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많은 노인들이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서글픈 일이 번져 노인사회를 으스스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사망 후 4일이지나 발견되는 고독사가 한 해 1만 5천여 명에 달하고 죽어도 시신을 인수할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도 3만 2천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바야흐로 이제 인간 수명이 100세를 넘어 120세를 향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처럼 장수하는 노인들을 우리는 흔히 실버(silver)라고 부른다. 실버는 은(銀)을 지칭해 노인의 흰머리를 미화시켜 표현한 단어로 인식되어 있다. 노인을 실버로 쓰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말 부터다.

이처럼 고령화된 사회에서 100세 이상 장수노인이 빠르게 늘고 있는 사실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제 인구 10만 명 중 네 명꼴이 실버란 칭호를 가슴에 달고 살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0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100세 이상 생존자 1,836명 중 부산시는 91명으로 5년 전의 세 배 수준으로 급증했으며, 수도권의 경우 경기도가 360명으로 5년 전보다 136% 많아졌고 서울시도 270명으로 91.4%나 늘었다고 한다.

또한 2009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77명으로 1990년에 비해 5배 이상 급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이는 도시화와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노인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자살률 증가는 소외된 노인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홀로 살다 혼자 죽는 으스스하고 서글픈 노령사회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게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쉽다.

지난 8월21일(음 7월22일)은 아버님께서 작고하신지 7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아버님 슬하 가족은 내가 12명, 동생 가족이 4명 도합 16명인데, 이날은 12명이 참석해 주었다. 큰 생질은 학원공부 때문에, 그리고 큰 딸의 아들들인 외손자 두 명은 필리핀에 유학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참석할 수 있는 여건인데도 불구하고 불참한 가족은 큰 딸의 남편인 사위(48세)가 유일하다. 그는 부인이 사망한 이후부터 처가에 발길을 뚝 끊었다. 그를 제외하면 모두 다 집안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가족 간에도 우애가 있는 편이다. 아버님 7주기 행사를 마치고 인천 동생가족과 분당 둘째 딸 아이는 밤11시가 되어서야 자리를 떴다.

우리의 선현들은 어려서 서당에 다니면서 문자와 학문을 익혔다. 같은 서당에서 공부하는 학동들도 다양하여 7살짜리 코흘리개가 있는가 하면 30살를 넘긴 가장들도 있었다. 또 배우는 내용도 각각이어서 <천자문>을 읽는 아이부터 <논어>나 <대학>과 같은 사서를 읽는 어른까지 함께 섞여 있었다.

훈장님이 각자 소리 내어 읽기를 청하면 학동들은 각기 다른 내용을 자신의 진도에 따라 비슷한 음률에 맞추어 큰 소리로 읽었다. 잘 훈련된 합창소리와 같은 음률을 들으면서 훈장님은 누가 어디를 틀리게 읽는지를 어김없이 지적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드디어 일곱 살 된 꼬마가 <천자문>이나 <명심보감>을 떼면 그 댁 부모님은 큰 양푼이에 떡을 해 와서 훈장님과 동료학동들을 위하여 한 턱을 쓰게 된다. 이른바 "책 떼기"라는 자축행사다. 훈장님에게는 성의를 다해 가르쳐 주신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며, 형들 뻘인 동료 학동들에게는 어린 자식을 위해 여러 가지 도움을 준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요즘의 학교나 학원에 비한다면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학문에 앞서 인성을 기르고 유창한 입담에 앞서 실천의지를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스승이 없다면 나라가 텅 비는 비극이나 다름이 없다. 스승을 신뢰하고 학동들이 서로 상부상조하는 서당에서의 교육은 철저한 사교육이면서도 문자와 행실을 동일시하는 공교육의 소임까지 다하였다.

요즘 어린이집이나 청소년독서실 등 교육시설에서 한문예절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판 서당 훈장인 필자로서는 회의를 느낄 때가 많다. 남의 자식을 위해서는 철저한 인성교육을 하면서도 정작 집안(8촌 이내) 동생들이나 조카들을 위해서는 이미 교육기회를 놓쳐버려 극히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평소 그들이 예의를 실천하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다.

일례를 들면 평소 소식을 끊고 지내는 것은 물론이고, 한해가 가고 새해가 다시 와도 손위 형님에게 안부전화 한번 하는 일이 없다. 또한 1년에 한 번뿐인 집안 성묘행사에는 늘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 금전위주의 얄팍한 방식만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도가 아니다. 옛날 서당식 교육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각자 사회교육을 제대로 받고 자란 사람들이라면 그 정신만은 얼마든지 계승할 수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작년 5월에 부자 나라인 북유럽 4개국과 러시아를 여행한 적이 있다. 이들 나라들 중 노르웨이의 경우는 국민소득(GNP)이 8만 불로 룩셈부르크 다음인 세계 2위의 부자나라이며, 덴마크는 국민소득이 세계 6위인 67,800불이고 정년은 67세라고 한다. 우리 한국은 대학교수와 법관만 65세 정년을 유지하고 있을 뿐, 대부분 직종은 57세~61세가 정년이며 일반 사기업의 경우는 50대 초반만 되어도 여러 가지 사유로 조기퇴직을 하는 경향이 있다.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나 개인 생각으로는 사정이야 비록 어렵겠지만 우리 한국도 북유럽만큼 정년을 늘릴 수만 있다면 현재보다 8~9년을 더 근무할 수가 있으니 평균 연봉을 7,000만원으로만 계산하더라도 6억여 원은 더 받게 될 것이고, 이외에도 퇴직금과 연금 등이 있어 퇴직 후 노후보장은 충분히 될 것이나 우리 한국은 정년이 너무 짧다보니 노후보장이 안되고 퇴직 후에도 일거리를 찾아 여기 저기 기웃거리지만 마땅한 일거리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