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녹아 비(雨)가 되고 얼음이 녹아 물(水) 된다는 24절기 중의 우수가 내일로 닥아 왔네요. 유난히도 더웠었고 유별나게 추웠던 겨울은 ‘3한4온’에서 ‘5한3온’과 대륙성에서 열대성이란 여러 가지 이름까지 탄생시키며 팔색조처럼 변신하며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으나 계절 따라 찾아 온 우수와 더불어 저 멀리 물러나는 것을 보니 세상과 세월의 무상함이 새삼 느껴집니다.

대동강물이 녹고 봄처녀가 바구니 옆에 끼고 봄나물 캐려 나설 때 겨우 내 가꾸었던 해맑은 봄버들처럼 뽀얀 얼굴에 새 풀옷을 걸치고 미소를 머금으며 사뿐히 내려앉을 때 봄기운은 만물로 전달되어 정기를 일깨우고 있는 데 영장이란 우리 역시 도약하며 봄을 맞아야 겠죠

지금쯤 남쪽 <선운사>사찰에는 홍매화가 꽃봉오리를 지필 것 같아 그리움이 배가 되네요

오방색으로 단장한다는 흑룡의 용트림처럼 이제는 더불어 두 팔을 높이 쳐들고 봄기운 맞으면서 계절의 향기를 듬뿍 담아 옴추렸던 그대들한테 뿌려 함께 아지랑이 찾아 갑시다. 겨우내 찾아 다녔던 산행 길에도 잔설 녹는 소리가 메아리 되어 귓전을 울리고 있으니 우수 날, 내일-산사를 찾아가서 산행 길을 안전하게 즐겁게 해준 은덕에 감사드리렵니다.

이제는 우리가 앞장섭시다. 이조 영조 때 호조서리였던 <김수팽>의 사불삼거(四不三拒)정신으로 세상을 밝힙시다. 재임 중에는 부업을 하지 않고, 땅을 사지 않고, 집을 늘리지 않고, 재임지의 명산물을 먹지 않는다는 4불 정신을 전파하고, 윗사람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고, 청을 들어 준 것에 대한 답례, 그리고 경조사의 부조를 적절히 거부하는 지혜를 키워 줍시다.

상사가 꿀과 잦을 보내달라는 전갈을 보내 온 것에 대한 지혜로운 답신 왈

“잦나무는 높은 산 위에 있고, 꿀은 민가의 벌통 속에 있다“는 사불삼거(四不三拒)정신으로 닥아 오는 봄 계절 훈풍에 실어 밝은 세상 맑은 마음으로 후일을 정결하게 도모토록 합시다.

이 시대 이봄의 축이 되어 경직된 분위기를 우수처럼 풀고 녹이면서 지혜를 일깨워 후일의 주축이 될 그들에게 꿈을 싣고 희망을 갖도록 밀고 당기면서 H세대의 자리를 지킵시다.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은퇴자들의 자조 섞인 외침은 여명을 밝히고 석양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는 에너지 되어 이 계절에 어른다운 고고한 자태로 지켜갑시다.

우수에서 보름 후에 찾아올 경칩 때는 개구리가 땅을 차고 올라온다는데 하물며 우리라는 존재가 세풍에 흔들린다면 어쩝니까. 손에 손을 맞잡고 더불어 후일을 밝혀 나갑시다.

                                  2012. 2월 25일 우수 하루 전 날 박 순 웅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