 내가 맨 가방이 부딪치기라도 할까봐, 지하철 자리에 앉을 때 미리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몸이 닿을까봐 조심스럽게 앉는, 그것도 양해까지 구하면서 앉는 그런 서구 사회를 우린 언제 배울 것인지?
(침 안 뱉고, 식당 좀 위생적이 되고, 옷깃이라도 스치면 "미안합니다" 하는 세상을 바라는 것은 너무 모르는 소린지.....아직도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이다. 아니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고, 나는 계속 '그러지 말자고'얘기하고 다닐 것이다.
봉변을 당할지 모르더라도.
주 명 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