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3.31
오래전부터 나는 내 입가에 팔(八)자 주름이 깊게 자리잡아 가는 것을 보면서 살아왔다. 나이 먹어 가면서 이마주름은 보일락 말락 얕은데도 말이다.
한국에 들어와서 살면서야 이 주름이 습관적으로 미소지으며 살아온 지난 세월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요즘 미소짓는 일에 인색해져가고 있는 나를 보면서 혼자 고소를 금치 못한다.
이유는 습관적으로 사람과 마주칠 때 미소짓는 것이 전혀 우리 한국사회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건 거의 미친놈 취급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 내 얼굴도 이제는 굳어져 가고 있다. 어쩌다 괜찮은 장소에서 어줍잖게 미소라도 짓는 사람들과 마주치면 제대로 사람사는 세상에 온 것 같고, 남은 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길가다 보면 수없이 부딪친다. 부딪치는 정도가 쓰러질 정도다. 미안하다 소리라도 하겠지 싶어 돌아다보면 저 멀리 가고 있고, 그럴 때마다 한국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씁쓸하다. 그것이 나이어린 청소년일때 더욱 그렇다. 몇 번쯤 불러 세워서 “미안하다고 해야 되지 않느냐?”따져도 봤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집사람이 그러다가 봉변당한다고 그렇지 말라고 몇 번 이야기를 들은 후론 그런 노력도 않는다.
작년까진 협회 사무실이 마포 Holiday Inn 건너 큰 건물에 있었다. 현관문에서 마주오는 사람이나 뒤에 오는 사람들을 위해 문을 잡아 주거나 했을 때 “별 미친사람 다 있네” 하는 표정으로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 이 습관도 버리기로 했다. 그 건물 로비에 국민은행이 있는데 한번은 은행에 들어가는데 무심코 앞사람이 내가 뒤에 오는 것을 아니까 문을 잡아 주려니 하고 그냥 들어가다 현관 유리에 얼굴을 크게 다칠 뻔 한 적도 있었다.
그러니 내 얼굴은 굳어가고 있고, 표정도 고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 건물에 들어가도 앞·뒤 가릴 것 없이 나만 들어가 버리고 있는 나를 볼 때, 똑같은 한국인이 되버린 나를 발견한다. 오늘도 인천공항에 수천의 한국인이 해외여행에 오른다. 그들은 지구 곳곳을 다니면서 무례하기 짝이 없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지구 곳곳에 알리고 다닌다. 매우 부끄럽다.
주 명 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