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사 대웅보전 
-나신상(裸像)의 전설-
광해군 6년(1614년) 전화다. 이때 중건공사을 맡았던 도편수가 아랫마을 주모(酒母)와 정분이 났단다. 그런데 그 여인이 도편수가 맡겨논 돈을 가지고 제3의 남자와 도망을 가버렸다. 도편수는 한때 실의에 빠졌지만, 마음을 다잡아 대웅보전 공사를 계속하는데... 처마 네 귀퉁이에 도망간 여인의 벌거벗은 모습을 조각해 넣어 무거운 지붕을 영원히 떠받들고 있도록 하였다. 네 귀퉁이의 나신상을 자세히 보면, 두손으로 처마를 떠받들고 있어야 할 나녀 (裸女)가 때로는 오른손으로만, 그리고 왼손으로만 떠 받드는 여러 형태로 조각 되어 있다. 벌 받는 여인의 교활한 모습이 연상된다. 이러한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람이 불면 추녀끝에 매달린 풍경의 비어(飛魚) 가 꼬리를 흔들며 소리를 만난다. 계절에 관계없이 언제나 바람은 또 소리를 만나게 된다. 
나신상(裸像)의 전설 /김승화
예술은 이런 것이다 예술이란 사람과 사랑의 알아차림의 과정이다 삶과 인과의 본질의 해석이다 도편수와 나녀(裸女) 사랑은 이런 것이다 예술은 이런 것이다 전등사 대웅 보전과 나신상(裸像) 그리고, 나 도편수와 나녀(裸女) 만남과 이별은 이런 것이다 실상과 환상은 이런 것이다 전등사의 대웅 보전과 나신상(裸像) 그리고, 본질 도편수와 나녀(裸女) 과거와 미래는 이런 것이다 부정과 긍정은 이런 것이다 전등사 대웅 보전과 나녀(裸女) 그리고, 시각 도편수와 나녀(裸女) 도편수가 남자라는 것, 나녀(裸女)가 여자라는 것, 도편수가 세상 속에 있었다는 것, 나녀(裸女)가 육신 속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관계 예술은 이런 것이다 인간이 갖는 한계와 본질에서 다시금 시작하는 새로운 시점이다 도편수의 가없는 무거운 마음에서 나녀(裸女)의 잔혹한 형벌에서 탄생되는 의미의 발견이다 예술은 이런 것이다 한편 도편수의 처마를 받혀 들고 있는 무거움이자, 한편 나녀(裸女)의 처마를 받혀 들고 있는 가벼움에 대한 최선의 희생이다 오늘 전등사의 처마를 바라 보면서, 나녀(裸女)의 나신상(裸像)을 보면서, 추녀 끝에 매달린 평생을 눈감지 못하는 비어(飛魚)의 애절함을 느낀다 . . . 바람을 벗 삼아 구름을 벗삼아 제 몸도 아닌 몸속에서 풍경 소리만 남는다. 
나신상(裸像)의 전설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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