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고려장
6월말 일본 전역에 “덴데라” 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자식이 70이넘은 어머니를 지게에 얹어지고 눈 쌓인 고산 지대에 버리는 한국판 고려장 같은 얘기로 시작한다. 보이는 것 이라고는 눈뿐인 고산 지대에 버려진 50명의 70이 넘은 여성들은 살아나고자 그들의 집을 짓고 “덴데라” 라는 마을 이름을 붙인다. 어떤이는 남은 인생을 그냥 마음 편히 살다 죽겠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들을 버린 가족과 마을주민들에 대해 복수를 시작 한다. 유리코 아사오카, 미츠코 바이소 등 나이로 잊혀져 가던 젊은 시절 유명 일본 여배우들이 모처럼 때를 만나 열연한다.
가까운 일본이나 한국사회가 똑같이 겪고 있는 질병이 있다면 노령화(Ageing)라는 급증하는 노년층 문제다. 인구의 노령화는 지구상 인간이 생긴 이래 지속돼온 문제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노년층으로 덮힐 인구적 문제를 겪어보질 못했다. 노령화관련 연구가 활발해지고 각종 정부기구가 출범했고 이에 연계된 수백가지에 이르는 복지정책이 중앙정부, 지방정부차원에서 진행되어 오고 있다. 연령차별금지법, 주택연금제도, 장기요양제도, 기초노령연금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필자는 지난주말 KBS의 열린토론에 출연해 정부정책을 대변하는 국책기관의 연구원과 설전을 벌려야 했다. 스웨덴, 놀웨이를 얼마전에 다녀왔다는 그분은 그 나라 예를 들면서 65세 빈곤노년층이 받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의 축소안에 대해 당연하다는 주장을 했다. 현재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알레르기 반응을 뜬금없이 기초노령연금의 축소에 연계시키고 있었다. 기초노령연금 축소 scheme은 작년 봄에 세상에 알려졌지만 복지부는 계속 부인해 왔었다.
정치권의 보편적 복지든 선별적 복지든 복지정책은 우선 취약계통, 빈곤노년층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이제 경우 시작돼가며 그나마 온전치 못하게 운영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을 볼모로 잡지 말아야 한다. 44개월째 인상하지 않고 있는 단독 13,000원, 부부가구 21,000원을 당장 지급시작하고 그간 밀린 인상분 단독가구 32만원 부부가구 52만원을 일시에 지급해야 할 것이다. 복지 과잉을 얘기하기엔 우린 아직 멀었고 갈 길이 멀다. 미리 지레 겁먹고 어려운 취약계층과 노년층을 외면해선 안된다.
우리나라 복지비지출은 GDP대비 8%에 못 미친다. 국가예산 대비 26.4%로 OECD(경제개발협력기구)회원국 34개 나라 중 최하위다. 더구나 연금 급여 지출은 GDP 1.7%로 34개국 회원국 중 꼴찌서 두 번째다. 전남, 경북의 노년층 80%이상이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로 용돈도 안 되는 그 돈이 이들이 한 달에 한번 구경하는 지폐다. 스웨덴, 놀웨이가 복지로 망하고 있는 것 이 아니다. 어디 미국의 경제란이 복지로 인한 것인가?
그러나 복지정책은 어느 나라 어떤 사회든지, 또 부자든 가난뱅이든 누구에게나 달콤한 유혹이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나라에서 거저 주겠다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포플리즘(populism)은 이젠 한국판 표플리즘으로 치달리고 있다. 민주당이 앞서고 한나라가 뒤따르는 형국이다. 정치인들이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국민들에게 이 보다 더 확실하게 마음을 끌 수 있는 공약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복지 비용의 부담은 바로 국민들 자신이라는 점이다. 즉, 너, 나 그리고 이웃들이 낸 세금에 의해 국가경영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절제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복지국가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며 훗 세대들에 “국가 부도” 라는 짐을 남겨주게 된다. 복지에는 U-turn 이 없다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의 얘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번 주어진 길들여진 복지의 유혹은 좀체로 국민들로부터 거둬드리기 어렵고 뒤늦게 개혁을 시도하기만 하면 국민들이 거리로 나서 나라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누가 뭐래도 노령화
현상과 빈곤 노년층 문제다. 하루 1300여명이 65세로 진입하는 숫자의 그 절반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것은 복지 이전의 문제다. 노령화와 아직 먼 복지손길, 미리 지레 겁먹고 막지 말아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기초노령연금 축소시도는 현대판 고려장이다. 기초노령연금은 정치권의 복지 포플리즘과 전연 무관한 이미시행되고 있는 법으로 제정된 기존사안이다. 현재 집권당인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약속한 20~30만원 인상안을 지금부터라도 지켜나가야 한다.
한국판 50인의 여전사 “덴데라”가 태백산맥 어딘가에서 생기고 있는지 정치권은 정신 차려야 할 것이다. 적어도 미래의 한국노년층은 더욱 똑똑하고 목소리를 낼 줄 알며 그들의 요구를 성취하기 위해 몸으로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