綠樹陰中黃鳥節 푸른 나무 그늘에 황조 울고
靑山影裏白茅家 청산 그림자 속의 하얀 초가집
閒來獨步蒼苔逕 한가히 푸른 이끼 길 홀로 걷는데
雨後微香動草花 비온 뒤 미향이 풀 꽃에 진동하네
이조 선조 시대의 최기남(崔奇男)의 시입니다.
집 사람의 예서(隸書) 연습 글씨가 창문에 오래 전부터 붙어있습니다.
위와 같이 칠언절구는 4연이나 밑의 두 줄만 쓰여 있습니다.
이 시를 보면 운(韻)은 가(家)와 화(花)입니다.
앞의 두 줄은 시절의 변화의 추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거진 숲과 그 속의 새의 울음소리가 동적이라면 산 그림자에 뭍인 초가는 정적인 풍경입니다. 이 두 줄은 자연을 표현합니다.
이제 시인의 입장에서 이 자연과의 어떤 정경이 묘사됩니다. 모처럼 찾아온 한가로움의 산보에 비 온 뒤의 풀 꽃들의 미향(微香)이 나를 일깨우는 것입니다.
요즘 가뭄에 이 비온 뒤의 흙 냄새와 더불어 싱그런 풀 냄새가 그립습니다. 수돗물 한 바가지라도 들고 나가 집 앞의 말라가는 식물에게 보시를 해야 할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