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나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01-19 오후 3:28:14


생활 속의 나눔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사보 기고]

06.09.18

밥은 은행 중역으로 일하다 퇴직했다.
은퇴 그 다음날!
밥은 평생 계획해왔던 RV 여행을 하고자, 차를 몰고 길을 떠났다. 마지와 밥은 이제 여행을 하면서, 누구의 간섭 없이 누워 뒹굴고 독서를 하면서 여생을 보낼 계획이었다.

길을 떠나고 먼저 들른 곳은 플로리다 주의 탈라하시, 그곳에서 손녀도 안아주고, 오랜만에 아들과 시간을 보냈다. 애틀란타에 사는 큰 딸도 보았다. 그들은 이제 서부를 향해 달리면서 꿈같은 여행을 만끽하고 있었다.

마지와 밥은 4개월째 그렇게 미국을 여행하고 있었다. 이날도 해가 저물어 미주리주의 하니발에 RV를 주차하고 저녁 준비에 들어갔다.
차에 장착된 텔레비젼에서는 저녁뉴스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남부 플로리다에서 교량 밑을 통과 하던 바지선이 다리와 부딪치면서 교각이 끊어졌고, 통행하던 차량들이 강으로 떨어져 사상자가 많이 났다는 속보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그들이 본 것은 놀랍게도 며느리의 차였다.
“어머나, 이를 어쩌지, 저 차 좀 봐.” 며느리의 차는 거꾸로 처박힌 체 겨우 끝부분만 물위에 떠있었고, 아들 부부가 부상당한 체 실려 나오고 있었다.
‘그곳으로 달려가기에는, 우린 너무 먼 곳에 와 있어...’

뉴스는 계속 되고 있었다. 홍수로 인해 미시시피 강이 범람하여 남부 쪽 일노이스주의 주택가가 곧 침수될 위험에 있다는 것, 사람이 필요하다. 봉사자가 필요하다. 아들부부의 차사고, 미시시피강 범람, 자정까지 봉사자 긴급 필요...

밥과 마지는 서로 쳐다봤다.
‘우린 뭔가 해야 해, 우리가 도움이 될꺼야 .’
밥과 마지는 서둘러 저녁을 마치고 갖고 있던 옷 중에서 제일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수해 현장인 퀸시까지 한 시간 운전이면 충분했다.

그들은 밤새 일했다. 모래를 주머니에 넣어 나르기를 수백번!
미시시피 강물이 시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밤새 사투를 벌인 것이다. 몸은 지쳤고,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었다.
그러나 행복감에 몸을 떨었다. 남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것인지를!
밥과 마지는 뭔가 의미 있는 일들을 해야 한다는 것에 무의식적으로 동의하고 있었다.
그 다음날 밥은 헤비탯(Habitat)에 전화를 했다. 헤비탯은 빈곤층에 집을 지어주는 비영리 기관이다. 밥은 RV를 몰고 미국의 어느 곳이고 필요한 곳으로 달려가 집 짓는 봉사를 하겠다고 했다.

현재 밥과 마지는 Care-A-Vanners 라는 천여명의 RV 소유자 봉사단을 이끌고 있다.
RV에서 생활하면서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생활하는 이들은 평균 50세에서 75세에 이른다. 그날 밤, 1993년의 저녁 뉴스는 밥과 마지에게 인생에 한 획을 그어 주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린 뭔가 늘 세상에 빚지고 산다는 기분이었는데, 이제 나눔을 일상 생활하듯 행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필자는 미국에서 20여년 살다 귀국했다.
매달 말이면 우리 부부는 수표장을 들고 그달에 들어온 기부 요청 우편물을 놓고 10불, 20불 수표를 끊어 보내는 작업을 하곤 했다.
좀 시원찮아 보이거나 들어보지 못한 비영리기관에는 5불도 끊어 보낸다. 5불이면 5천원. (한국서는 잘못하면 웃음거리지만). 5천원의 나눔. 그게 생활 속의 나눔이었고 이런 관습을 그들에게서 자연스럽게 배웠다.

협회에서 저녁 늦게 귀가하다 보면 재활용품을 뒤지는 나이든 할머니를 가끔 만난다. 온갖 상자 더미를 수레에 키만큼 싣고 힘겹게 걷는다. 놀라실까봐 헛기침을 하고 "제가 좀 밀어 드릴 게요“ 하고 골목 위까지 수레를 민다. 고마워하는 할머니, 그러나 나는 그 조그만 행동에서 무한한 기쁨을 맛본다.

우린 나눔을 무지하게 어렵게 생각한다.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에 행동하는데 제약을 받는다. 나누는데도 체면과 사회적 위치를 따지다 보니 양적으로 수적으로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눔이 힘들다. 영국 수상 처칠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얻어서 살지만(what we get), 삶을 만드는 데는 나누는데 있다(what we share)고 말 했다. 꼭 돈이 아니어도 된다. 시간, 지혜, 경험, 작은 노력이면 충분하다.

공공장소에서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뒷사람을 위해 잠깐 문을 잡아주는 배려!
길을 걸을 때 마주치는 사람에게 웃어줄 수 있는 가벼운 미소의 여유 !
신호를 하며 달려오는 차에게 “그래”하고 끼어주는 너그러운 양보!

이런 여유와 배려가 나눔이 생활인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밥과 마지 같은 가족들을 우리 일상에서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자! 오늘부터 생활 속 작은 나눔을 실천해보자
그 순간부터 내가 행복해지고, 사회가 건강해진다.

 

주 명 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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