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뱃길 따라 기차길따라

금년 1월20일 오후 6시에 대인(大仁:대련-인천) 페리호로 인천 연안국제부두를 출발하여 장장 17시간만인 21일 오후 3시에 중국 대련항에 도착했다.
대련에서 오후 5시에 빨간 T-열차(우리나라 새마을 열차)로 대련을 출발하여 심양,철령,사평,장춘,길림,교화,돈화,안도,조양천을 거쳐 즉 요령성, 길림성을 경유 1,400km를 시속130-!40km로 달려 18시간만에 22일 오전 11시에 연길에 도착했다.<의사 지바코>의 장면 처럼 가도 가도 하얀 눈 벌판이였으며 간혹 민가에서 연기가 모락 모락 올라왔다.여독에 지친 나그네를 더 외롭게 했다.

페리호는 영상 18도를 유지하여 춥지 않았으나,기차는 피난 열차 같이 난방이 제대로 안되었고,창틈으로 찬바람이 밀어 닥쳐 영하 7도로 실내물기가 모두 얼어 창밖을 볼수없었다.난방보다는 인해전술식으로 승객체온으로 열차내 기온을 높히려했지만 가당치않았다. 냄새난 시트를 덮고 잠을 청했지만 턱이 떨려 잠이 오지않았다.

하지만 조선족은 추위에 익숙하여 눕자마자 코를 골았다.중국인의 밑바닥 삶의 애환을 체험하기 위하여 선편,열차를 택했는데,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많아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너무 추워 잠을 잘수 없어 여객 전무를 자청했다.    이곳 여객 전무는 검표외에 기차 바닥 어름도 깨어야하므로 쉴틈이 없었다.

2.한반도 최북단 훈춘

드디어 오전 11시에 연길역 도착하자 여객인파가 밀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난생 처음으로 위도상 최북단에 닿았다.  전체 도시인구 60만명 가운데 58%가 조선족이므로 건물의 모든 간판이 한글과 한문이 병용하여 서울 구로동에    온것같이 착각했다. 현재 기온이 영하 27도이므로 남녀 모두 장화 털신에 눈만 내놓는 벙거지를 쓰고 다니면서 돈벌이에 바빴다. 병원,관공서,백화점등 모든 건물입구는 비닐 커틴이 걸려있어 이를 제치고,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마라톤 티샤스를 바꿔입고 1km를 혼자서 뛰어봤다.시민들의 시각에는 미친놈 같기도 하고 영웅같기도 했지만 이에 의식하지 않고 오직 중국인에게 대한의 남아를 알리고 싶어 추위도 잊고, 시민의 시선도 참으며,  달밤에 체조하듯 정신 없이 달렸다.

 

잠깐 달린후 코트를 갈아 입고 <목포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은 후 고속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을 달려 훈춘에 도착했다. 중국의 훈춘은 북한의 나진시 선봉과 러시아 우루리스크의 3국의 국경선이 접한 곳으로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이 항일 투쟁을 한 지역이다.

"일송정 푸른솔은 늙어늙어 갔어도 한줄기 혜란강은 천년두고 흐른다...."<선구자>를 목이 터져라하고 불러봤다.

훈춘에 도착한후 호텔로 가기 위해 택시를 찾았다.택시 운전수들이 도시락을 입에 대고 젖가락으로 밥을 입에 밀어 넣으면서 가자미 눈으로 손님을 부른다.식사하랴 호객하랴 바쁘다. 중국에서 별난것 두가지를 보았다. 첫째건 모든 은행이 두꺼운 방탄유리로 차단되여 고객이 은행원에게 접근을 못하게 되어 은행강도 사건는 없을 것 같으며,    또 하나는 가축 음식 속칭 짬빵을 운반하는 당나귀가 주인은 달구지에서 졸고 있는데 빨간신호등, 파란신호등을   알아서 차들 사이를 뚫고 주인집으로 혼자 향하는 기특한 광경이었다.

두만강은 백두산에서 발원하여 훈춘지역은 하류인데도,뱃사공이 노저을 정도의 큰강은 커녕 중량천보다 강폭이    좁은 샛강이라 실망했다.초보 수영선수라도 20분이면 도강할것 같다.눈 덮힌 두만강 북한측 강변은 적막하고,드문 드문 벽돌집에서 연기가 올라오는데 이는 민가가 아니고 민가를 가장한 군초소이며, 여기에는 고성능 망원경이 배치되여 탈북했다면 즉각 기관총으로 조준저격시킨다고 했다.

탈북자가 중국에서 잡히면 여자는 코에 구멍을 뚫고, 남자는 손바닥에 구멍을 뚫어 북한으로 압송하며,그이후 그    운명은 참혹하리라 추측된다. 숨겨준자도 불고지죄로 감옥에 간다니,목숨을 걸고 탈북한들 생존가능성은 희박하다. 일제강점기에 왜놈들이 우리 민족을 핍박했던것과 대조적으로, 북한 당국이 힘없는 자국의 국민을 괴롭힌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것이다. 강물이 얼어 북한의 촌로들이 달구지에 나무를 싣고 어름판위를 건너갔다. 중국측 산야는 숲이 울창한데 북한은 민둥산이라 장마되면 산사태가 날가 걱정스럽다.

3.안중근 의사 손가락 위력

안중근 의사의 생가를 둘려보았다.관리가 허술하여 아쉬웠다. 안중근 의사가 소학교 교사시절 나라 잃은 설음에 복바쳐 결의로 우수리스크에서 왼손 약지를 짤라 혈서를 쓴후 짤린 손가락을 알콜통에 보관하여 훈춘 제1소학교 교문에 보관한후 조선족 학생들이 등교때마다 그 손가락통을 향해 경례를 바치며 애국심을 불러 돋구자 왜놈이 배가 뒤틀리어 그 손가락통 압수를 시도했지만 학교측에서 완강히 거절하자 일본 헌병이 교사 12명을 사살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지금 학교 건물은 없어지고, 그 교정에 12명의 묘지만이 피어린 역사를   증명해주는 전설만 남겼을뿐 산천은 말이 없고, 솔밭사이로 찬 바람만 스치운다.

자국의 독립을 위해서 남의 나라에 와서 군자금도 부족하고, 감시도 심한데 목숨을 잃어가며 투쟁했던 우리 선조 독립군의 고귀한 희생이 고맙고,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아직도 독립군 수만명의 유골이 환국하지 못하고 이국의 산야에 묻혀 혼백이 구천에서 방황한다는 설명을 들었을땐 가슴이 아프고 눈시울이 뜨거웠다.

이번 여행은 교통시간이 왕복 70시간의 파란많는 여행이었으며, 인천 항에 도착할때는 마치 <서유기>의 삼장법사 처럼 아련히 꿈만 같아 인천부두를 껴안고 싶은 감격이었다.

고생은 했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국가의 존립은 그저 되는 것이 아니고 애국 선혈들의 피와 땀의 댓가이며, 우리 후손들은 오늘 날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은 독립운동가의 은덕이므로 이분들께 감사를 드려야겠습니다.

 고재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