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시골이 출신인 금실 좋은 젊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느 휴일이었습니다.

새벽부터 시작된 비는 점심때가 되어서도 그칠 줄 몰랐습니다.

기대가 깨진 아쉬운 마음을 달래던 남편이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무슨 생각이 났는지 입가에 얇게 미소를 띠었습니다.

사랑을 가득 담은 코맹맹이 소리로 아내를 향해 조용히 말했습니다.

  "여보! 비도 오고 하니 국수나 삶아 먹읍시다."

그 말을 들은 아내가 되물었습니다.

  "국시 말이에요?"

  "국시 말고 국수를 끓여 먹읍시다." 라고 다시 말했습니다.

그러자 부인이

  "그래요. 국시오. 국시 끓여요?" 라고 재차 물었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조금 높은 톤으로

  "끓이는 것은 좋은데, 국시가 아니고 국수요! 국수가 맞소."

  "국시예요!"

아내도 큰 소리로 말하며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무슨 얘기냐! 국수가 맞는다. 아니다 국시가 맞는 말이다.

결국 두 사람은 국수냐 국시냐로 다투게 되었습니다.

한참을 아옹다옹 하던 끝에

옆집에 사는 교장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하러 찾아갔습니다.

선생님은 부부의 물음에 한동안 뜸을 들이더니

  "국수와 국시는 전혀 다릅니다."고 말했습니다.

부부는 생각지도 않았던 엉뚱한 말에 의아해하면서

  "어째서요?"

똑같이 물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만듭니다."

그리고는 딴청을 부리듯 창문 밖 먼 산을 바라보았습니다.

부부는 황당해하며 다시 물었습니다.

  "밀가루나 밀가리는 같은 것이 아닌가요? 무엇이 다르나요?"

선생님은 힘주어 대답했습니다.

  "전혀 다릅니다."

그리고는 두 사람을 번갈아보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밀가루는 봉투에 넣어서 팔지만, 밀가리는 봉다리에 넣어서 팝니다."

두 부부는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면 봉투와 봉다리는 무엇이 다릅니까?"

선생님은 두어 번 헛기침을 하더니

  "전혀 다르지요. 봉투는 침으로 바르고, 봉다리는 춤으로 바릅니다."

  "침과 춤은 어떻게 다릅니까?"

부부는 서로를 쳐다보며 또다시 물었습니다.

  "침은 혓바닥에서 나오고, 춤은 셋바닥에서 나옵니다."

그리고는 정색을 하며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혓바닥은 서울사람에게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셋바닥은 당연히 시골사람에게만 붙어있습니다."

  집에 돌아온 부부는 같은 음식을 가지고 남편은 '국수'를, 아내는 '국시'를 먹는 꼴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침을 발라 만든 봉투에 담은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먹었습니다. 아내는 춤으로 붙인 봉다리에 담은 밀가리로 만든 국시를 먹었습니다. 두 사람이 먹은 음식은 같았지만, 아마도 (평소 해먹던 음식 맛에 비해) 하늘과 땅차이만큼 달랐을 것입니다. 물론 교장선생님은 부부가 돌아가기 전에 "국수 맛도 좋고, 국시 맛도 좋다"고 하며 웃었지만, 먼 길을 헤매다 온 사람처럼 멍해진 부부는 그 뜻조차도 헷갈립니다.

(펌글입니다)