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강의가 있어 내려갔는데, 서면 영광도서에서 1,000원 짜리 책,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22개의 이야기'를 구입해서 읽었는데 그 중에 한가지 이야기를 '무언가 시사하는 것'이 있을 것 같아서 소개합니다.

  2003년 12월 14일, 일본의 작은 경마장은 1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 달아 올랐다.

  탕! 총성과 함께 말들이 달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 외치기 시작했다.

 "하루우라라! 하루우라라!"

  늘씬한 다른 경주마에 비해 왜소한 체격의 '하루우라라'는  중반까지는 선두를 유지하는가 싶더니 힘이 달려서인지 결국 꼴찌를 하고 말았다.

  사람들의 표정에는 잠시 어두운 빛이 스쳐갔지만 이내 모두가 밝은 웃음을 지었다.

  여태까지 하루우라라의 전적은 99전 99패, 그러니까 오늘로써 100전 100패를 기록한 것이다. 대체 경주에 나섰다하면 꼴찌를 하는 이 말에게 사람들은 왜 돈을 걸고 열광하는 것일까?

  '화창한 봄'이라는 뜻의 '하루(春)우라라'는 현재 8살의 암말로 경주마로서는 불리한 작은 체격을 가졌다. 출전을 해도 매번 지기만 했기에 주인은 안락사를 시키려고 했지만 사육사의 간청으로 지금까지 출전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경마장에 오는 사람들 또한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이 경마장을 찾아 하루우라라의 마권(馬券)을 사는 것은 결코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얻기 위해서이다.

  하루우라라는 누가 보더라도 정말 열심히 달린다 늘 눈을 반짝거리면서 채격이 큰 다른 견주마들 사이에서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힘껏 달리는 모습은 전적을 따지지 않는다면 명마(名馬)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비록 패배를 해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보여주는 하루우라라를 통해 사람들은 희망을 얻고자 한다.

  형편없는 전적에도 불구하고 하루우라라가 출전하지 않는 날이면 경마장이 텅 빈다고 하니 그 인기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끝-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 남은 '희망'이 여기에도 있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이 운동장에서 꼴찌를 사람은 다른 운동장에서는 일등을 달리고 있는 지 모른다.

  이는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평행우주(Parallel Universe)의 논리이기도 합니다. 이 우주에서 비천한 삶을 살고 사람은 다른 우주에서는 백만장자인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