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P 송년 Gala 유감
11월 28일(목) 저녁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슬로건의 ‘Young at Heart’ Rock & Roll 파티가 개최됐다. 연말을 한 달 앞둔 때인 만큼 송년의 아쉬움과 설렘이 가득한 밤이다.
옛 광나루 한강이 눈 아래 펼쳐 있고, 강동의 야경이 물결에 번쩍이며, 미국 DJ가 아닌 만만한 한국인 밴드, 넘치는 buffet 음식, 충분한 주류, 그리고 낯익은 얼굴들…….
6시부터 시작된 송년 Gala는 장장 4시간을 이어 재치 있는 사회자의 입담과 흥겨운 음악에 온몸을 태우듯 11월 28일 목요일 밤을 보냈다. 이날은 참으로 의미 있는 날이다. 환영인사에서 표현은 안 했지만, 미국의 추수감사절 날이다. 그리고 다음 날은 온 미국인들이 기다리는 Christmas shopping의 시작인 Black Friday다. 그러고 보니 Christmas Carol을 한 번쯤은 들려줬어야 했을 텐데 아쉽다.
뭐, 아쉬운 게 한둘이 아니다. 더 많은 회원이 왔었으면, 파티 후 한 아름씩 선물을 들려서 보냈으면, 만찬 회비도 받지 않았었으면… 등등 이런 아쉬움이다.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두어 개 단체를 이끌어 봤던 경험으로, 이런 회원 파티는 대개 sponsor가 있기 마련이다. 만찬 식대는 물론 기념선물도 들려 보내게끔 준비가 철저하다. 이런 일들을 그 단체의 중심 회원들이 팀을 만들어 행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대개의 연례행사는 철저히 수익을 남겨 단체의 활동비로 쓴다.
한국의 NGO 중에서도 몇 개 단체는 연례 만찬을 통해 상당한 재원을 만들어 낸다. 참여하는 회원들이 당일 비용뿐만 아니라 일정한 후원금을 내고 만찬장에 들어선다. 그래서 모금함이 놓여 있고 서로 경쟁하듯 준비한 봉투나 약정액을 적어 낸다. 2~3억 원을 쉽게 거둔다.
은퇴협도 초창기에는 행사 때마다 모금함을 준비했었고, 그리고 얼마간의 모금 실적도 있었다. 그러나 행사 후 매번 초라할 만큼 실적이 저조한 모금함을 바라보는 간사들의 표정에 필자가 미안해져 언젠가부터 모금함을 없애버렸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멋있고 세련되고 질 높고, 역동하는 은퇴문화의 한 축을 만들어 보고자 시도한 봄맞이, 겨울맞이 파티를 시도하면서(주로 용산 미8군 시설 이용) 매번 큰 적자를 봐 왔다는 사실이다. 회비 5만 원에 full Buffet, 무제한 주류 서비스는 처음부터 적자가 있게 마련이었다. 복권(Ruffle Ticket)도 팔아 봤지만 단돈 5천 원의 복권도 대부분 사지 않는 희한한 파티였다.
그러니 이번만은 큰 적자는 면하자 해서 긴축 있게 행사는 준비되는 듯했다. 그러고 28일 밤 자정 전 준비위의 간략한 전화보고는 또 상당한 적자가 났다고 했다. 적자의 주된 이유는 “온다고 한 회원 30명 가까이가 참석하지 않아 그 액수만큼 적자가 났다”며,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어왔다.
협회 내, 외부 활동의 재정적 책임은 협회가 책임져야 한다. 이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회원 주축 자축 파티는 회원들이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특별히 만찬 경비를 갹출하고 좀 모자라는 것은 기꺼이 회장이 계산하는 것이 이제까지의 모습이었다. 그래도 즐거웠다.
그런데 참석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안 나타난 회원님들……. “협회에 도움은 못 주더라도 손해를 끼쳐선 안 되죠. 그렇지 않나요?”
부끄럼을 무릅쓰고 이 글을 쓰는 11월 30일 밤, 이런 사실을 이사회에 보고도 못 하고 소문 안 나게 또다시 고스란히 회장이 책임져야 하는 현실. 13년 되는 KARP의 몰골과 주명룡이라는 인간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오늘 밤도 도저히 잠을 못 이룰 것 같다.
지난 12년간 수십억을 기꺼이 KARP 발전을 위해 써왔지만, 왜 이리 단돈 백몇십만 원에 화가 나는지….
오늘 오후 행사담당 위원과 회의를 끝내면서, 내년 5월 30일 저녁 봄맞이 Spring Festival을 200명 정도를 무료로 초청해서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더니, 나를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다.
‘We are Young, Rock & Roll Party’에 함께해주신 회원님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No Call, No Show” 하신 회원님들, 내년에는 좀 같이 놉시다.
11월 30일 밤
주 명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