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에 아버지나 장인에 대한 복이 나한테는 없는 모양입니다. 아버지는 이북 황해도에서 6.25 때 반공분자로 납치되시고, 우리 3남매는 작은 아버지의 도움으로 부산까지 피나갔다가 지금은 경기도 성남시에 살고 있습니다.
장인께서는 경북 의성에서 인민군이 후퇴할 때 납치되셔서 이북으로 가셨다고 합니다. 처는 위로 언니뿐입니다. 양가 어머니만 계시는 집안끼리 사돈을 맺게 된 것입니다.
나는 5살, 처는 생후 8개월만에 아버지를 여윘기에 처는 아버지에 대해서 전혀 모릅니다. 우리 부부가'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교인이기 때문에 기도 시에 '하나님 아버지'뿐입니다.
아버지의 모델을 상실했기에 아마도 아이들의 성장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한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앞 말이 길어진 것은 이런 배경이 두 어머님의 성향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에 계시는 70대의 어머님이 아프셔서 찾아 뵐 때 작은 관음죽 화분을 구입해서 드렸드니 아주 반가워하셨는데 이 관음죽이 3년 만에 꽃을 피운 것입니다. 내가 알기로는 이 관음죽이 꽃을 피우는데는 10년 이상 가는 줄로 알고 있었습니다..
같은 해에 처가에 있는 그리 크기 않은 관음죽도 꽃을 피운 것입니다. 아마도 두 어머님의 꽃을 가구시는 정성에 그들도 감응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관음죽은 관음(觀音)이 붙어서 불교와 관련된 꽃이 아니라 중국 남부에 있는 관음산에서 자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야자나무과에 속하는 이 나무는 암모니아 발생에 대응하는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소리 즉 음(音-조화로운 소리)이나 성(聲-일반적인 소리)은 듣는 것이나 觀音은 소리를 보는 것입니다.
본다는 뜻의 한자를 보면, 觀(볼 관), 見(볼 견), 視(볼 시), 示(보일 시), 監(살필 감), 看(볼 간) 등입니다. 觀은 자세히 본다는 뜻이며, 見은 저쪽에서 보인다는 뜻이고, 視는 이쪽에서 보인다는 뜻이다.
불교의 관음보살(觀音菩薩)은 중생의 모든 소리를 자세히 '본다'는 것이지요. 사람이 아주 고통이 심하면 '아야!' 소리도 못한다고 한다. 이 소리없는 소리를 본다는 것입니다.
이름이 관음죽이라서 그런지 두 어머님의 아픔을 들은 게 아니라 본 것임에 이 관음죽들이 자비를 베풀어 일찍 꽃을 피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순(耳順)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60세가 되어 천지(天地) 만물(萬物)의 이치(理致)에 통달(通達)하게 되고, 듣는 대로 모두 이해(理解)하게 된 데서 온 말입니다. 아마도 관음은 이순보다 적극적으로 듣는(보는),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제 노년이 되어서 자녀들, 형제들, 이웃들의 아픔을 '볼 줄' 아는 삶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도울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관음보살은 천수(千手) 보살이라고 합니다. 1,000개의 손(手)을 가졌다는 것이지요. 눈으로 '듣는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손들은 남을 도울 때 백방이 아닌 천방으로 쓰여진다는 것일 겁니다.
6월 첫 날, 갑자기 관음죽을 보고 생각이 나서 이 글을 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