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애는 지자체, 갈 곳 있어도 안가는 노년층

1월 마지막 주말 찾아간 종로3가 지역은 날이 풀렸다 해도 영하권의 겨울 날씨였다. 종묘공원에 들려 요령껏 휴대폰으로 햇빛 바른 양지에 몰려있는 군상들 사진을 찍었다. 돌아 나오려니 눈치 챈 5,60대 서너명이 나를 둘러싸고 왜 사진을 찍느냐고 위협한다. 종묘에 갈 때마다 당해본 일이라 이번에도 봉변 안당하고 나와 2가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마침 뉴욕 훌러싱 한인타운 맥도날드가 매장에 장시간 머무는 7~80대 한인 노인들을 쫏아내 말썽이 되고 있는 판이라 3가 대로변에 있는 맥도날드에 들렸다.  현관문부터 빨간 경고판에 부동산 사채부로커 등 의 상담을 엄격 통제한다는 경고가 붙어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정면에도 빨간 경고 사인이 붙어있다.

종로3가 맥도날드는 좀 낡아 보인다.

성가신 사람에 찌들고, 주변 환경에 따라 매장 때깔도 변하는지라 운영자의 고충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종로에 나와 소일하다 무료급식으로 식사 때우고, 종묘에서 어울리긴 싫고, 때마침 맥이 내놓은 1000원짜리 커피 한잔에 호텔 커피샵 기분을 낼 수도 있으니 매장에 죽치고 앉아 있는 것이다. 부동산, 사채 브로커를 빗댄 서울 판 노년층 몰아내기 작전이다. 한국이니 인종차별이라고 말 할 순 없고....        

서울시는 수년째 종로 2~3가 일대를 “실버벨트”(아무리 지자체 수준이라 해도 “실버”는???) 지역으로 선포해 놓고 온갖 사업을 벌린다고 간간히 보도자료를 내왔다. 2014년 1월에 찾아간 종로일대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

변한 것이 있다면 수년째 울타리가 쳐지고 파 헤쳐진 종묘공원이

그나마 매일 찾아오던 갈 곳 없는 노인들 자리를 뺏어 버렸다는 것이다. 내년 12월에 공사가 끝난다고 공지되어있고, 옛 정치가 물씬하던 정자는 없어졌고, 그 넓던 공터는 수천그루의 나무가 심어지고, 그저 인간이 걸어만 다닐 수 만 있는 녹지로 바뀐다.

그게 아마 맞는 정책인지도 모른다.    

서울시는 제2의 인생 이모작센터를 종3에 설치한다.

년 예산이 7억이 넘는다니 은퇴협(KARP) 이 위탁경영을 해보고

싶지만 박시장이 키운 희망xxx에 밀릴게 뻔해 신청 할 생각도 안 해본다.

을(NGO)에서 갑(시장)이 되니 더 무섭다.

종3에 인생 이모작이 생긴다.

어떤 사람들이 이용할까? 

은퇴협 창립 후 한 3년은 종묘에서 행사를 여러 번 개최했다.

노년층이 이처럼 모이는 공간을 활용해 “변화”를 시도해 보고자 했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은 투자였는지를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해보자” 하는 어리석은 끈기가 3년쯤 유지 됐을 뿐이다.

종로 3가 노년층은 변하질 않는다.

갈 곳이 있어도 가지를 않고, 그저 그대로인 종로3가가 좋은 것이다. 이건 마치 60년대, 70년대에 돈 몇 푼 들고 젊음을 풀고자 찾아가던 종삼 골목골목의 추억인지도 모른다.

노년층은 변하지 않고, 지자체는 그나마 머물던 공간을 없앴고,

그 공간이 있어도 층층으로 갈라진 노년층간의 벽은 높아 이래저래 갈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2월 2일 일요일 아침,

설 연휴가 끝나가면서

주명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