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을 깔아도 양이 안 차면?
필자는 늘 사람에 굶주린다.
크든 작든 조직의 근간은 사람이다. 그래서 괜찮은 회원의 이력서라도 보게 되면 같이 일할 수 없나 고민한다. 미국과 한국에서 30여 년간 사회변화운동을 하면서 그간 좋은 분들을 여러분 만났다.
은퇴협을 통해 좋은 분을 만나도 많게는 5~60년이란 세월을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기에 쉽게 결합이 되지 않는다. KARP가 지향하는 기본적인 방향과 의식이 맞아떨어져도, 바라는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서 그런가 생각해 본다.
그 근본을 필자는 “퇴직은 했어도 수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봉사하고 싶어도 “공짜는 없다.”라는 대가성 경제적 사건으로 늘 종결해 본다. (아니길 바라지만….)
2002년 KARP 창립식에서 필자는 한국사회에 세 가지 용어를 사용했다. 은퇴는 새로운 시작 새로운 출발, Pro-bono, 그리고 Retire에 대한 정의(Re+Tire)였다. 11년 전 당시에 듣기에는 모순적인 말이었지만, 이제는 그 용어가 우리 사회에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창립식에 같이했던 테스 켄자 AARP 회장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Age means only numbers).”라는 유명한 말을 우리 사회에 전했다.
지난주 필자는 한나절이 족히 걸린 회원 이력 검색 작업을 통해 같이 일해 보고 싶은 신규 회원 십여 분을 사회공헌 일자리에 추천했다. 필자가 직접 나서서 이런 추천 작업을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간사가 개별적으로 일일이 전화해서 본인이 준비해야 할 추천서류를 당부했다. 그런데 한 분만 참여한다고 하셨단다. 낙심했다. 사회참여니 봉사니 하니 부담이 가는 모양이다.
전문 봉사직인 사회공헌 일자리는 은퇴협의 수년간에 걸친 건의로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정부 추진 프로그램으로, 괜찮은 퇴직자들의 사회참여를 열어 주되 점심값과 차비 정도를 지원해 주자는 일자리 정책이다. 일주일에 몇 시간 정도 본인이 정한 시간에 나와 봉사하고 월 40만 원 정도를 받는다.
얼마나 더 좋은 제도가 나와야 할까? 더 큰, 더 질 높은 멍석을 만들어야 하겠다. 그래서 거절은커녕 서로 참여하려고 앞다투어 나서는 그런 기회를 만들어야 하겠다.
그런데 그러면, 그것은 그냥 ‘일자리’, ‘임금 일자리’가 아닌가?
2013.02.22
은퇴협(KARP) 사무실에서 주명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