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vs. 안철수
`박사 출신으로 해군에서 군복무, 제대 후 IT 기업 창업해 벤처 신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과 안철수 전 대선 예비후보의 묘한 공통점이다. 두 사람 모두 일반인들에게는 벤처 기업을 창업해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올린 인물로 각인되어 있다. 김종훈 내정자의 스펙트럼이 좀 더 넓지만 큰 그림에서는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내정자와 안 전 후보의 성장과정과 경력을 보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출생은 김 내정자가 1960년으로 안 후보보다 2년 앞선다. 청소년기를 안 후보가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보낸 반면 김 내정자는 빈민촌에서 고학으로 공부하는 어려운 시기를 지냈다.
두 명 모두 박사 학위 취득을 통해 해당 분야 전문 지식을 쌓은 것은 비슷한 행보다. 김 내정자는 미국 존스홉킨스대를 거쳐 메릴랜드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안 후보도 의학 분야에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한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한 기초 소양 연마를 꾸준히 했다는 얘기다.
두 명 모두 해군에서 복무를 한 것도 재미있는 공통점이다. 제대를 한 뒤 김 내정자는 유명 IT 기업의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치고, 안 후보는 의사라는 보장된 길을 버리고 각각 창업에 나선 것도 같은 행보다.
김 내정자는 1992년 통신 장비업체인 유리시스템즈를 창업한 뒤 이를 미국 굴지 통신회사 루슨트 테크놀로지스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매각했다. 회사 매각으로 그는 당시 미국 400대 부자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안 후보는 1995년 안철수연구소(현 안랩)를 창업했다. 창업 후 그는 회사를 직접 이끌다가 이후 이사회 의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회사를 시가총액 6000억원짜리로 키웠다. 그는 현재 회사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18.6%의 지분을 소유한 대주주다.
오정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가관이나 인품 등 세부적으로 따져봐야 할 요소는 있지만 두 사람 모두 벤처기업 창업을 통해 뚜렷한 성공신화를 일궈냈다는 점에서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벤처기업의 성공신화를 일궈낸 두 사람은 이를 바탕으로 정ㆍ관계에 각각 진출한다. 안 후보는 지난 18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김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담당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내정된 상태다.
민주통합당 모 인사는 "박근혜 정부가 안철수 전 후보의 대항마로 김 내정자를 영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며 "미국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던 사람이 미국 국적 포기를 감수하면서 굳이 어려운 한국 관가에 선뜻 들어온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비슷한 행보를 보이면서 사이버공간에서 김종훈과 안철수를 비교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보수 논객으로 불리는 변희재 주간미디어워치 대표는 지난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종훈 이분 장관으로서는 모르겠지만 민간시장 경력을 보면 안철수와 비교도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정치권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김종훈 바람이 거세다. 18일 주식시장에서 김 내정자 발표와 함께 직ㆍ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종목들이 이른바 `김종훈 테마주`로 묶여 줄줄이 강세를 보였다.
[이승훈 기자 / 손일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