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년 7월부터 성남문화원의 성악반에 등록하여 지금껏 잘 나가도 있습니다.  회원은 20여명으로 70%가 여성입니다. 남성 중 최고  고령자는 금년 85세이신 분입니다. 그런데 이분께서  오늘도 독창을 선 보여셨는데, 어느 교회에서 특송을 하신다고 회원 앞에서 리허설을 하셧습니다. 곡목은 ' O Sole Mio ' /'오 나의 태양'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곡입니다.

성악 선생님은 노래부르기 전, 노래 부를 때의 습관을 지적합니다. 손으로 옷자락을 만지작거린다는 것입니다. 이에 다들 웃음이 터집니다.  테너이신 이분의 음성은 상당한 미성으로 고음처리도 능란하십니다.

노래가 끝나자 박수가 터집니다. 이번에 새로 등록하신 비교적 젊은 분들은 다들 놀란 표정입니다. 그런데 이분은 아직 차를 가지고 다니십니다.

여성분 중에 최고령은 82세이십니다. 작년 저를 처음 보시고

 "금년, 몇이우?" 하고 물으시길에

 "66살입니다" 라고 대답했더니

" 아직 젊군요"

이분은 오늘 어느 케이블 TV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참가하신다고 합니다.

키가 작으마한 분으로 음성이 곱고 자태가 순수하기 그지없습니다.

노래는 우리 가곡 '물망초 꿈꾸는 .....' 입니다.  전부 외워서 부르십니다.

헤어질때 제가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손을 모으시고 부르시는 게 좋을 것 다는 제 말에  매우 고마워하십니다. 그러시면서 '한 번 그런 곳에 가보고 싶으시다'는 것입니다.  

어제 아침 충무한테서 남성회원의 부음을 접했습니다.  이 분은 평안도 출신으로 향년 82세였습니다. 장녀가 충무에게 전화를 주셔서 반장님과 총무 그리고 선생님 세분이 영안실을 다녀오셨다고 합니다.

이 분은 은퇴 후 근 20년을 성악에 전념하는 삶을 사셨다고 합니다.  작년 12월 자체 발표대회에서 그 분은 고난도의 이태리 가곡을 원곡 그대로 이태리어로 전부 외워서 부르셨습니다.  복장도 나름대로의 연주복을 입으셨는데 회원 중에 노래 부르는 태도가 가장 좋으시다고 선생님은 말합니다.

근 데 이분 금년 초 감기가 심해져 폐렴으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들 아까워합니다. 그렇게 성악 공부에 열정을 보이는 분은 드물다는 것이지요.

오페라 아리아에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라는 곡이 있습니다. 바로 이분이 '노래에 살다' 가신 분입니다.

프랑스의 어느 상징파 시인은 '지금은 취할 때-'라고 말합니다.  무엇에든 취하라는 것입니다.  이 분은 '음악에 취한 삶'이었다고 봅니다. 아니 '노래에 취한 삶'이 더 정확한 말이겠지요.

 단지 내가 할 일은 이 밤에 고인의 명복을 빌 뿐입니다. 레퀴엠(진혼곡)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