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1.26.
1960년대 말, '인 디 이어 2525'(In the year 2525)라는 노래가 크게 유행했었다. 인류의 시작과 종말을 암시하는 이 노래는 당시 한국의 음악 감상실에서 몇달씩 신청곡 1위를 차지 했었다. 빌보드 차트 1위를 6주간이나 차지했으니 당시 20대를 보내고 있던 필자도 '인 디 이어 2525'를 흥얼거리고 다녔던 기억이 생생하다.
기사의 내용인즉 '서기 2525년에 만약 인간이 살있다면'으로 시작해서 3535년, 4545년, 55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서기 1만년까지를 노래하고 있다.
우리에게 낯익은 영화배우 '톰 크루즈'(Thomas Cruise)가 주연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는 서기 2054년 미국의 수도 워싱톤 DC를 무대로 보여주고 있다.
300층짜리 버티칼 시티를 만들고, 어느 층에 살던 자동차를 자기 아파트 창가에 주차시키며, 범죄예방수사대는 범죄가 발생할 장소와 시간 및 범죄자를 미리 알려줘 체포, 예방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50년 후의 미래사회를 상상해 보는 것은 쉽지않다. 5년 전인 2004년 7월, 한국은퇴자협회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2054년을 상상해 보는 포럼을 개최한 적이 있다. '서기 2054년, 50년 후 우리는 어디에 있나?'라는 포럼의 책자에는 2054년 2월 달력이 실려 있다. 상상이지만, 2054년으로 가보자.
2054년 1월 1일 목요일,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늦게 잠자리에 든 한국인들은 천정에 자동으로 비쳐지는 아침 뉴스를 보면서 새해를 맞는다. 뉴스는 점점 격해지고 있는 세대간 갈등을 조명한다. 앵커는 밤새 경기도 양평의 노년층 집단 거주지에 수십명의 청년들이 들이닥쳐 기물을 부수고 여러 노인들을 가해한 현장을 보도한다. 또 다른 3건의 노인 유기사건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뒤이어 흘러나온다.
또 다른 화면에는 시청 지하철역과 종로3가역에 과격 청년집단이 휘갈겨 쓴 '그라피티'(graffiti : 벽에 낙서처럼 그린 그림)가 여기저기 난잡하게 비춰지고 있다. 그 옆에는 노년층 증가로 국가의 미래가 위험하다는 경고벽보들도 나붙어 있다. 신문의 논평은 국회 앞에서 농성중인 노년층의 '부양의무법' 강화요구에 대해 해설하면서, 또 다른 경제면에선 노년층 부양 부담으로 더 이상 세금을 못 내겠다며 '조세파기운동'을 벌이고 있는 청년 비정부기구(NGO)의 성명을 싣고 있다.
이미 초고령사회가 된 한국사회는 동시에 다민족화돼 '토종한국인'은 절대 다수(majority)의 자리에서 밀리기 시작하고 있으며, 1960-70년대 출생한 후기 베이비붐세대는 최고령층이돼 젊은층의 미움과 증오 속에 우울한 노년기를 맞는다. 고갈돼 가는 연금과 건강보험을 지탱하기 위해 연일 개선안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보건복지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보다도 높은 사회복지예산을 갖고도 분배에 고심한다.
UN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한국 인구는 2025년 5016만명을 정점으로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해 2050년에는 4641만8000명으로 현재보다 300만명이 줄어들 전망이다. 인구가 감소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인구구조의 분포가 우리 미래 사회의 더 큰 문제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 우울한 2054년 1월 1일을 맞지 않기 위해 우리는 참 할 일이 많다.
그 할 일이란 이미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연구돼 왔다. UN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계속해서 인구 문제에 따른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1982년 비엔나에서 개최된 UN 세계노령화대회, 그로부터 20년 후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2002년의 2차 세계노령화대회는 항목별 제시를 통해 우리에게 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2022년에 개최될 3차 세계노령화대회에는 한국이 단연 주인공이 될 것이다. 결코 자랑스럽지 않은, 아이들이 없는 나라, 노인이 더 많은 그런 사회가 조명될 것이다.
고령화 현상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인구변동의 결과다. 20여년 전부터 정부가 미리 인구문제에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면 지금 우리는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두 올가미에 걸려들지 않았을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 위에 장단기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미래의 청년과 노년이 서로 끌고 당기면서 인구파동이란 초고령사회의 늪을 건너 새로운 젊은 나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주 명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